올해 4학년이 되는 A씨는 지난 21일 수강신청을 하고 난 뒤 분을 참지 못하고 학사지원팀에 항의 전화를 했다. 분명 여석이 있음에도 초과 인원이라는 창이 뜨며 수강 신청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작년 2학기 때 4학년이었던 선배들이 서버문제로 수강신청 당일 골머리를 앓던 모습이 떠올랐다. 작년에는 남일 이었지만 올해는 당사자가 된 것이다. 자동신청을 통해 일부 강의가 수강신청 당일 전에 신청이 되어 한 두 과목만 신경쓰면 된다고 안심했던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A씨는 수강신청 페이지에 들어가 학사지원팀에서 올려놓은 설명문을 읽었다. 수강바구니가 잘못되어 일어난 일이라고 써져 있었지만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 할 수 없었다. A씨는 오후 한시에 재개될 수강신청이나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위에 설명된 A씨의 사례는 2013년도 1학기 4학년 수강신청 날에 벌어졌던 일이다. 문제는 올해로 도입이 된지 1년이 된 수강바구니에서 발생했다. 이번 <건대신문> 대학 기획에서는 서버과부하, 강의 분반 조절 실패 등 우리대학 수강신청 시스템이 고질적으로 갖고 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수강바구니 제도가 과연 그 목적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 알아본다.
수강바구니 도입 1년째…. 어떤 문제점이 있었나?
우리대학 수강바구니제도는 작년 2학기 때 처음 도입됐다. 본래 수강바구니는 말 그대로 ‘강의를 바구니에 넣는’ 식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다. 학생들이 듣고 싶은 강의를 미리 고르고 수강신청 당일에 신청하는 것이 당초 수강바구니의 도입 목표였던 것이다. ‘자동신청’ 기능은 수강 바구니 초기 계획엔 없었지만 진행 과정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중앙대 수강신청을 벤치마킹해 추가됐다. 1, 2차 바구니 때 신청한 강의 중 강의 신청자 수가 초과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신청되는 기능이 바로 ‘자동신청’ 기능이다. 관리자가 항상 주의하며 수요자들을 바로 체크해야 하는 자동신청 방식은 타 대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대학만이 갖고 있는 기능이다. 전례가 없는 자동신청 기능 도입을 시도한다는 의의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도입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예측하기 힘든 단점도 있었다.
결국 지난해 2학기 강의 자동신청 단계에서 학년별 수강 할당 인원을 고려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100명이 수강할 수 있는 1학년 과목이 있다면, 학칙 상 수강 인원에서 1학년은 70%, 2~4학년은 10%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동신청 당시에 학년별 수강 인원의 제한 없이 수강 신청이 된 것이다. 담당자들은 논의 끝에 자동신청 단계에서 학년별 할당인원을 구분할 수 있게 보완했고, 2013학년도 1학기 때 부터는 새로운 자동신청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 할 것이라 예상됐으나 문제는 위의 사례처럼 수강신청 당일 날 터졌다. 학년별 TO를 관리하는 곳에서 오류가 발생해 전산 시스템이 여석이 있는 강의임에도 수강인원이 다 찼다고 인식한 것이다.
‘수강바구니’,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여러 가지 문제점 해결해
수강신청에서 벌어졌던 지금까지의 문제점들은 도입 초기에 겪는 시행착오 일 뿐, 제도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수강신청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의 입장이다. 특히 ‘자동신청’은 상당히 혁신적인 수강신청 제도로 타 대학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수강신청 관리자는 전했다. 실제로 숙명여대 학사관리팀 담당자는 “서울에 있는 종합대학 중 단연 돋보이는 수강신청 방법이다”라며 “학생들이 수강신청 당일 날 부담을 덜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수강바구니제의 ‘자동신청’ 기능은 수강신청 당일 서버 과부하 문제를 어느 정도 감소시켰다. 학사지원팀의 유한식 선생은 “자동기능을 통해 몇 몇 단과대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강신청을 마무리 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강신청 날 접속 인원이 제도 도입 전보다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서버’라는 도로에 진입하는 차량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으니 정체가 해소된 것이다. 수치상으로도 DB서버와 Web서버 사용량이 25%를 넘지 않는 결과를 보였다.
서버 기능 향상에 영향을 준 것 외에 수강 바구니는 강의 수요 결과를 제공해 분반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로도 쓰인다. 1차 수강 바구니에서 파악된 강의 수요 통계를 바탕으로 2차 수강 바구니가 시작되기 전 까지 각 학과들과 협의를 해 분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유 선생은 “사실 전공과목은 교수님이 분반을 거절하면 어쩔 도리가 없어 수요조사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미미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교양과목에 대해선 학사지원팀이 조절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므로 실제 수요조사 결과가 많이 반영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타 대학 수강신청의 이모저모
숙명여자대학교에선 ‘광클’을 할 필요가 없다?
숙명여자대학교의 수강신청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선착순’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는 선착순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방식인 걸까? 숙명여대 수강신청 관리팀의 권경미 선생은 “학생들이 강의신청을 하면 학교가 정한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매겨 강의를 배정한다”라고 말했다(아래 표 참고).

 

게다가 수강신청을 한 뒤 학생들은 자신들의 수강 신청 순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신청자가 자신의 순위가 너무 뒤일 경우 다른 강의로 옮길 수 있다.
수강신청 당일 소위 ‘수강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한편으론 다전공자나 복수전공을 원하는 학생들에겐 매우 불리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권 선생은 “제 1전공자에게 계속 밀려 신청 할 수 있는 강의가 거의 없어져 복수전공 및 부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었다”라며 “그래서 아예 복수전공과 부전공자만 수강할 수 있는 강의를 따로 만드는 방식으로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수강신청 인원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한양대의 ‘트레픽제어시스템’
우리대학이 ‘예비목록’ 제도 도입 당시 모델로 삼았던 한양대의 수강신청 방식은 가장 일반적인 수강신청 형태다. 본격적인 수강신청에 앞서 학생들은 수강바구니에 자신이 이수해야할 강의 중 듣고자 하는 강좌를 넣는다. 그리고 수강신청 날 따로 코드번호를 입력하거나 조회를 하지 않고 보다 편리하게 수강신청을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우리대학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트레픽제어시스템’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부각된다. 한양대는 제어시스템을 통해 수강신청 당일 서버가 다운되는 현상을 완화하고 학생들에게 팝업창을 띄어 ‘현재 학생 앞에 OO명의 대기인원이 있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는 식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한양대 수강신청 관계자는 “이 시스템이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외에 동시접속이 되지 않는다는 것도 우리대학 수강신청과는 다른 점이다. 한양대 관계자는 “동시에 다른 컴퓨터로 같은 아이디가 로그인 되는 순간 접속이 차단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