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기자가 돈 벌어와야 할 판, 운영방식 갈등 커져

연세대학교 학보사 <연세춘추>는 연세춘추 대금을 선택적 납부방식으로 변경함에 따른 운영난으로 지난 11일 백지 호외판을 발행했다.

지금까지 연세춘추 구독료는 등록금 고지서에 통합 고지하는 방법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일괄 징수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자율경비의 등록금 통합고지 불가’라는 내용의 공문이 내려오자 대학에서는 학생회비, 졸업앨범비, 건강공제회비, 연세춘추비 등의 잡부금을 등록금과는 별도로 고지해 학생들이 따로 납부하도록 했다. 이에 이번 학기부터 ‘자율경비 선택적납부’가 시작됐고 그 결과 한 학기 6,700원인 연세춘추의 신입생 납부율은 46.5%, 재학생은 12.0%로 평균 18%에 그치며 연세춘추 측이 운영난이 현실화된 것이다.

▲ ⓒ 건대신문사

납부방식 통보를 두고 엇갈린 반응

<연세춘추>는 11일 호외에서 “충분한 대화 없이 단지 연세춘추비 납부방식이 선택고지로 바뀐다고만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세대 본부 측은 “이번 사태에 대해 총장을 비롯해 대학본부는 여러 차례 자체 회의와 춘추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연세춘추 정세윤 편집국장(사회과학대・문화인류학)은 “선택납부제로 전환된다는 것만 통보받았고 춘추비 납부율이 저조할 경우의 춘추 운영난에 대한 대책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본부의 말에 반박했다. 또 “총장을 만나고 싶어 언론 3사 명의로 지난 6일 면담신청을 했으나 아직까지 답이 오지 않았다”며 “교학부총장과 기획실장을 만나긴 했지만 ‘학교 사정이 어려우니 이해하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연세춘추 나종갑 주간교수 또한 “본부에서 ‘대책을 세워라’고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이를 논의한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

건물임대료까지 지불했던 ‘학내기관’

본부 측은 전체 예산 8억3,000만원(연세춘추 7억3,300만원, 연세교육방송국 9,500만원) 중 교비에서 5억여 원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학생들의 자율적 납입액에 상응하는 만큼의 예산을 매칭(matching)으로 지급할 것을 춘추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등록금 인하 등 사회적 분위기와 대학 본부가 긴축재정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학 언론사에 8억원이 넘는 예산을 교비로 지원하기엔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연세춘추는 본부에서 지원한다는 5억여원 중 40%는 교직원 인건비, 32%는 인쇄비 그리고 18%는 춘추가 본부에 내야하는 실질적인 임대료인 ‘본부간접비’라고 설명했다. 정 편집국장은 “마땅히 본부에서 지급해야 할 인건비와 임대료까지 대학의 학보사에서 지불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예산명목에 ‘임대료’라고 나오진 않지만 ‘본부간접비’라는 명목으로 광고 수입의 대부분인 1억 1천만원을 지불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고영업으로 내몰리는 기자들

연세춘추의 호외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마케팅 회의에서 연세교육방송국(YBS) 정종문 주간교수(공과대·통신네트워킹정보이론)가 “운영이 유례없이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동문들의 모금 등 적극적으로 학생들이 돈을 벌어 와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의 상황이 벌어졌다. 당장 학생기자들이 광고수주에 힘을 쏟고 지면발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편집국장은 “학보사가 돈을 벌어 와야 하는 존재라곤 생각지 않는다”며 “우리가 기성언론이나 기업도 아닌데 수익을 내라는 말과 ‘효율적 경영’, ‘마케팅’ 같은 단어에 익숙해져야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세대의 한 학우는 “연세춘추가 영리추구가 목적은 아니지 않냐”며 “기자들이 기사보다 자금적인 문제에 신경을 쓰느라 신문의 질이 저하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나 주간교수 또한 “교육적인 차원에서의 마케팅교육은 이뤄질 수 있지만 그것이 주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학생기자가 재정적인 면을 책임지는 것은 말도 안된다”라고 비판했다.

감축을 강요하는 ‘변화요구’

나 주간교수는 “학생들도 종이신문의 위기를 충분히 인지하고 다방면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며 “그런 와중에 구조적인 문제로 이런 사태가 벌어져 유감이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대학 본부 측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살아 있는 대학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해 효과적이고 다양한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발행 부수와 발행 횟수의 조정 △지면의 축소 △기자 수의 감축 △기사 질의 향상과 유료구독자 증대 캠페인 △이북(E-Book)으로의 전환 등 다양한 자구책을 마련할 것은 요구했다. 이에 정 편집국장은 “본부에서는 인터넷 신문으로 전환하라고 하지만 정작 이번 학기부터 인터넷 신문 발행 관련 예산은 3분의 1이나 줄였다”며 본부의 이중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본부간접비 : 사업을 수행하는 부서가 교내 시설물과 에너지 등을 사용하는 대가로 본부에 납부하는 비용을 뜻한다. <연세춘추>는 광고 수익이 있다는 이유로 매년 1억 1천만 원 정도를 본부에 내고 있다.

 

저는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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