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존엄성과 개인의 자유, 그리고 평등을 가장 중요시하는 민주주의는 현실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평가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자신이 표방하려는 정치 체제를 민주주의라는 말로 포장하며, 자신들의 민주주의가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라 주장하고 있다. 그 결과 실제로도 '민주주의는 무엇이다'라는 뚜렷한 기준이 부재하여 그 의미가 다의적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다의성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큰 장애요소가 되었다. 민주주의라는 말이 가지는 모호성은 현재의 민주주의가 그 본질에서 퇴색하여 정치적 포퓰리즘의 모습으로 변모하게 한 것도 큰 원인일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은 민주주의의 본질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정책을 포장하기 위해서 민주주의라는 말을 남용하였고, 이로써 오늘날의 민주주의는 마치 빛 좋은 개살구처럼 본질은 없고 껍데기만 있는 민중을 더 쉽게 다스리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전락되었다..

'자유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말 그대로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 평등을 통해 이상적인 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민주주의의 한 형태라는 것이라고 우리는 배워왔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민주주의 개념의 불확실성과 퇴색으로 인해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이념인 자유와 평등의 기준 또한 애매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 민주주의란 과연 무엇이고, 자유 민주주의가 주장하는 자유와 평등은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며, 민주주의 실현의 한 방법론이라고 말했던 자유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의 본질을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자유, 평등, 박애를 제창했던 프랑스 혁명의 정신 중 자유의 가치를 중점에 두고 자본주의는 출발했다. 물론 민주주의를 자본주의의 방법론으로 현실에 구현시키려 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이다. 자, 그럼 생각해보자.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극단적으로 자유가 보장된 지금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역설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현재의 우리 사회는 매우 혼란스럽다. 우리 사회에서 ‘자유 민주주의’에서의 자유가 과연 우리 모두의 ‘자유’인가에 대한 의문으로부터 우리는 이 문제의 해결법을 찾아야한다. 또한 냉전체제 이후 우리는 ‘자유’와 ‘평등’의 개념을 두 진영 간의 대립으로 양립할 수 없는 사유인 것처럼 인식하지만 정말 그런가? 자유를 주창하지만 누구는 자유가 제한되는 모순된 상황이다. 해결법을 찾기 위한 첫 출발점은 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한국 사회 내의 문제로서 확실하게 의제가 설정되야 한다. 물론 빠른 산업화와 오랜 독재 정치로 뒤늦게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택한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의 모습을 급하게 따라가다 보니 민주주의의 모습을 외형적으로 보여주기에만 급급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당연히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딜레마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의 모순점은 단순히 한국 사회내에서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문제이다. 모든 것을 반향하려고 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도 있겠지만, 탈자본주의가 대두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서의 시작이다. 이상(理想)과 공상(空想) 사이에 있는 현재의 자유 민주주의. 그렇다면 그 괴리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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