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분열 발전 공포의 탈출구, 신재생에너지

전 지구적으로 한정된 에너지 자원과 그것을 둘러싼 국제적인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또 과다한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대기 오염과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는 이미 수십년 전부터 거론돼 온 문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011년 일본에서는 규모 9.0의 강진으로 인해 후쿠시마에 있는 원전이 폭발하는 사고까지 발생하게 됐다. 이로 인해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다시 한 번 대두됐다.

 

에너지 다소비 국가 한국

우리나라의 1인당 기준 GDP 순위는 2010년 기준 세계 34위인 반면 같은해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8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산업육성정책이 이 같은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말한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강병식 사무국장은 “국내 에너지 소비 비중에서 산업과 상업이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언제까지 정부에서는 가정용 전기에 대한 규제만 늘려갈 것이냐”라며 “산업용 전기를 싼 값에 공급하는 정책들이 산업 성장에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산업・상업 분야에서의 무분별한 에너지 소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시민연대 차정환 정책국장 또한 “전기절약에 있어서 가정의 역할만 강조해 왔지만 가정사용량만 놓고 본다면 OECD국가 대비 높지 않고 일본보다 조금 높은 정도”라며 “산업용 전기요금을 높여 기업들 스스로 신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일과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은 kwh당 102원 정도로 일반 가정의 누진제 3단계 요금인 183원보다 80원가량 싸다. 가장 비싼 시간대의 산업용 전기요금도 156원 정도에 불과하고 누진세 적용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국내 상위 10개 업체에 해당하는 대기업들은 평균 67원 정도의 저렴한 전기료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가정용 전기요금의 경우 누진세가 적용돼 최대 2배 이상의 전기요금을 지불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 전력사용량에서 가정용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14%다. 반면, 산업과 상업은 각각 50%와 30%를 차지한다. 즉 전체 전기 수요의 80%를 차지하는 산업과 상업용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14% 수준인 일반 가정이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담해 온 셈이다.

에너지를 과소비해 온 건 산업분야 뿐이 아니다. 우리가 속해 있는 대학들의 에너지 사용량도 엄청나다. 작년 서울시에서 전력사용량을 조사했는데 이때 산업분야를 제외하고는 코엑스를 제치고 서울대가 1위를 차지했다. 에너지 과소비에 있어서는 우리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대학의 한 해 전력 사용료 80억인데 건물 수가 두 배인 고려대는 83억을 내고 있다. 강병식 사무국장은 “등록금이 수업료 뿐 아니라 관리비로도 지출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주도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해야 한다”며 “물론 그와 상응하게 학교 측에서도 전력 사용료가 감소한 만큼의 장학 혜택이나 등록금 인하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에너지 정책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를 ‘기존의 화학연료를 변환시켜 이용하거나 햇빛, 물, 지열, 강수, 생물유기체 등을 포함하여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에너지’로 정의하고 있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서는 신재생에너지를 △태양광 △바이오 △풍력 △수력과 같은 재생에너지 8개 분야, △연료전지 △수소에너지 △석탄액화가스화와 같은 신에너지 3개 분야로 규정하고 있다.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현재까지 화석연료나 핵분열 에너지에 반대하면서도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들도 있었다. 신재생에너지는 발전 효율이 떨어지고 생산단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보급 속도 또한 매우 더디다는 이유였다. 실제로 연도별 에너지 생산량에서 신재생에너지의 공급 비중은 2000년 1.1%에서 2011년 2.75%로 소폭 상승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장하나 대리는 “보급률만을 놓고 봤을 때 신재생에너지의 상승률이 더딘 이유는 1차 에너지의 생산량 증가율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분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분자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강병식 사무국장도 해외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강 사무국장은 “독일은 2020년 까지 모든 원전을 없애겠다고 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은 모든 원전을 중단하고도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가능성은 있다”며 “해 보지도 않고 회의적으로 보는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국제적인 추세를 따르지 않고 국가가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세우고 있는게 문제”라며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게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재생에너지산업 안정화 위한 제도적 뒷받침은 필수

지난 2012년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활력을 불어 넣었던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폐지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가 마련됐다. 이에 산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FIT제도 폐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침체를 가져온다는 우려를 하고 있고 학계 및 연구기관 등에서도 RPS에만 전력투구할 게 아니라 일정기간 FIT를 병행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급부상하고 있다. 적절한 정책수단이 조화를 이뤄야만 본래 목적인 분산형전원 개발과 중소형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FIT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내 신재생에너지 시장 규모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40% 이상 성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장하나 대리는 “발전차액지원제도는 정부재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병식 사무국장은 “RPS제도가 올해 시행됐기 때문에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소규모 협동조합 같은 경우에는 FIT제도를 적용해서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FIT제도나 RPS제도나 모두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이고, 그러려면 기업 뿐 아니라 시민들도 참여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는 시민들에게 불리한 환경이기 때문에 차별적으로 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안고 있는 문제는 재정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다. 수도권의 신재생에너지 관련 협동조합은 대부분 태양광 발전을 택하는데 이는 도시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원이 태양광인 이유도 있지만 인허가 규제가 엄격하고 시설 설치에 대해 주민들 반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발전차액지원제도(FIT) : 사업자가 생산한 신재생에너지의 시장 가격이 정부가 고시한 가격 보다 낮으면 그 차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 대규모 발전사업자에게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을 강제하는 제도

 


시민이 만드는 에너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한발 앞서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뛰어든 독일은 2011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19.9%로 핵분열 발전 비중인 17.7%을 넘어섰다.

독일의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19.9%중 51%를 기업이나 정부가 아닌 시민들이 직접 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말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주로 주식회사로 설립됐던 기존과 달리 햇빛발전소 보급을 위한 협동조합이 결성됐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그것이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서울환경연합이 주관하고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건립됐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한전에 판매한 뒤 그 수익을 조합원들이 나눠가지는 형태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시작됐다.

햇빛발전소 1호기는 강북구의 삼각산고등학교에 설치됐다. 강병식 사무국장은 “학교는 공간도 명확할 뿐더러 구성원들도 학생, 학부모, 교사로 한정돼 있어 안정적이다”라며 장소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조합의 이사를 맡고 있는 삼각산고등학교 정미숙 교사는 “운동장에 국가예산으로 지어진 지열, 태양광 발전 시설이 이미 있었고 에너지절약 수업도 진행되고 있었지만 결국 위에서 시키기 때문에 비자발적으로 하는 것에 불과했다”며 “이번기회에 학생들이 직접 협동조합에 조합원으로 참여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됨으로써 환경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며 학생들에게 미칠 교육적 효과를 기대했다.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은 올해 100kw목표로 시작해 2017년 500kw까지 조합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감신대학교와 2호기 설립을 추진 중이며 수익의 잉여금을 학교의 장학금으로 사용할 방침도 논의 중이다. 강 사무국장은 “아직까지 학교들이 보수적인 편인데 1, 2호기의 사례가 잘 만들어지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저는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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