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새 정부 앞에 놓인 나라 안팎의 상황이 녹녹치 않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은 상황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맹자의 말처럼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한 법이다(天時不如地理 地理不如人和).”

사회통합위원회가 발표한 2012년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통합수준은 OECD 34개국 중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과 ‘국민통합’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사를 가득 채운 ‘국민행복시대’가 자칫 성장과 안전이라는 국가주의적인 패러다임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 행복은 나를 따르라는 식의 후견주의나 법과 원칙의 구현, 성장위주의 경제정책만으로는 난망하다.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입법가들에게 정의를 세우는 것 이전에 시민들 간의 우애를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의로운 자들 안에서는 정의의 보완으로서 우정이 필요한 반면에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의가 새삼스레 필요하지 않다.”

국민의 행복과 우애를 위해 우선은 공직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 지도자에 대한 신뢰는 지도자가 자신의 원칙이나 신념을 지키는 데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공감하고 그들에게 박정하게 하지 않는 불인인(不忍人)의 정치를 할 때 생긴다. 다름 아닌 덕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덕치란 국민들을 사랑하는 것이며 우애를 쌓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공직자들에게 바라는 공적 도덕성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제퍼슨이 공직자들에게 바랐던 것도 바로 그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 그리고 네 국민을 네 몸보다 더 사랑하라.”

삶의 무게가 커 서로에게 우애롭기 어려운 시대이기에 공직자들의 헌신과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풀 위로 바람이 불어 풀이 눕거나 흔들리듯, 공직자의 행위 하나하나는 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공직을 맡는 다는 것은 엄중한 일이다. 그러나 요새 청문회에서 드러난 공직자들의 부패는 많은 사람들을 낙담시키고 있다. 한 정치가가 자신의 나라에 도둑이 많은 것을 걱정하여 공자에게 조언을 구하자, 공자가 이렇게 말한다. “진실로 선생께서 욕심을 가지지 않으시면, 비록 상을 준다 하더라도 백성들은 도둑질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공직자도 인간인 이상 끊임없이 권력남용의 유혹을 받는다. 공직자 자신의 부패는 자신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불행이다. 공직자의 부패와 타락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민들이 공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이다. 제퍼슨은 이렇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우리 국민이 공적인 문제에 무관심했다면, 나는 물론이고 국회의원, 판사와 주지사들은 모두 늑대가 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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