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2014년도 적용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가 시작됐다. 특히 이번에 결정될 최저임금은 더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향후 5년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과 노동정책의 방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한 임기 첫 해의 최저임금 인상률과 임기 동안의 평균인상률이 대체로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번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에게 중요한 화두이다.

 

 

 

최저임금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1988년부터 시행한 최저임금제는 사회적 기준에 의해 가장 낮은 임금을 법으로 정하는 제도이다. 최저임금법 1조에 따르면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최저임금법의 목적을 규정해 놓고 있다. 우리 사회는 최저임금제를 통해 △임금률 상승 △임금생활자의 소득 증가 △수준 이하의 노동조건 및 빈곤 제거 △임금생활자에 대한 노동력 착취 방지 △소득재분배를 달성하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임금심의회방식’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은 매년 3월말까지 다음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요청한다.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이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4월부터 6월까지 다음연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심의ㆍ의결한다. 위원들은 최저임금법에 고시된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소득 분 배율 등을 고려하여 한해의 최저임금을 정한다. 최저임금위원회 전해선 사무국장은 “이외에도 노동자, 사용자, 공익위원들은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수 등 계청과 고용노동부와 관련된 연구기관에서 발표하는 다양한 경제ㆍ노동지표 등을 활용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우리사회는 최저임금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이를 위해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최저임금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과 이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의 적정수준 △최저임금위원회의 대표성 및 구성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 노동자를 들 수 있다.


최저임금에 대한 논란들

나라마다, 해마다 다른 최저임금,
우리나라 OECD 평균에 미달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세계적으로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려는 추세에 있다. OECD 가입국가들을 조사한 결과, 2000년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35.4%였는데 2011년에는 37.4%로 상승했다.

우리나라도 2000년 22%에서 2011년 33.5%로 상승했지만, 2011년에 조사했던 가입국 중 26개 국가 중에서 20위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평균임금 대비 매우 낮은 최저임금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주환 편집국장은 “2011년 한국의 최저임금을 달러로 환산하면 3.9달러”라며 “당시 OECD 회원국의 최저임금 평균은 7.1달러로 우리보다 1.8배 높아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OECD 평균에 거의 못 미친다”고 말했다.

매년 최저임금을 위해 해마다 노동자와 사용자는 최저임금의 적정수준에 대해 격론을 펼친다. 노동계는 평균 임금, 즉 정액급여 평균의 50%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요구한다. 이에 경영계에서는 최저임금인상이 특히 중소기업가와 영세자영업자에게 경영상의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며 따라서 고용률이 감소하고 실업률이 증가할 것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실제 중소기업가의 경영악화 원인에는 임금은 세부적인 요인일 뿐 오히려 대기업과의 불합리한 하청관계에서 발생하는 요인이 훨씬 크다”며 “재벌 대기업 중심으로 심각하게 치우쳐 있는 한국의 경제구조로 인해 재벌 대기업에게 막대한 이윤이 편중되는 불공정한 거래관행과 분배구조로 중소기업의 사정은 날이 갈수록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면 이미 한계 상황에 도달한 상황이므로 임금 인상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도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과 고용 및 실업의 관계에 대해서는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들은 이들 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하고 있다.

반면, 사용자 측에서는 최저임금을 중위수 임금의 50%로 요구한다. 중위수 임금이란 임금에 따라 전체노동자의 순서를 매길 때 절반지점에 있는 노동자의 임금을 말한다. 이 국장은 “한국은 양극화가 특히 심하기 때문에 중간지점에 있는 임금이라고 해도 저임금에 가깝다”며 “경영계의 주장은 최저임금제의 취지를 묵살하는 것이며 오히려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최저임금 적용대상에서 제외?!
최저임금, 누가 결정하길래...

지난해(2012) 기준 법정 최저임금인 시급 4,580원에 미달하는 노동자가 170만명이고, 이는 임금노동자 대비 9.6%에 해당한다. 170만명 중 최저임금 미만으로 지급 가능한 노동자가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은 사용자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2006년부터 2010년 사이 노동부 집중점검과 노동자 신고를 통해 접수된 사용자의 최저임금 위반 건수는 45,745건에 달한다. 이러한 원인에 대해 이 국장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해 내는 벌금이 노동자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라며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그냥 벌금내고 말지라는 식의 마음을 먹는다”고 답했다.

최저임금 미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 중에는 합법적으로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도 있다.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적용범위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비원 등 감사단속 노동자와 간병인, 택시기사들은 최저임금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즉, 이들은 합법적으로 최저임금 적용 제외 대상인 것이다. 알바연대 권문석 대변인은 “이들이 왜 제외대상인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점점 최저임금 적용 제외대상의 범위가 좁아지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 없이 제외대상을 규정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생계와 직결되는 최저임금을 대표성이 낮은 최저임금위원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먼저 노동자 위원은 노동조합의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정규직 노동자들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따라서 노동자위원들이 최저임금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야하는 저임금노동자들이 느끼는 만큼 최저임금 문제를 절박한 현안으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사용자 위원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추천을 통해 대통령이 위촉한다. 권 대변인은 “실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중소기업가들은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이처럼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는 알바 노동자, 비정규지 노동자 등 최저임금을 실제로 받는 당사자들과 중소기업 사장 등 최저임금을 지불할 의무를 가진 당사자들이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노동자, 사용자 위원들이 이해관계를 따져 협상을 벌이지만, 노동자와 사용자 위원수가 동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공익위원들에 의해 결정된다는 데에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권 대변인은 “공익위원들은 대부분 대학 교수, 학자 등 고보수를 받는 사람들이므로 최저임금법에 별 이해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혼 1인 노동자의 월 평균 생계비는 1,410,748원이다. 이에 대해 권 대변인은 “이것은 최저임금을 받는 것만이 유일한 소득인 사람일 경우, 저축이나 여가를 위한 비용 등을 고민할 겨를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며 “최저임금은 최소한의 생계비보다는 높아야 하므로 최저임금을 결정할 때는 생계비를 구성하는 항목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가장 낮은 조건에서 일하는 알바 노동자와 중소기업사장 등 최저임금과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이 최저임금 결정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우리나라의 임금체계는 기본급이 매우 낮게 설정돼 있어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올리면 전반적으로 기본급이 낮은 임금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앞으로 최저임금을 현재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평균임금의 50%수준으로 책정해야하지만 현재 우리 최저임금의 수준이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에서 바로 올린다면 사업가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평균임금 50%를 장기적 목표로 삼고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와 함께 대기업 집중 경제구조를 개선하고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정부정책과 대기업의 상생 노력이 함께 이뤄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해도 이를 준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현재 최저임금법에는 최저임금 주지의무를 위반한 사용자는 제31조에 따라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문다. 또 최저임금 지급의무를 위반한 사용자는 제2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의 과태료를 물도록 돼 있다. 그러나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노동부가 적발한 최저임금 주지의무 위반 건수 35,226건 가운데 6건만이 50~80만원에 상당하는 과태료를 물었다. 따라서 이 국장은 “최저임금법을 어길 경우 받게 되는 처벌을 강화하고 구성원들의 준수의식도 함께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그는 “우리사회는 앞으로 노동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첫 걸음이 사회적 수준에 걸맞은 최저임금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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