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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할머니들께 드리는 편지
최선재(법대·법학4) | 승인 2013.05.30 22:05

저는 일본 정치인이 망언할 때면, 온갖 욕을 퍼붓곤 했습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마치 억눌렀던 화를 풀듯이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금방 잊었습니다. 할머니들께서 어떠한 고초를 겪었는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신문에서 할머니들의 인터뷰를 접했습니다. 일본군의 성폭행을 증언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문득, 도대체 어떠한 일을 당하셨기에 일본 정부에 사과를 요구하시는지 궁금했습니다. 먼저 책을 찾아봤습니다. 수요집회와 박물관에도 다녀왔습니다. 돌아온 후,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여 이렇게 편지를 드립니다. 저는 할머니들에게 세 가지 죄를 저질렀습니다.

무관심의 죄입니다. 제가 교과서에서 배운 것은 일본군이 성적 만족을 위해 소녀들을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동원했다는 사실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보니 진실은 달랐습니다. 책에는 위안소 현관이 100명이 넘는 병사들로 가득 찼으며, 하루에 40명을 상대해야만 하는 할머니들의 아픔이 담겨 있었습니다. 할머니들이 도망가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는 사실도 명확히 나와 있었습니다. 할 말을 잃었습니다. 참담함이 마음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죄입니다. 저는 삶 속에서 할머니들의 아픔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단 한 번도 친구들에게 일본군 위안부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할머니들에게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을 하지 않고 침묵한 것처럼, 저 또한 할머니들의 고통에 침묵했습니다. 진실을 알면서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매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 할머니들은 용기를 내어 시위를 하고 계셨습니다. 잘못된 역사를 저희들에게 물려주시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용기를 내어 본 일조차 없습니다.

망각의 죄입니다. 저의 위안부강제동원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졌습니다. 오랫동안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탓입니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확인해 본 결과, 일본군은 분명히 소녀들을 강제로 연행했습니다. 돈을 벌게 해준다는 거짓말로 납치해서 위안부로 사용했습니다. 영문도모른 채 트럭에 실려 끌려간 소녀도 많았습니다.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진실조차 망각할 만큼 무지한 자신이 원망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본군위안부에 대해 무관심하고 침묵하며 망각하였습니다. 일본을 탓할 줄만 알고 정작 할머니들의 아픔을 외면했던 것입니다. 가해자인 일본의 무서운 태도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부끄러운 이유는 위안부에 대해 관심이 있었더라면 할머니들께서 흘리신 눈물을 조금은 닦아주지 않았을까하는 죄책감 때문입니다. 끝으로, 죄를 지었으니 할머니들께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알지 못해 죄송하고, 함께 아파하지 못해 죄송하고, 할머니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제가 지금의 이 평화를 누리고 있음을 기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최선재(법대·법학4)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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