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 독립언론이자 비영리탐사매체인 ‘뉴스타파’가 일을 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함께 조세피난처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인 명단을 공개한 것이다. 조세피난처는 주로 세금이 없거나 낮은 지역을 뜻하고 페이퍼 컴퍼니는 서류로만 존재하는 법인으로 돈세탁이나 탈세 등에 이용되는 주 방식이다. 그간 조세피난에 대한 보도는 사실상 전무했지만 결국 뉴스타파가 보도의 성역을 깬 것이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초, ‘정부의 언론장악에 눈치만 보는 기성 언론의 뉴스를 타파한다’는 의미로 설립됐고 해직기자들과 해직 PD를 중심으로 생긴 매체다. 뉴스타파는 기존 언론에서 다루지 않던 보도는 물론 심도 있는 비판과 사안 자체에 대한 접근으로 뉴스타파만의 독특한 색깔을 갖춰왔다.

지난해 여름을 전후해 대학가에서도 자치언론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고급찌라시’, ‘국민저널’, ‘잠망경’과 서울권 대학을 중심으로 배포된 ‘듀르나’가 그것이다. 또 지면이 아니더라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사회 사안을 바라보는 인터넷 기반 언론 ‘ㅍㅍㅅㅅ’와 ‘슬로우뉴스’ 등도 생겼다.

이들은 모두 기존 언론들에게서 느낀 불만이나 사안에 대한 맥락과 성찰을 되찾기 위한 시도에서 비롯됐다. 또 독특한 어법과 아이템으로 무장한 이들은 언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독자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에 반해 현재 꽤 많은 수의 대학 학보는 대학 홍보지로 전락하고 있다. 또 그나마 중립을 표방하는 학보들 대다수도 사안 그 자체보다 사안을 풀이하는 이해집단의 입을 빌려 말하는 기존 언론의 나쁜 버릇도 그대로 가져 온 곳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학보와 대학사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대학의 정책결정에서 구성원들의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는 대학일수록 학보가 단순 홍보지로 전락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더더욱 독자들이 자치, 독립 언론에 집중하는 원인이되기도 하겠다.

지난해부터 뉴스타파와 각종 독립언론을 접하고 올해 편집국장을 맡게 되면서 가진 목표는 ‘학내 여당과 야당 두 곳에서 모두 욕을 들어 보겠다’는 것이었다. 독립언론마냥 학내 사안에 대한 이해집단 논리보다는 사안 자체에 더 집중해 보고 싶었다. ‘해교행위’혹은 ‘특혜제공’으로 불리던 사안을 심도있게 구성원들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진 그 목표가 이뤄졌는지는 모르겠다. 학보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겠지만 학교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제기한 문제 자체에 집중해 보려했으나 여의치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도 긍정적인 징조가 보였다. 며칠 전 후배기자가 “건대신문은 학교 편만 든다”는 비난과 “학교만 욕하는 신문 따위 보지 않는다”란 비난을 동시에 들은 것이다.

후배기자에겐 안쓰러운 면도 있었지만 양측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상태로 사안을 이야기했단 생각이 들어 기분은 좋았다. 이해관계로부터의 독립이 언론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남은 한 학기동안도 구성원들의 불만을 기대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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