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는 14회째를 맞이하는 역사가 오래된 행사입니다.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 축제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홍대 걷고싶은거리 상인회가 행사 개최를 적극 지지한다고 전했기 때문인데요, 상인회 소속한 분은 "처음엔 놀랐지. 근데 반대하고 말고 할 게 어딨어, 아직 어색하긴 해도 우리랑 똑같은 공기 마시고 사는 사람들인데 받아들여야지."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요즘 들어 성소수자들의 소식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더군요. 최근에는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이야기가 가장 떠들썩했습니다. 가장 큰 반응을 보인 곳은 다름아닌 교회였습니다. ‘동성애 합법화는 틀렸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에게 동성애를 가르치게 둘 순 없다’며 반대하는 모습에 입을 다물 수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교회를 다니고 있고 학교에선 기독교 동아리 소속으로도 활동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교인들보다도, 김조광수-김승환 부부의 결혼 발표에 ‘역겹다’, ‘징그럽다’며 무차별적인 폭력을 가하는 ‘그리스도인’보다도, ‘우리도 사람’이라 외치는 성소수자들에게 더 마음이 갑니다.

내가 아는 하나님이 성소수자들을 구원할 마음조차 없는 단호한 분이었는지 너무 혼란스럽더군요. 이런 고민은 트랜스젠더 연예인을 알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여자의 이름은 ‘하리수’였습니다. 데뷔와 동시에 저는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의 부제를 딴 이름의 팬카페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에서 그녀를 포함한 성소수자들이 죄인이라고,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의 구원에 대해서는 전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죄인들을 구하러 오신 예수님이 언제부턴가 교회 안에만 존재하는 구원자로 전락해버린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의구심과 불편함을 이야기할 때면 항상 저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춰졌습니다. 때문에 저는 침묵하거나 아니면 회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인권이나 평등, 신앙이나 구원, 무엇이 옳고 그르다 함부로 이야기 할 수도 없는 사람입니다. 딱히 자랑할 것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단 한 가지, 제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들도 ‘사람’으로 태어났고 저도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것입니다.

신의 이름을 빌려 차별을 조장하고, 정죄하고, 반대하고. 개인의 느낌과 생경함을 근거로 배제하고, 혐오하고, 모욕하고, 같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서로의 존재를 정죄하고 차별하는 행동만큼이나 폭력적이고 무례한 행동이 또 있을까요?

저도, 여러분도, 우리들 사이에 함께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도 모두 ‘사람’입니다. 잠시 멈춰서 그동안 돌아보지 못했던 곳을 바라본다면,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세상을 꿈꾸다보면, 언젠가 서로를 이해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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