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홍예교(교수기고)
가장 오래 빛을 발하는 장르
김지선(한국어인증실습ㆍ강사) | 승인 2013.06.10 23:08

실시간 검색창을 온종일 들락거리는 / 별들의 이름을 습관처럼 두드린다 /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별들의 이야기 / 로딩 중인 달이 뜨면 숲길도 환해질까 / 어둠이 울을 친 길 끝에서 흔들리는 문 / 실직의 문장 몇 개가 싸늘히 식는다 / 사내를 쳐다보는 모니터 속 아바타 / 얼굴의 절반을 화면 속에 담근 사내 / 당신의 앓는 소리도 반복 재생 중이다 - 이송희 < 아포리아 숲> 일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IMF의 주문에 따라 전면적으로 도입·시행되어온 신자유주의적 개혁논리는 국가경제 및 기업경영의 지배구조에 심대한 변화를 야기해왔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이다. 현대인의 일자리는 불안하다. 위 작품의 사내는 직장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일 수 있으며, 실업의 대열에 선 졸업자의 초상이기도 하다. 또 작품 속에서의 별은 화려한 스타 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름이거나 취업하고자 하는 직장명쯤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인은 실직으로 인해 앓는 소리반복 재생해야 하는 현대인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위 작품은 가 아니다. ‘현대시조이다. 이것을 알고 작품을 읽은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시조 분야를 연구한다고 하면, 고전문학 전공이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이며, ‘현대시조라고 답하면, 지금도 시조를 쓰고 있느냐는 물음을 되받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고려 중엽부터 시작된 시조는 그 흐름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국문학사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어르신장르인 셈이다. 또 자유시에 밀려 문단에서 소홀히 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느림보 걸음을 하였고, 그리하여 지금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젊은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시조는 자를 쓰지 않는다. ‘를 가리키는 를 쓴다. 그래서 時調이다. 시대를 노래하는 장르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위 작품은 시조로서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율격인 3·4/4·44음보의 형태를 취한 시조는 쉽게 읽혀지는 양식이다. 그러므로 대중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난해해져 가는 자유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시조는 이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대안점이 될 수 있다. 단형의 구조에 우리 삶을 함축하여 형상화하는 시조의 맛깔스러움을 한 수 권한다.

김지선(한국어인증실습ㆍ강사)  kkpress@hanmail.net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건국대학교 건대신문사
05029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120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5층 건대신문사
대표전화 : 02-450-3913  |  팩스 : 02-457-3963  |  창간년월일: 1955년 7월 16일  |  센터장 : 김동규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동규
Copyright © 2017 건대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