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검색창을 온종일 들락거리는 / 별들의 이름을 습관처럼 두드린다 /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별들의 이야기 / 로딩 중인 달이 뜨면 숲길도 환해질까 / 어둠이 울을 친 길 끝에서 흔들리는 문 / 실직의 문장 몇 개가 싸늘히 식는다 / 사내를 쳐다보는 모니터 속 아바타 / 얼굴의 절반을 화면 속에 담근 사내 / 당신의 앓는 소리도 반복 재생 중이다 - 이송희 < 아포리아 숲> 일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IMF의 주문에 따라 전면적으로 도입·시행되어온 신자유주의적 개혁논리는 국가경제 및 기업경영의 지배구조에 심대한 변화를 야기해왔다. 노동시장 유연화를 제도적으로 보장함으로써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이다. 현대인의 일자리는 불안하다. 위 작품의 사내는 직장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일 수 있으며, 실업의 대열에 선 졸업자의 초상이기도 하다. 또 작품 속에서의 별은 화려한 스타 또는 성공한 사람들의 이름이거나 취업하고자 하는 직장명쯤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시인은 실직으로 인해 ‘앓는 소리’를 ‘반복 재생’ 해야 하는 현대인의 고뇌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위 작품은 ‘시’가 아니다. ‘현대시조’이다. 이것을 알고 작품을 읽은 독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시조 분야를 연구한다고 하면, 고전문학 전공이냐는 질문을 받기 일쑤이며, ‘현대시조’라고 답하면, 지금도 시조를 쓰고 있느냐는 물음을 되받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고려 중엽부터 시작된 시조는 그 흐름을 잃지 않고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국문학사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어르신’ 장르인 셈이다. 또 자유시에 밀려 문단에서 소홀히 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느림보 걸음을 하였고, 그리하여 지금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젊은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시조는 ‘詩’자를 쓰지 않는다. ‘때’를 가리키는 ‘時’를 쓴다. 그래서 ‘時調’이다. 시대를 노래하는 장르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위 작품은 시조로서의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율격인 3·4/4·4조 4음보의 형태를 취한 시조는 쉽게 읽혀지는 양식이다. 그러므로 대중에게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다. 난해해져 가는 자유시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대시조’는 이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대안점이 될 수 있다. 단형의 구조에 우리 삶을 함축하여 형상화하는 시조의 맛깔스러움을 한 수 권한다.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