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병아리들의 엄마가 되다

우리대학에 미래의 농축산업을 이끌어갈 수재가 있다? 없다? 있다! 바로 올해 갓 입학한 풋풋한 새내기 박병천(동생대・동물자원1) 학우다. 박병천 학우는 현재 자신이 만든 대형부화기를 판매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유명일간지에 소개됨은 물론이고 20살이라는 나이에 전라북도 과학축전 행사에 과학자로서 강사로 초청되기도 했다.

“미래 농업의 발전을 위해 이 한몸 기꺼이 바치고 싶다”는 박병천 학우를 만나봤다.


귀농결심

서울 성동구에 살던 박병천 학우와 가족들은 박병천 학우가 6학년일 때 아버지의 고향인 전북 장수군으로 귀농을 했다. 서울을 벗어난 적이 없었던 어머니는 박병천 학우는 물론 삼형제의 교육 문제로 귀농을 반대하셨지만 마음을 굳힌 아버지의 고집을 꺾기에는 무리였다. 하지만 그 선택이 박병천 학우의 큰 꿈을 결정짓게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병아리부화기를 만들기까지
중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할머니 댁에서 암탉 한 마리를 가져온 일이 있었다. “매번 푸드득 푸드득 대던 놈이 어느 날 미동조차 하지 않는 거에요” 박병천 학우의 말이다. 수상하고 걱정도 돼서 살펴보니 암탉이 배 아래 따끈한 달걀 두 개를 품고 있었다. 박병천 학우는 “아마 그때가 소년 발명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시점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암탉이 품고 있는 달걀을 보니 ‘내가 직접 부화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귀농을 하고 난 뒤 항상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동물을 대하던 박병천 학우에게 한 가지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 1학년까지 학교에서 배운지식으로 부화기를 만드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었다. 책과 인터넷에서 기본 원리부터 기술까지 부화에 관한 모든 것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이제 어느정도 됐겠다 싶어서 처음 한번 만들어 봤죠” 아이스크림 통에 백열전구를 달고 암탉에게 달걀 세개를 훔쳐와 부화기에 넣었다. 전구를 껐다, 켰다 해주고 부화에 알맞은 온도를 맞추기 위해 잠도 거르며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포기를 하진 않았다. 문제점을 찾고 보완해 가며 수 없이 그 다음 부화기들을 만들었다. 실패는 수도 없이 했다.

발명의 신이 박병천 학우에게 미소지어준 건 다음해 봄, 박병천 학우가 중학교 2학년에 됐을 때다. “부화기간인 21일 동안 매일 알을 굴려주며 한시도 눈을 못 뗐는데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온 그 순간의 그 감격은 지금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에요”


완벽한 부화기를 향해
달걀에 그치지 않고 산새알도 부화시키며 점점 더 크고 성능 좋은 부화기를 만들었다. 처음엔 아이스크림 상자로 만들었지만 좀 더 큰 스티로폼, 아이스박스 그 다음은 고물상에서 3만원을 주고 사 온 업소용 음료수 냉장고였다. 냉장고 속의 부품을 모두 빼고 부화에 필요한 온도감지 센서와 환기용 팬, 백열전구 등을 설치했다. 이번에는 알을 놓을 두부판을 엮어 모터까지 달아 하루에 여덟 번 알이 자동으로 굴려질 수 있게 했다. “그 부화기를 만들기까지 실패든 성공이든 대략 백번 정도 부화기를 만들었어요” 그동안 만든 부화기로는 한번에 100알 정도밖에 부화시킬 수 없었지만 이 대형 부화기로는 최대 6~700개까지 부화시킬 수 있었다. 스스로고 정말 대단하고 뿌듯하게 느껴지는 성과물이었다.

무엇보다 보람찬 것은 축산농가의 부담을 덜어 줄 수 있는 부화기를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박병천 학우는 “농민들과 같은 고민으로 더 낮은 가격에 질 좋은 부화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중고 음료수 냉장고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음료수 냉장고는 열 손실률도 낮고 중고로 사면 기존 부화기의 기초 재료보다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부화기를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부화기를 판매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박병천 학우는 시중의 부화기 보다 평균 절반정도의 가격으로 부화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바탕으로는 부모님의 지원도 한 몫을 했다. 아버지는 인근 야산에 35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지어 아들이 키우는 닭들을 모두 옮겨 더 넓은 곳에서 키울 수 있게 하셨다. 또한 집옆의 한쪽 땅에는 박병천 학우가 희귀식물이나 곤충들을 마음껏 기를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주시기도 했다. 박병천 학우는 “한번은 제가 부화기를 만드느라 한달 전기료가 50만원이 나온 적도 있었는데 부모님께서 별 말씀 안 하시더라고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현재 박병천 학우는 △병아리와 토종닭 분양 사업 △부화기 등 농축산업 장치 제작 및 판매 등을 하고 있는 엄연한 ‘청년 사업가’다. 작년까지만 해도 오골계와 토종닭을 1000마리 이상 부화시켰다. 한 마리에 5000원을 받고 분양했으니 이미 50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셈이다. 게다가 병아리 부화, 사육, 유통, 마케팅 모두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해나가고 있다. 박병천 학우는 “애초에 돈을 벌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라며 통장에 얼마나 돈이 쌓였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아직은 시작 단계인 박병천 학우의 사업계획은 ‘미래농업 발전’이라는 큰 꿈을 바라보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농업 현실로는 식량안보가 매우 걱정이 된다”는 박병천 학우는 ‘힘들지 않는 농업’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 땡볕에서 땅 파고 잡초 뽑고 온몸이 녹초가 되는 농업이 아니라 잘 관리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박병천 학우의 꿈은 앞서 말한 것들을 실현시키기 위한 ‘스카이팜(가칭)’이란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박병천 학우가 꿈꾸는 스카이팜은 농산물 신품종을 개발하고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생산하는 최첨단 회사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조명으로 태양을 대신하고 온도조절과 배양액 공급 등에 대한 자동화 시스템을 갖춰 농산물을 사계절 내내 재배, 수확한다. 고층 빌딩에 재배하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높고 건물만 세운다면 서울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에 유통경로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박병천 학우는 “대학생들이 농업에 관심없는 것이 단순히 아쉬운 것을 떠나 두려운 일”이라며 “우리나라의 먹거리는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 식량난이 닥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OECD 가입국가 평균이 110%인데에 반해 26%에 그친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수급 불균형으로 곡물은 대부분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축산업에 혁명이라 불릴 만큼의 일을 벌여보고 싶다는 박병천 학우.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저는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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