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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분야 세계적 석학 정형민 교수 모교로 돌아와"어떤 연구든지 사람을 위해 써야한다"
박지수 기자 | 승인 2013.10.02 21:57

 

   
▲ 우리대학 의생명과학연구원 정형민(축산83)교수

과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은 점점 늘어났고 한 때는 불치병이던 것이 더는 불치병이 아니게 됐다. 혈액형을 발견한 카를란트슈타이너는 수혈이 가능하게 했으며, 에드워드 제너는 천연두 백신을 발견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염병을 박멸했다.

지난 9월,“ 줄기세포를 이용해 난치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인 정형민 교수가 모교로 돌아왔다. 그는 우리대학 의생명과학연구원에서 앞으로 연구와 강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발생공학에 눈을 뜨다

1983년 12월 축산대학 1학년들이 앞으로 자신이 전공할 학과를 지원하던 날, 축산학과에 지원한 정형민 교수는 발생공학을 연구하는 정길생(우리대학 제16대 총장) 교수의 연구실로 찾아갔다. 정 교수는“아직 학과 발표가 나지도 않았는데 대뜸 정 교수님께 앞으로 여기서 공부하겠습니다고 말했다”며“다행히 교수님께서 실험실 구석에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며 회상했다. 그는 선배들과 △생명체 형성과정 △기형이 되는 경우 △생식능력 향상 방법 △복제동물 등을 다루는 발생학을 공부했다. 주로 난자와 정자, 수정란을 기초로 하는 연구가 진행됐는데, 특히 그는 현미경으로 △난자의 움직임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지는 과정 그리고 발생되는 과정 또 그것을 이식하는 과정을 보면서 굉장한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정길생 교수는 어려운 형편에도 그에게 암스테르담 세계학회에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줬다. 그는“여태껏 교과서로만 보던 사람들이 직접 특강을 하더라”며“정 교수님께서 매년 세계학회에 날 보내주셨는데 이를 통해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불임, 제가 한번 치료해보겠습니다

외국에서 불임치료기술인 시험관아기가 국내에 갓 도입된 1993년도, 불임센터를 만들려고 했던 차병원의 부탁으로 정 교수는 차병원에 입사했다. 오로지 학자로서의 꿈을 꾸던 그가 의외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는“1년만 일하고 유학을 가려고 했지만 시험관아기를 성공한 후, 자연과학의 지식과 기술을 임상에 적용하니 새로운 의료기술이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는 멈출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시험관아기는 불임환자 10명 중 1명만이 성공할 정도로 성공률이 낮았지만 정 교수는 10명 중 4명이 성공하는 40% 임신율을 달성했다. 그는“3만명이 넘는 불임환자들이 우리 기술을 통해 임신하고 행복해 하는 것을 보니 정말 기뻤다”며“그 시절에는 불임에 관한 연구와 임상시술을 병행해 밤새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불임치료로 유명해진 차병원은 96년도에 차의과대학을 설립했고 정 교수는 불임센터장을 맡으며 동시에 교수로서 의대생들에게 해부학을 가르쳤다.

정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불가능이라고 발표했던 난자동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난자는 우리 몸 안에서 가장 큰 세포이면서 가장 예민하다. 그 당시 난자를 동결시키는 방법은 동결장치를 통해 단계적으로 정교하게 얼리는 것이다. 하지만 난자를 얼리면 난자 내의 물의 부피가 증가해 결국 세포가 파괴되고 만다. 설사 산다고 해도 세포의 염색체에 이상이 생긴다. 정 교수 역시 수천번의 실패를 거듭하던 중, SF영화 <데몰리션 맨>을 보고 아이디를 얻었다. 데몰리션 맨의 주인공인 경찰은 범인을 체포하다가 실수로 민간인을 죽여 70년 동안 냉동감옥에 갇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그는“남자를 욕조에 넣은 후 버튼하나를 누르니 순식간에 남자의 몸이 얼었다”며“그때 난자도 순식간에 얼리면 겉은 얼고 안은 말랑말랑하게 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196도에서 난자를 유리처럼 얼린다고 해서‘유리화난자동결법’이라고 한다. 그는 97년도에 유리화난자를 성공을 세계적으로 발표했다고 98년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불임학회에 발표해 세계최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이외에도 그는 돈 안들이고 미성숙 난자만으로 시험관 아기를 시술하는 기술, 태아 유전자 검사기술, 불임남성의 고환에 있는 조직을 추출, 정자가 될 수 있는 세포를 난자에 이식해 시험관 아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 등을 연구했다.


줄기세포? 제가 할께요, 느낌 아니까

세계불임학회에 유리화난자동결법 발표 후, 이를 본 컬럼비아대학의 로즈리오 로보(현재 미국생식의학회 회장)라는 교수가 기술을 전수해 달라고 청했다. 이에 정 교수는 1년 반 동안 기술을 이전해주면서 남는 시간에는 미국의 유명 연구소나 강연회 등을 찾아갔다. 그해 10월 28일, 위스콘신대학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떠들썩했다. 정 교수는“궁금해서 알아봤더니, 바로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인간배아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것”이라며“지금까지 내가 매일 하던 일이 줄기세포와 근접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차병원에 줄기세포 연구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아직 줄기세포라는 개념이 도입되지 않은 터라 2000년도에 어렵게 연구소 승인을 받아냈다. 그는“불임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난치병 환자들을 위한 치료기술을 개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IMF외환위기로 병원도 대학도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재정적 지원을 마련하기 힘들었다. 정교수는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치료제 상용화를 위해 벤처회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2000년 9월, 그는 차바이오텍(현재 차바이오앤디오스텍)이라는 줄기세포신약개발회사를 건립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병원을 건립했고 보스턴에는 줄기세포로 혈액을 만드는 회사를 건립했다.


2006년,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로 심장혈관 생성기술 성공

“사실 줄기세포는 불임에 비해 앞서 선행된 기반이 약했고 또 2005년에는 황우석 박사의 인간배아줄기세포 진실논란이 불거지면서 연구를 계속 진행하는 것이 힘들었다”던 그가 2006년, 드디어 학계에서 줄기세포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정 교수는 인간배아줄기세포로 심장혈관을 만들어 심장 질환 및 혈관 질환을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기초로 연구에 돌입했다. 그 결과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줄기세포로 심장혈관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2007년도에 심혈관 분야에서 저명한 circulation잡지에 발표함으로써 줄기세포분야의 학자로서 인지도를 알리기 시작했다.

또 그는 심혈관뿐만 아니라 배아줄기세포로 망막세포를 만드는 기술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토대로 난치병인 황반변성증과 스타가르트를 낫게 하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황반변성증은 주로 50대에 망막이 조금씩 손상되어 글자가 흐려 보이거나 비뚤어져서 보이다가 60대 중후반이 되면 망막이 완전히 손상되어 실명되는 병이다. 스타가르트는 이러한 황반변성증의 증상이 10대 청소년에게서 나타나 20대에는 완전히 실명하게 되는 희귀질환이다. 그는“망막이 손상돼 실명이 된 거라면 배아줄기세포로 망막세포를 만들어서 눈에 주입하면 치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시작했다. 현재 개발된 치료제는 한국과 미국, 영국에서 동일한 망막세포와 동일한 과정을 환자들에게 적용해 임상실험을 하고 있다. 논문으로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황반변성증으로 실명된 77세 할머니는 치료를 시작한 지 약 3개월 후, 시계를 볼 수 있었고 혼자서 장을 보러 다닐 수 있게 됐다. 다른 임상환자는 운전면허를 준비하고 있다.

또 정 교수는 소아뇌성마비와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도 줄기세포를 이용해 지능과 운동신경을 회복시키고 있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유아 150명을 대상으로 탯줄에 있는 혈액의 줄기세포를 이식해서 아이들의 혈관에 줄기세포와 줄기세포가 잘 살 수 있는 약을 주입해 치료했다. 약 3개월 후 숫자를 제대로 배열할 수 있게 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이는 혼자서 일어나서 걸을 수 있게 됐다. 이 아이들의 뇌를 보면 공통적으로 사라진 혈관이 다시 재생돼 지능과 운동 신경 등이 조금씩 회복되는 중이다. 또 파킨슨 병을 앓던 노인은 손발이 심하게 떨리고 말도 어눌하고 운동능력을 제어하지 못했는데, 치료 후 정상인처럼 걸을 수 있게 됐다.

그는“현재 여러 치료제를 개발했고 임상실험 중에 있다”며 “2~3년 후에 신약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도 계속 1년에 10편 이상의 논문을 PNS, ATB와 같은 국제적인 과학잡지에 발표하고 있으며, 국내에선 줄기세포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불리고 있다.


후진 양성 위해 캠퍼스로 돌아왔다

정 교수는 모교에 돌아 온 이유에 대해 “원래 내 꿈은 연구하면서 학생들도 가르치고 좋은 제자를 배출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20년 전에는 당장 치료가 필요한 임상환자가 있었고 치료제도 개발해야 했기 때문에, 이후 개발된 기술의 효능이 입증되고 또 후배들이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 내 꿈을 이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이제 내 나이가 벌써 쉰이고 앞으로 연구와 훌륭한 제자 양성에 마지막 열정을 불태우고 싶어 병원과 회사를 정리하고 학교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앞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해 △당뇨성망막변성증 치료제 △인공혈액 △심장세포 재생 △화장품 등 다양한 연구를 할 계획이다. 당뇨를 오랫동안 앓게 되면 심장에서 먼 혈관이 망가지기 시작해, 눈에 있는 실핏줄이 터지고 그 피가 망막을 공격하면 실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망가진 혈관을 재생시킬 계획이다. 또 그는 현재 인공혈액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것은 세계 10대 업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헌혈에 비해 인공혈액을 만드는 경제적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에 앞으로 한번 인공혈액을 만들 때 탱크수조만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해, 생산단가를 현재가격에 맞출 계획이다.

그는“내 혈액형은 모든 사람에게 수혈이 가능한 RH-O형이다”며“이 피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 수혈을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의 수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했다. 정 교수는“어떤 연구든지 사람을 위해 써야 한다”며“앞으로도 실용화가 될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지수 기자  rhehf333@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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