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1일, 일방적으로 이산가족상봉을 돌연 연기했다. 금강산관광 재개에 소극적인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 표시로 보인다. 이로써 25일부터 예정되었던 추석 이산가족 상봉은 무기한 연기됐다. 3년만의 명절 이산가족 상봉이었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되자 갈라진 땅에서 이산가족들은 서로의 생사조차 모른 채 살아가야 했다. 휴전 이후 남북한 정권은 연명했고 적화통일과 반공국시라는 이념 아래에서 가족이라는 단어는 금기시되었다. 2000년에 이르러서야 이산가족문제 해결이 합의되었고 제 1차 이산가족방문단 교환이 이루어졌다. 그야말로 반세기만의 상봉이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정권이 바뀌자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되었다. 북한은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감시를 강화했고 이로 인해 정부차원은 물론 민간차원의 이산가족상봉도 현저하게 감소하였다. 이후 2010년 말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완전 중단된 상태였다. 이산가족들의 심정은 애가 탈 수밖에 없다. 60년 동안 매년 4000명 정도가 죽어가며, 남아 있는 이산가족마저 20년 정도 후에 모두 사망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미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는 상봉신청자들 중 사망자 비율 이미 43%를 넘어선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봉 무기한 연기는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두 번 못을 박는 것이다. 북측은 이산가족이라는 인도적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는 논리를 거두어야 한다. 우리 정부 또한 이산가족상봉이 조속히 재개될 수 있도록 원칙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부정부패했던 국정운영을 반공으로 덮으려던 이승만 정권, 정통성 없는 독재정권을 역시 반공으로 유지시켰던 군사 정권은 이산가족의 슬픔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1985년 <남북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으로 인해 이산가족상봉의 물꼬가 트였지만 현재까지 상봉한 가족들의 구체적인 숫자를 알면 참담하다. 한국전쟁 중 생긴 천 만 명의 이산가족 중 불과 2만1734명만이 서로 만날 수 있었고, 이번 상봉 예정 인원도 96명에 불과했다. 남북이 이념은 잠시 뒤로 하고 정전 이후 꾸준히 행사를 이어 왔다면 이산가족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 정부가 이산가족상봉 재개 시도에 그치지 말고 다시 한 번 극적인 합의를 도출하길 기원한다. 이는 반만년동안 동토에서 살아왔던 동족들이 이념이 들어온지 3년 만에 총칼을 겨눈 결과로, 수십 년도 지난 지금까지 민족의 숙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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