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책 ‘소유의 종말’에서 물질적 소유 시대의 종말을 예고하며, 다가오는 시대는 접속을 통한 공유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즉 소유는 소통을 통한 공유로 치환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우리가 현실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수의 현상들과 징후들은 이미 그의 주장을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역사의 종말, 예술의 종말 등 종말론이 판치는 시대에 또 하나의 종말이 추가되었다고 가볍게 넘기기엔 개인적으로 그의 주장은 매우 설득력 있어 보인다.

효율적인 소통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이라면 그가 종말을 고한 소유의 시대보다는 탈소유의 시대 즉 소통을 통한 공유의 시대가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에게는 능동적 역할을 위해 적합한 환경이 아닐까? 제한되고 경직된 소통방식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의 욕구를 충족 확대하는 데 활약했던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은 소유의 종말과 함께 새로운 존재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결국 그 새로운 존재방식은 새로운 소통형식을 의미할 수도 있다.

소유의 시대가 집중의 시대였다면 다가오는 시대는 분산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집중은 불균형을 초래한다. 그 불균형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부터 순환(소통)의 통로마저 점점 제 기능을 잃어 간다.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은 분산의 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소통 방식은 물론 새로운 순환계를 고민하고 실천적 방안들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디자인계에서는 다양한 실험적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 밀착형, 인간 중심형 소통 방식과 그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새로운 소통방식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통로를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은 소유의 시대에 익숙한 커뮤니케이션 디자이너들에겐 낯설고 어려운 과제임이 분명하다. 한 가지 반가운 것은 다가오는 시대에는 이를 통해 디자이너의 능동적인 커뮤니케이터로서의 역할이 확대되리라는 기대감이다. 그야말로‘인간을 위한 디자인’, ‘ 사회를 위한 디자인’을 꿈꾸어 볼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너무 지나친 낙관론인가?

대량 생산 대량 소비로 대변되는 소유의 시대에 기반을 두고 진화해 온 커뮤니케이션디자인은 제레미 리프킨이 말하는 새로운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은 물론 새로운 역할과 의미를 찾기 위한 실존적 문제들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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