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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공사강행에 삶의 터전 송두리째 뺏겨”
김현우 기자 | 승인 2013.10.28 18:19

밀양시 북쪽 산외면 동화전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안영수씨는 송전탑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한국전력공사(한전)는 그냥 짓고 가면 되는데 우리는 끝까지 안고 살아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밀양시 동쪽 단장면 송전탑 89기 공사현장 진입로를 막고 있는 보라마을 박씨 할머니도 “8년째 한전과 싸우고 있다”며 “평생 동안 농사만 지어왔는데 송전탑이 들어오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8년전 시작된 송전탑 논란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의 52기의 765kv급 송전탑이 밀양시 북쪽 부북면, 상동면, 산외면, 단장면을 관통해 들어설 예정이다. 해당 마을 주민들은 각자 자신의 마을 송전탑 진입로를 막고 집회와 문화제를 반복하며 싸우고 있다. 밀양 주민들에 동조한‘외부세력’들도 꽤나 많았다. 울산에서 온 한 직장인은“신고리 원자력 발전소가 울산에 유치되게 됐다”며 “진작에 원전을 막았다면 밀양주민에게 피해를 끼치진 않았을 것”이라며 그
것 때문에라도 매 주말마다 밀양에 온다고 설명했다. 밀양 송전탑은 단순한‘님비’현상으로 설명해내기엔 사안이 너무나 방대하다. 신고리에 추가로 건설되는 원전은 물론이거니와 송전탑에 반대하는 이들에게 종북프레임을 씌우는 일도 부지기수다. 한동안 논란이 된 ‘원전마피아’와‘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또 외부세력들이 개입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한편,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과 관련, 당시 변준연 한전 부사장이“2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15년까지 신고리원전이 가동되지 않으면 금액의 0.25% 정도를 페널티로 물게끔 계약상 명시돼 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었다. 즉 원전 수출 때문에 밀양 송전탑 공사를 강행해야 한단 말이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원전수출을 위해 밀양 주민들을 희생하고 있는 것이냐”며 반발한 일도 있었다. 지난 2007년부터 한전이 정부에 송전탑 건설승인을 받은 이래 시작된 밀양 송전탑을 둘러싼 갈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올해 6월, 정부 권고로 결성된 전문가협의체가 한전과 밀양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참고해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으나 이 또한 대필, 베끼기 논란이 일어 국회 채택이 무산됐다. 이후 한전은 공사강행 의지를 수차례 밝혔고 결국 이번 달부터 공사가 재개됐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다시 공사현장에 나가 건설인부들이 들어오는 입구를 막는 등의 활동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돌아온 것은 하나의‘폭력’이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희생 강요란 폭력 말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원회 (반대위원회)이계삼 사무국장은 <경남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국가단위의 단체 패륜’이라 일컬었다. 언론발 외부세력개입과 종북 논란, 국가발전저해라는 공기업의 언론플레이속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인들의 존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보상도 필요 없다. 송전탑도 필요 없다. 이야기하자.
산외면에 위치한 제4공구 야적장에서 피켓시위를 하던 동화전마을 안씨는“보상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금껏 살아온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생겼다”고 밝혔다. 한전은 가구당 5백만원의 보상과 각 마을에 발전기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이 지금껏 먹고 살아온 방식은 농사다. 무엇보다 농사지을 땅, 토지가 중요한데 그 토지를 포기하라고 한다. 한평생 같은 땅에서 농사만 지어온 노인들에게 다른 곳에 농사를 지으라고 말하는 것이다. 안씨는“애초부터 5백만원으로는 마을 주민들의 재산피해를 보상할 수 없다”며 “집 위로, 마을을 둘러싸고, 평생을 일궈온 논밭으로 송전선이 지나가는데 건강문제도 걸리고 농사도 더 이상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씨는 송전탑이 시작되는 신고리 원전과 관련해 방사능폐기물 문제도 지적했다. 방사능폐기물은 점점 늘어만 가는데 이를 처리할 방법이나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안씨는“원전이 이대로 늘어난다면 후손들에게 방사능폐기물만 남은 땅만 남길 것”이라며 “제아무리 발전비용이 상대적으로 다른 방법보다 저렴하다고는 하지만 원전이 가진 문제점은 가격으로 책정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반대위원회는 공중파 TV토론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전에서는 어떤 이유에선지 지역방송국인 창원KBS에서 토론을 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반대위원회 관계자는“한전은 공중파, 조중동 등 메이저 언론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입장만 사람들에 알리고 직접 토론은 삼가고 있다”며 “여론을자신들에게만 유리하게 돌리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현우 기자  withtmac@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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