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마약에 필적하는‘중독물질’이자 사회의 안녕과 공공선을 거부하는 ‘사회악’이 됐다. 콘텐츠산업부흥과 창조경제를 외치던 황우여 대표는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그리고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며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지하드’의 첫 칼을 뽑았다.

황 대표의 발언 이후, 창조경제의 첨병인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졸지에 사회악을 양산하는‘약쟁이’가 전락했다. 정신과 전문의이자 이 법을 발의한 신의진 의원은“모든 게임이용자들이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하려는 음모”란 공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중독 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에 게임이 포함될 정도로 게임중독의 문제가 심각한가. 답은‘글쎄’다. 현재까지 의학적으로 규명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을 하면서 ‘생활을 잃은’사람들이 간간이 보이긴 한다. 신 의원은 “술, 도박, 마약, 게임 중독을 이유로 생활을 잃어버린 환자들을 국가차원에서 치료하기 위해 이와 같은 법률을 만들었다”며“게임중독에 해당되는 사람은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사람에 한한다” 고 최근 블로그를 통해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임과 생활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직접적 인과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은‘일반화의 오류’겠다. 반례가 충분하니 말이다.

한때 무한경쟁에 지친 이들을 위해 한동안 ‘힐링’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게임이 기존 힐링과 같이 이야기를 들어주며 사용자를 치유하는 개념은 아니겠다. 그래도 게임은 24시간 언제든 찾아갈 수 있고, 한번 실패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냉혹한 현실이 아니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져 있는 것이다. 또 모두가 동일한 출발선상에서 시작한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주변사람들에 인정을 받는다. 잠시 현실을 잊고 이러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 오늘도 이용자들이 로그인 하는 것은 아닐까.

신의진 의원도 이용자들이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게임업계와의 토론자리를 조만간 마련할 것으로 밝혔다. 그런데 황당한 것은 이 법이 지난 4월 30일에 발의됐단 것이다. 사회에 알려져 논란이 된 것은 지난달 7일,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 직후였다. 차라리 4월 발의 전에 게임업계와 정치인, 이용자들의 사전토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임에서 힐링을 찾는 지금 사람들과의 소통자리와 사회의 해결의지가 있었다면 이 안건은 더 깔끔하고 신속하게 해결됐을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자극적인‘꼰대, 초딩적 발상’등의 공격이 오가고 있다. 지난해엔 “게임을 많이 한 사람이 사람을 죽였다”란 책임 전가형 기사를 꾸준히 내보낸 언론들이 있었다. 게임이용자두뇌가 마약, 도박중독자와 비슷하다는 근거 없는 연구결과도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닌다. 소통이 없고 근거없는 욕설과 비하가 난무한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던‘트롤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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