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 선거 때마다 매번 자극적 단어가 등장하고 법리적 판단이 학우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번 선거도 마찬가지다. ‘학우들의 알 권리’란 미명하에 생긴 ‘정치 및 단체 가입여부 명시’란 선거시행세칙이 <열혈건대> 선거운동본부(선본)의 발목을 잡았고 <the 청춘> 선본은 ‘비정치 프레임’을 가져갔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선본의 정 후보와 부 후부 모두 당원인 것을 이용한 셈이다.

이어 ‘정책설명회 녹취 사태’가 발생하자 <열혈건대> 선본은 ‘도청’ 프레임을 꺼냈다. <the 청춘> 선본원이 정책설명회에 참석해 이를 녹음한 것을 두고 <열혈건대> 선본장은 ‘불법도청’이란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학우들은 이 녹음이 ‘도청’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를 가지고 <건대신문> 페이스북에서 반쪽짜리 ‘법리적 공방’을 벌였다. 양 선본의 공약은 실종된 채 ‘도청’만을 가지고 벌어진 논쟁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중선관위)가 선거기조로 채택한 “비방 없는 아름다운 선거”와는 거리가 멀었다. 총학생회 선거양상은 지금 ‘혼탁한 프레임싸움’으로 포장돼 각종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귀태’, ‘다카기 마사오’, ‘망국적 포퓰리즘’ 등 자극적 단어로 대표되는 ‘프레임 전쟁’이 우리대학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발발한 것이다. ‘틀 짓기’는 하나의 현상에 자극적 단어를 붙여 여론을 유리하게 형성하려는데 목적이 있겠다. 설사, 그것을 의도하지 않은 것이라도 자극적 단어의 사용은 공중에게 강한 화살로 머릿속에 꽂히게 된다.

프레임싸움을 거는 것 자체만으로도 공약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은 사라진다. 프레임싸움은 유권자들로 하여금 공약보다 ‘공약의 의도가 불순하다’는 극히 주관적인 추측만을 가지고 투표에 임하게 만든다. 또 이는 ‘공약에 상관없이 특정 이슈에 대해 같은 견해를 가진 후보자를 찍는’ 유권자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공약에 상관없이 ‘깃발만 꽂으면 이긴다’란 말이 괜히 정치권에서 도는 것이 아니다.

양 선본이 서로의 공약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과 논쟁이 있었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자극적 단어’란 포탄을 쏟아 붓는 프레임전쟁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이지 않은 선거시행세칙은 중선관위의 섣부른 해석을 불러오고 모호한 부분은 ‘표현의 자유’와 상충된 규정이 있는 기존 공직선거법을 참조한다. 선본은 자신의 프레임을 주장하고 이들을 지지하는 학우들은 이를 뒷받침할 법을 끌고 온다. 지금과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한 수준이다.

학우들은 프레임이 지배하는 선거에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오죽하면 <낭만건대> 총학생회 연임을 요구하거나 내년 3월 보궐선거에서 투표하겠단 이야기가 나오고 있을까. 2014년 총학생회가 건설 여부는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우들에게 투표를 해달라고 권유하는 것은 가식적인 멘트로만 들릴 뿐이다.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프레임과 관계없이 공약에만 집중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우리대학에서 일어나기 바라는 것은 무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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