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진짜 사랑’이란…… 아마도 어떤 초월적인 감정이다. 절대 우리 같은 인간은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우리가 지금 하고 있을 리가 없는 그런 감정이다. 당신의 애인이 당신에게 지금 자신과 진짜 사랑을 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어쩔 수 없이 당신은 “응, 진짜 사랑하지”하고 말하겠지만…… 과연 당신은 정말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할까?

복잡하게 밀고 당기고 계산하기 싫은 당신은 언젠가 한 번쯤 아무 생각 없이 사랑에 퐁당 빠져버린다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사랑은 절대로 마음 편하게 즐기고만 있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생각한다, “상대와 내가 천생연분이었다면 이렇게 다툴 리가 없어. 그래, 다음에는 나의 천생연분이 나타날지도 몰라.”그리고 떠오르는 질문이 우리를 설레게 한다“, 다음 상대는 누굴까?” 바우만은 현대인들의 관계를 ‘리퀴드 러브’라고 정의한다. 신호등 때문에 조금 빨리 걷는다 싶으면 ‘나 나갈래, 나 나갈래’ 소리치면서 컵에서 흘러 넘쳐 당신의 손을 적시는 커피와 같이, 우리의 사랑은 한 곳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자꾸만 움직이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정한 사랑을 바라면서도 다음 사랑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세상에 잠재적으로 나와 당신의 연애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다면 어떻게 한 사람에게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겠는가? 한 번뿐인 인생, 이 사람과 내가 맞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언제든 내가 빠져나갈 틈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우리의 관계는 느슨할 필요가 있다.

사귀어 보지 않으면 상대방과 내가 맞는지 어떻게 알까? 안 사귀어보고 후회할 거면 차라리 사귀어 보고 후회하기로 한다. 그리고 혹시나 환불해야 할 수도 있으니 좋다고 매직펜으로 자기 이름을 써놓는 것은 피하기로 한다. 단순 변심으로는 환불이 안 된다고? 괜찮다, 잘 찾아보면 문제가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 환불 사유는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합리적인 소비자처럼 사랑을 하고 있다.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인내심을 갖고 상대방과 함께 사랑을 천천히 빚어가는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다르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서 고치거나 바꿔야 한다. 그리고 이런 태도로 사랑을 하다 보니 외로울 수밖에 없다.

다시 생각해보자. 지금 우리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 우리는 왜 이렇게 우리의 사랑에 만족하지 못할까? 언제쯤 우리의 외로움이 사라질까?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저 천생연분을 기다리고 있을 뿐인 우리는 사랑의 만족감 말고는 관심이 없는지도 모른다. 알랭 드 보통이 쓴 어느 소설의 한 구절처럼‘, 그의 사랑 고백은, 앞으로 혼자 밤을 보내야 하고 또 신경질을 부릴 대상이 없어진다는 걸 깨달은 남자의 반사적인 반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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