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무기, 똘레랑스.’ 정치학자 필리프 사이에가 쓴 책의 제목이다. 그는 참된 똘레랑스를 “나의 자유를 인정할 뿐 아니라 남의 자유를 인정하는 하나의 윤리”라 말한다. 관용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인 다원주의와 일맥상통한다는 뜻이다. 그의 말을 빌려 우리 민주주의를 평한다면 어떨까. ‘무기를 잃은 껍데기 민주주의’가 적당할 것이다. 진보세력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국정원의 댓글들. 정당해산청구를 통해 사상의 자유까지 개입하겠다는 행정부의 독단. 이 같은 일이 백주대낮에 벌어지는, 그야말로 불관용의 시대다.

과거엔 ‘민주주의의 무기’를 선배들이 앞장서서 지켰다. 그러나 우리의 현주소는 어떤가. 불관용의 시대 앞에서 침묵하기 일쑤다. 외려 우리의 일부는 불관용 시대의 선봉장을 자처했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유린하는 극우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우리 대학 대표자들이 저지른 몰지각한 만행이 그것이다.

지난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시대착오적인 ‘사상검증’이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에게 소속정당 및 소속종교를 의무적으로 명시하라고 한 것. 이는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어긋나는 처사다. 더욱이 이석기사태의 여파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여론이 불리한 상황이다. 공약과 정책이 아닌 외부적 요소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다. 득과 실이 분명한 상황. 그러나 중선관위 위원 중 반대는 단 한표도 없었다. 대다수가 비운동권 성향인 중선관위의 일방적인 비운동권 밀어주기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실제 <더 청춘>은 소속 정당이 없었다. 이 뿐이 아니다. <더 청춘>은 ‘정치세력에 흔들리지 않는 총학생회 건설’을 슬로건으로 우회적 네거티브를 자행한다. 그 결과 3배에 가까운 역대 최다 표차로 <열혈건대>를 좌초시켰다. 이만하면 환상의 팀워크다.

중선관위는 ‘사상검증’을 ‘학생들의 알 권리’라 포장했다. 어불성설이다. 어째서 소속 정당이 학우들의 알 권리인가. 기준도 범위도 너무나 불명확하다. 이 소식을 접한 후배가 비꼬며 말한다. “나는 혈액형별 성격분류를 믿으니 혈액형을 기재해야 한다.”고. 명분도 없었다. 중차대한 일을 여론수렴절차 없이 독단적으로 행한 까닭에서다. 이와 같은 내용을 중선관위에 이의제기를 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최근에는 총학생회장 당선자가 ‘다함께’ 대자보를 무단으로 철거했다고 한다. 일부 학생들이 자신을 비판하거나 다른 정치성향을 주장한다고 한들 이를 박탈할 자유는 누구에게도 없다. 더욱이 비판의 소리에 귀 담아야 할 총학생회장이다. 이만하면 기본소양과 자질의 문제다. “총학생회장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총학생회장 당선자가 선거운동 때 즐겨 쓰던 구호다. 답해주고 싶다. “가장 악랄한 불관용의 정치, 맨 앞에 서계십니다.” 라고.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