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고려대학교 주현우씨가 쓴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전국에 있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응답을 보내고 있다. 이에 우리대학 몇몇 학우들 또한 그의 물음에 ‘응답’ 하고 있다.

한편, 지난 14일 제1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부착된 대자보들이 마구잡이로 훼손된 상태로 발견됐다. <건대신문>에서는 희망하는 학우들에 한해 그들의 자보를 받아 전하기로 했다.
 

현우학우, 그리고 수많은 학우들의 대자보를 보고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정치에 그리고 세상에 조금씩 무관심해져가고 있었는데. 정말 간만에 많은 생각했네요.

그러면서 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습니다.
'나는 과연 안녕한가!'

꿈을 위해, 또 목표를 위해 제 삶에 충실하다보니 이게 안녕한 줄 알았습니다.

누군가는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던지고,
누군가는 국민들을 위해 이 엄동설한에 밖에 나와서 하루종일 시위를 하고,
누군가는 또 누군가를 위해 힘쓰는데, 아파하는데 저는 저 살기 바빠서 외면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을, 세상을, 사회를 외면하면서 저만을 위해 산다는 것이
과연 안녕한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안녕하지 못 했고, 안녕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안녕하지 못 합니다.

여러분들은 안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살기 바빠서, 오직 나에게만 초점을 맞추느라 놓쳐서는 안 될 것들을 놓치고 외면해버리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어떤 사고, 가치관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이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며 관심가져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저는 용기가 나지 않아 익명으로 씁니다.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먼저 용기를 내준 많은 분들께 너무나도 고맙고 미안합니다.
그 용기들을 응원하고 응원합니다.

저역시 제 나름의 방식으로
저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
열심히 응원하고 지지하고자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들이 서로에게 위로이자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힘,냅시다.
그리고 우리 모두 안녕합시다.

-예술을 전공하는 어느 학생 드림.


그 동안 공공부문 운영이 비효율적이었던건, 아마도 떨어져가는 수익성에도 불구하고 보너스잔치를 벌였던 공기업 임원들의 썩어빠진 정신과, 그들에 대한 무리한 사내복지, 돈이라는 신기한 물체에 정신이 나가버린 사람들의 비리로 얼룩진 사업계약추진,
미래를 내다보지 않은 그저 보여주기식의 비효율적인 시설투자와 계산되지 않거나 혹은 잘못 계산된 공기업들의 무리한 해외투자, 그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효율저하 등이 반복되었던 악순환의 결과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 누가 와도 '공공부문 효율성 제고'같은 것들은 꿈꿀 수 없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런 공공부문 비효율성의 원인을 찾아내고,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개선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세수는 절약될 수 있을 것이고, 이것들이 좀 더 효율적인 분야에 사용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습니다. 과연 현 정부는 이러한 개선노력을 하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까? 알고 있는데 무시하는 겁니까, 아니면 일반인들도 아는 걸 몰라서 안하고 있는 겁니까?

왜 이런 일련의 과정들도 없이 무조건 '민영화를 통해 공공부문을 시장의 자유경쟁 체제 속으로 편입시킴으로써 지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겁니까? 정말 민영화가 답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돈에 눈먼 민간사업자들이 공공재 부문을 점유했을 때 그것들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국민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신적이 있으십니까?

애초에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신중한 접근과 공기업 운영의 투명성만 확보했어도 한해 발생하는 재정적자 폭은 크게 줄어들었을 겁니다.

저는 국민들이 힘들게 일해서 힘들어도 꼬박꼬박 납부했던 세금을 가지고 방만한 운영을 하면서 재정적자폭을 키웠던 정부에서, 자신들의 무능함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국민들에 더욱 더 짐을 지움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이 상황이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왜 국민이 주인이라고 이야기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들의 목소리가 무참히 탄압당해야만 하는 겁니까?

왜 공공부문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동자 8000명이 하루아침에 직위해제가 되어야 합니까?

왜 우리 국민들은 선거때만 되면 국민의 종이 되겠다고 이야기하던 국회의원과 대통령이 당선 이후에 는 바뀌어버리는 거짓말에 매번 놀아나야 하는 겁니까?

잊으셨습니까?
박근혜대통령님, 당신은 분명, 지난 대선 당시 트위터에 당신이 당선되시면 공공부문에 대해서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이야기는 루머라고 하셨습니다.
또 한 TV프로에 출연해 국민들과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는 것이 가장 나쁜 정치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그럼 이제 당신께서는 당신을 믿고 투표해준 수많은 국민들 앞에 스스로 거짓말을 한 '가장 나쁜 정치인'이 되시겠다는 겁니까?

노인연금, 반값등록금, 이외에도 시도되기도 전에 사라져버린 수많은 공약들..
소통과 신뢰의 정치..
당신께서 약속하신 정치는 어디에 있습니까? 이제 우리 국민들은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합니까?

철도민영화에 대한 철도노조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님, 당신께서는 이제 그만 철도노조에 대한 탄압과 철도의 민영화를 그만두시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십시오. 그리고당신의 말씀대로, 국민들과 소통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치를 해주십시오.
그러한 정치가 이루어질 때에야 말로, 우리 국민들은 모두가 '안녕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영어영문학과 09학번 이상헌


<Re : 안녕들 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치외교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박현수입니다. 저는 정치외교학과 학생이지만, 소위 말하는 ‘운동권’은 아닙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중도에서 시험공부를 하던 여러분들과 같은 그저 평범한 대학생입니다. 먼저, 이 글을 쓰기에 앞서, 스스로 반성하게 됩니다. 우리 집도 못사는 데, 무슨 자본주의 시스템이 어쩌고, 우리나라 정당정치가 어쩌고, 이런 거 배워봤자 무엇을 하느냐?, 일단 내가 잘되고 나서, 그 다음 우리 사회를 걱정해야지. 시스템을 바꾸려거든 꼭대기에서 바꿔야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 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정치학을 배우면서, 내가 배운 지식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위해 사용될 수 있다고 자랑스러워하면서도, 한 번도 정치학도로서 실천 해본적은 없었습니다. 그저, 페이스북에 좋아요, 댓글 몇 개를 달며, 자기합리화 하였습니다. 또한, 정치를 배우면서도,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시선이 두려워 정치문제 이야기하기를 회피하고, 이렇게 페이스북에 글 쓰는 것조차 꺼려하였습니다. 대중들이 정치를 외면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를 멀리하게 될 때, 우리 사회의 엘리트 계층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통치하고, 대중들의 이익은 실현되지 못함을 수업시간에 배워서 잘 알고 있음에도,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번, 고려대 대자보를 통해, 학생 사회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지고, 사회의 변혁을 일으키는 시초가 됨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가 이렇게 커다란 울림을 줄 수 있다니.... 저도 이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철도 민영화 파업으로 인한 직위 해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책임자 처벌 회피, SBS, KBS, MBC, 종편, YTN 등 정부의 언론사 장악, 경제민주화 공약 시행 파기 및 대기업 위주의 성장일변도 정책은 분명 잘못되었다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론의 장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형성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탄압하고 정부와 다른 의견을 내면, ‘종북 좌파 몰이’로서 응수하는 것은 치졸하다고.
지금 저는 중학교 2학년 여동생이 있습니다. 우리 동생이 10년 후 취직을 위해 얼마나 힘들어할지 눈에 보입니다. 저는 운이 좋아서,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도 있지만, 우리 동생은 아직 어떤 대학에 가게 될지도 모르고, 대학에 와서도 토익, 토스, 학점, 공모전, 자격증, 봉사활동 등 스펙 쌓기를 얼마나 해야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정규직’에 채용될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 만약, 동생이 정규직으로 채용되지 못한다면, 혹은 힘겹게 되더라도, ‘쌍용차 해고’, ‘한진 중공업 사태’, ‘철도 민영화 반대로 인한 직위해제’와 같이 하루아침에 정리해고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작금의 사태가 나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비정치적인 것이, 가치중립적인 것이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저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은 지식인 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장, 시험공부를 멈추고, 도서관에서 나와 집회를 하러 나가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시대의 역행에 맞서,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격’은 어떻습니까?

P.S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단, 열 사람의 한 걸음으로.’

-정치외교학과 12학번 박현수
 

안녕하지 못합니다

안녕하십니까? 다른 대자보들은 대부분 손글씨지만 제 손글씨가 좋지 못해서 이렇게 타이핑하게 되는 점 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저는 경영대의 12학번 학생입니다. 고려대에서 던져진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전 안녕하지 못합니다.

일단 제 자신에게 안녕하지 못합니다.
눈 앞에 던져진 시험, 당장의 즐거움을 위한 책상 앞에서의 웹서핑을 하면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쏟아져 나오던 박근혜 대통령과 현 정권에 대한 많은 기사들. 페이스북에 포스팅되던 수많은 촛불 집회들. 그것들을 보고 느낀 것이 있으나 행동하지 못한 제 소시민적 태도 때문에 불편합니다.

그리고 양쪽의 태도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왜 지금 서로를 좌우로 갈라서 싸우거나 혹은 관심조차 없습니까? 왜 스스로를 보수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책에 보수적이지 않고 현 정권에 보수적입니까? 오히려 진정한 보수라면 민주주의 체제를 보수적으로 검토하고, 본인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더욱이 현재 진행하려 하고 있는 철도민영화와 가스민영화에 대해 검토해보고 반대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민영화가 진행되어서 손해를 보지 않을 정도로 소득분위가 높은 계층이 얼마나 되기에 민영화마저 눈을 감습니까? 스스로를 진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의 태도도 옳지 못합니다. 보수세력이 진보세력의 말을 무시한다고 똑같이 그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주장을 내세우면서 욕설을 한다면, 현재 상황이 바뀝니까? 현재 집권층이 보수적인 마당에 진보가 자기 할 말만을 내세우고, 자신들의 근거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는다면 지금 흔히 행해지고 있는 ‘빨갱이로 몰아가기, 좌좀으로 몰아가기’에 당하기 십상입니다. 진정 변화를 원한다면 보수세력과 싸우지 말고 대화하고 설득하십시오.

그리고 현재 정국에 안녕하지 못합니다. 여러 시민단체의 요구와 권은희 전 수사과장의 자백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국정원 선거개입은, 시민들의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고 강한 기본권의 근간을 흔든 사건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시민들은 평소에 정치에 관심을 자세히 가지기는 힘듭니다. 당장 우리만 해도 지금 시험기간이기에 시험공부 때문에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지 않습니까? 이렇게 바쁜 시민들도 기본적이지만 아주 강하게 행사할 수 있는 정치적 권한이 선거권입니다. 그런 선거권을 해치면서 당선되고 구성된 정권은 설령 박근혜 대통령이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결과적으로 경제 발전을 가져온다고 하더라도, 시대를 역행하는 것입니다. 일부 보수라 칭하는 사람들은, 아직 1년밖에 안됬으며 우리 대통령이니 욕하지 말자, 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공약을 얼마나 지켰는데 지금 대통령만 욕하느냐, 하십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단순히 박근혜 정권을 감싸주기 위한 모자란 말입니다. 어느 대통령이 되었건, 어느 사람이건 단순한 욕설은 당연히 자제해야 하는 것이며, 취임한지 얼마 안 된 대통령일수록 시민들과 여러 단체의 피드백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위에 선거권과도 연결되는 일이지만, 공약을 지키지 않는 행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비판받아야 마땅하며, 박근혜 대통령이 위 대통령들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내건 공약들과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공약을 지키지 않는, 지키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 행위는 공약을 보고 소중한 선거권을 행사한 시민들을 우롱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우리가 어떤 기업에서 의사결정자가 되건, 혹은 회사에 들어가게 되어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건 간에, 우리가 살아갈 한국이라는 사회가 V for Vendetta에 나오는 탄압의 시대가 된다면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꼭 영화속 세상이 아니더라도 4.19, 5.18, 6월 민주 항쟁때의 대통령들이 정치할 때처럼 시대가 역행한다면, 우리는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마틴 뉘밀레가 나치 하의 경험을 토대로 썻던 글에서처럼, 본인의 일이 아니라고 하나 둘 방관하는 순간 권력은 스스로 커지고 부패할 것이며, 마침내 여러분들에게 찾아왔을 때 여러분 곁에는 여러분을 지켜줄 사람이 남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모두 안녕한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보다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시고, 보다 자신의 생각을 시간을 내어서 한번 더 검토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경영학과 12학번 김재경, ‘안녕들하십니까’에 ‘V for vendetta'를 감상하고 응답하며 

 

어두운 시대에 즈음하여, 학우님들께 말합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계신 학우 여러분, 안녕들 하십니까. 라는 글이 근간의 화제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여쭙고자 합니다. 안녕들 하십니까?

시험기간이지요. 학기말 고사 준비로 바쁘시겠지만, 부디 제 말 좀 들어 주십시오. 얼마 남지 않은 12월 19일. 1년 전 이 맘 때를 떠올려 주시겠습니까? 경찰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없다'라는 긴급발표를 내 놓고, 모 후보는 지지층 결집을, 모 후보는 심대한 타격을 입은, 바로 그 날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지난 1년간, 안녕들 하셨습니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200여 만 개의 트윗이 국정원에 의해 조직적으로 작성되어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다른 후보를 비방하는데 사용되었다는 증거와 검찰 발표가 있었습니다. 검찰의 수사독립을 말하던 검찰총장이 사생활과 관련된 루머로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자신의 목을 걸고, "윗 선의 지시가 있었다"라는 양심고백을 한 경찰이 있습니다. 군과 국가보훈처가 개입한 증거가 확보되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은 투표입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우리의 작은 꽃들을 짓밟은 세상에 이토록 담담하게 서있습니다.

바쁘시죠.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 말하시죠. 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의견입니다. 지금 이대로 흘러가도 좋다는 암묵적 동의의 표현입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가 흔들리고, 정권에 비판적인 발언을 하면 그 사람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만큼 우리의 자기검열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바야흐로 공포정치의 부활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주장하는 노동자들과 그 지지자들은 붉은 색 페인트가 칠해져 종북좌파 세력으로 프레이밍 됩니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학우 여러분. 진정 안녕하십니까?

국회 청소 노동자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대우,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붉은 프레이밍이 그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십니까? 저 노동자들을 우리는 그저 지켜보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들은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입니다. 학우님은 정규직으로 취업할테니, 혹은 저 직종에서 일하지 않을테니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분명히 말합니다. 당신도 나도, 노동자가 됩니다. 그리고 국가의 기간사업, 의료, 금융, 사회적 서비스를 이용할 것입니다. 노동권을 보장하고, 기간사업의 민영화를 막는 일은 지금 우리가 공부하는 토플 단어 한 개, 전공 공부 한 줄보다 훨씬 우리에게 가까운 가치일 것입니다. 전태일이 죽음으로 말 한 그 가치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 주식회사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막는 투쟁에 함께 해 달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포기하거나 체념하지 말아 주십시오. 끝까지 지켜보고 비판적 시각으로 정부와 자본을 감시하는 역할만은 포기하지 말아주십시오. 국가가, 권력자가 두려워 하는, 당당한 시민으로 남아주십시오. 저항권을 포기한 시민을 두려워하는 정부는 없습니다. 촛불은 들고 물대포에 맞서진 못하더라도, 마음만은 함께 해 주시길 바랍니다.

 

2013.12.13 김경민

 

우리 모두의 안녕을 위하여

최근 고려대학교 주현우 학생이 우리 대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안녕들하십니까?” 저는 그 물음이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사실 우리 대학생들에게 안부를 물은 사람이 주현우 학생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른바 ‘힐링’을 해준다며 우리에게 안부를 물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결론은 한결 같았습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랍니다.

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하지요. 그래서 수많은 우리 대학생들은 ‘우리가 안녕하지 못한 건 원래 당연한 건가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그 많은 고생을 선택한 적이 있단 말입니까? 왜 청춘은 항상 아파야 한답니까? 미친 경쟁교육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청년실업,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수많은 소외들. 우리는 이 고통들을 원한 적도, 돈주고 산 적도 없습니다. 진정한 문제는 오히려 우리를 강제로 경주대에 서게 하는 이 미친 시스템입니다.

바로 이런 미친 시스템에 도전하는 철도 노동자들이 수많은 학생들을 깨웠습니다. 이 세상에는 자본의 축재수단이 돼서는 안될 것이 있다는 것을 그들은 우리에게 알려주었습니다. 확실한 철도안전과 낮은 철도요금, 그리고 철도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기업의 이윤보다 더 중요하다고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 그것은 이윤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가장 단순한 진리를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파업은 그 진리에 물질적 힘을 불어넣었습니다. 거짓과 기만으로 가득 찬 이 정부가 온갖 악랄한 수사를 다 동원해서 이 파업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결국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은 노동자들의 현재와 우리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투쟁입니다.

물론 우리 학생들이 반드시 노동계급이 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중간관리자가 되고, 누군가는 고시에 합격해 고위 관료가 되기도 하겠죠. 그러나 대다수의 우리는 이 기막힌 자본주의 체제의 희생양이 될 것입니다. 피같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졸업하는 우리 중 열의 하나 정도는 백수가 될 것이고, 취업하는 우리들 중 열에 여섯은 비정규직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간신히 이 모든 것을 넘어 꿈의 정규직이 된다 하더라도 실적 경쟁과 해고 위협에 시달리며 평생을 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경제위기 때마다 우리의 복지와 임금과 고용이 공격받는 걸 감내 해야겠죠.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싸우면, 그리고 열심히 연대하면 뭔가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게 있지 않을까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세상을 변화시켜온 것은 지배자들의 도덕심과 양심이 아니라 억압받는 사람들 자신의 투쟁이었습니다. 오늘까지 많은 학생들이 “안녕들하십니까”의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너도나도 안녕하지 못하답니다. 이제 우리 여기에서 한 발만 더 나아가봅시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안녕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고 외칩시다. 사람보다 이윤이 먼저라는 이 미친 체제의 논리에 맞서 우리의 안녕을 지킵시다.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회원 사학과 4학년 김소망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제 자신을 속이지 않겠습니다.>

지난 10일 고려대에는 여러분들에게 ‘안녕하십니까’라 묻는 대자보가 붙여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소식을 들으신 분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대자보를 쓴 그분은 형사에게 조사를 당했다고 합니다. 철도노조 쪽 사람이라서 이런 글을 쓰고 모임을 만드는 게 아니냐고요. (13일, 오마이뉴스 보도 goo.gl/SX74Y2)

여러분은 안녕하십니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고려대의 그 사람은 수천 명이 일거에 해고당하고, 송전탑에서는 사람이 죽어간다고 소리 한 번 질렀을 뿐입니다. 그것도 가장 투박한 손 글씨 대자보라는 방식으로요. 그런데 형사가 찾아오고 조선일보는 기자의 이름을 숨긴 채 ‘팩트가 틀렸다’며, ‘진보신당(현재 명칭은 노동당)’이라며 그 사람을 왕따 시킵니다. (12일과 14일, 조선일보 인터넷판 ① goo.gl/GCwS8s ② goo.gl/Dortg6)

저는 이 글로 주목을 끌고 싶지 않습니다. 고려대에서 했으니 나도 따라 해서 또 다른 스펙을 쌓아보겠다는 생각 없습니다. 속이 천만근 쇳덩이에 눌린 것 마냥 터져 나갈 것 같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폭력과 조롱이 제 마음 속 쇳덩어리를 내려찍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단지 울어터질 것 같은 제 속마음을 들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저는 지금 4학년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기자가 되려고 마음을 먹은 지 1년 반입니다. 어떤 직장과 다름없이 기자가 되기도 무척 어렵습니다. 한 언론사에서 3명, 많아야 10명을 뽑는 상황에 수백 대 1이라는 경쟁률이 발생합니다. ‘언론고시’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저는 그저 제가 가장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지만, 제 앞에 놓인 저 숫자는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나름대로 스펙을 쌓아보겠다고, 언론사에 필요한 인재가 되어보겠다고 발버둥 쳤습니다. 이름대면 알 법한 잡지의 학생리포터였고, 일간지의 객원필진이고, 기사로 상도 받았으며 제 2 외국어권에 교환학생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도 불안합니다. 제가 기자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그 누구도 취업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제 마음 속에 기자를 하려 했던 초심은 간 데 없고, 어떤 스펙을 더 쌓아야 할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바라마던 내가 사라졌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 너무나도 공허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저는 수업에서, 학교에서, 대외활동에서 너무나도 존경스러운 여러분들을 수없이 만나고 뵈었습니다. 저보다 학점이 좋거나, 대외활동을 더 많이 했거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계십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선배들 중에 하반기 공채에 붙은 사람은 다섯 손가락에 꼽습니다.

이 중에 마음 속 깊이 아무 걱정 없이 안심하고 행복하신 분이 계십니까. 정말 안녕하십니까?

저는 안녕하다고 제 자신을 속여왔던 걸 더 이상 하지 않으렵니다. 전 안녕하지 못합니다. 지금 도서관 밖에서 사람이 죽고 있고, 억울한 일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 신경도 쓰지 못합니다. 해고당하는 저 사람들처럼 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공부합니다. 왜 우리가 자기 자신을 속이고, 서로를 지워가면서까지 불안해야 합니까.

정말 이렇게 살아야만 합니까? 물론, 저도 대책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그저 이대로 있기엔 너무 안녕하지 못합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함께 이야기합시다. 대자보를 붙이시거나, 메일로

연락 주세요. 어떤 종류의 비난과 비판도 환영합니다.

건국대학교 생명과학 09 정현 ㆍ kkuwearenotokay2013@gmail.com



 

 안녕들 하시냐길래 올 한 해 내삶을 돌아봤어요. 지긋한 사계절을 말이죠.

봄에는 학점을 땄어요. 공부를 한 적은 없고 학점을 땄죠. 상대평가는 '상대'를 고꾸라 뜨려야 이기는 제도에요. 꽃구경도 축제도 제쳐놓고 공부만 했는데 B+이 떴어요. 멱살만 안 잡았지, 선생님과 싸웠어요. 학점은 바뀌지 않았어요. "상대 평가여서 어쩔 수 없다네. 네 학점을 올려주면 누군가는 내려가." 평점이 4.0이 넘는데 장학금과 거리가 멀어요. 이 학교에는 학점 괴물들이 살아요. 난 고꾸라진거죠. 누군가 머리위에서 나를 짓밟았네요. 봄바람이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잎과 함께 학자금 대출 이자가 연체되었다는 문자가 찾아왔어요

여름에는 토익 공부를 했어요. 새벽 여섯시면 눈을 뜨고 강남역을 향해 갔어요. "이번 역은 강남, 강남. 쯔기노모데세끼가 강남, 강남이끼데쓰. 줘빵빵메쉬..." 이 소리를 들으면 머리에 종이 떙땡땡 울렸어요. 이른 일곱시 반의 파고다, 모국어를 듣기도 전에 "디렉션, 인 디스 파트...", 자정까지 스터디. 해변이고 나발이고 딕테이션, 쉐도잉. 다가오는 월말, 해커스, 모질게, 시나공, 유수연과 한승태, LC를 푸는데 매미가 시끄럽게 울어요. 이번에도 900점을 못넘으면 저는 사람 취급을 받을 수가 없어요.

가을 바람이 불 때, 나는 편지를 쓰지 않고 자기소개서를 썼어요. 자기 속여서 쓰는 자기소개서에 진짜 '나'는 없어요. 나는 김광석 노래를 좋아하는데, 나는 무심하게 걷기를 좋아하는데, 나는 주말이면 오후 두 시까지 낮잠을 자는데. 그런 사실은 쓸 곳도 없고 써서도 안 되죠. 다 쓰니, 나는 돼지고기가 된 느낌이었어요. 푸줏간의 붉은 조명 아래서 외설적으로 엉덩이를 흔드는 돼지고기. "내 항정살이 맛있어요. 내 목살은 당신 입에서 녹을 꺼에요. 나는 세상에 둘도 없는 순종적인 돼지고기에요."라고 외치는 정신나간 돼지고기.

그리고 겨울, 첫 눈이 내리기 한 주전에 면접을 봤어요. 흑백논리적인 정장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온 몸이 떨렸어요. 면접장에 들어서는데, 면접관들이 나를 보며 하품을 해요. 그들은 내 말허리를 잘라요. 그들과 나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요. 난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았죠. 내 말이 그들 귓등으로 미끄러져요. 그날 밤, 난 스물 여덟에 몸도 거구인데, 신생아처럼 울었어요. 한참 우는데, TV에서 이문세 노래가 나왔어요.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슬픔보다 기쁨이 많은 걸 알게 될꺼야." 참 터무니없이 해맑네요.

그렇게 살았어요. 사실 왜 그렇게 분주했는지, 무엇이 그렇게 애절했는지 모르겠어요. 하나 합격은 했어요. 하지만 합격해서 안녕한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 안녕하지 않았고, 안녕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안녕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안녕이라는 것, 그런 건 애초부터 우리 것이 아닌 것 같아요. 왜 그럴까요.

우리네 삶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닐텐데.
우리네 삶이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을텐데...

익명의 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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