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야~ 해지고 어두운데 새야~ 어디로 떠나갈까♪”

요즘 우리 대학 노천극장은 매일 저녁 흥겨운 음악과 학우들의 기합소리로 조용할 날이 없다. 일정하게 대열을 맞춰서, 팔을 쭉 뻗고 힘차게 뛰어가며 절도 있는 동작을 뽐내고 있는 학우들은 젊은 피로 넘쳐 보인다. 모두 체육대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광경을 보고 있으니 새내기 때 치어를 했던 일이 떠올랐다. 선배들이 전원 참여해야 한다고 했기에 어쩔 수 없이 참여했다. 함께 연습을 했던 동기는 “아무리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도 11시 넘게까지 시켰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습을 하다 발목을 다쳤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연습을 나오게 해 상태가 더 악화됐었다”며 끔찍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떤 선배는 “다들 연습하느라 고생하는데, 혼자 나가고 싶으면 10만원을 내고 나가라”고 하기도 했다. 지각하면 5천원을 내게 해서 당시 동기들 사이에선 “원해서 하는 것도 아닌데 돈까지 내야 하나”라며 불만 섞인 목소리들이 많았다. 주말도 바치고, 며칠을 밤까지 새며 했다. 시간을 뺏기게 된 1학년들이 “과제를 해야 하니 일찍 보내 달라”고 하자, 선배는 “지금 과제가 중요해? 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1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 대학생들이 열심히 안무를 맞추며 땀을 흘리는 모습이 아름다울지 모르겠으나, 신문사에 있으면 노천극장에서 비속어와 함께 들리는 “야 이것들아, 똑바로 안 해?”하는 고함은 얼굴을 찌푸리게 한다.

치어 군기가 심하다는 과의 한 학우는 “못하면 고문을 하듯 될 때까지 쉼 없이 시킨다”고 털어놨다. 이어 “비속어를 쓰며 가공할 만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며 “그렇게 혼나면 더 하기 싫어진다”며 씁쓸히 웃었다. 또 다른 학우는 “매일 세 시간씩 연습한다”며 “과제도 해야 하고, 각자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다른데, ‘단결’이라는 명목 하에 강제로 내 시간을 빼앗는 것 같다”고 했다. 덧붙여 “하기 싫은 사람을 억지로 참여하게 하면서 심지어는 군기까지 잡고, 이게 군대와 다를 바가 뭐냐”라며 불평을 토했다.

물론 원하는 사람만 지원받아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치어를 하는 과도 있다. 공대에서 치어를 하고 있는 학우는 “우리는 하고 싶은 사람만 치어를 한다. 또 선배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줘서 치어하는 시간이 좋다.”고 한다. 모든 새내기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 올 수는 없을까? 치어의 원래 목적대로, 적당한 시간 내에서 재밌게 할 수도 있을 거다. 치어 연습을 하는 주체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말이다. 누가 친목 도모를 과제를 포기하면서까지 하고, 험악한 말을 주고받으며 하고 싶겠는가. 치어 시간이 다가오는 게 싫었던 나로서는 이 공대 학우가 부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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