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하나둘씩 말을 하지 않았고 그저 눈앞의 (실제로는 딱히 나를 위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는)‘나의 일’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다. 부정한 것을 부정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외치고,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일에는 소홀했다. 심지어는 우리대신 그런 일들을 하는 사람에게 ‘색깔’을 입히고 누군가는 이들을 통제하려 들었다. 300여명이 바닷속에 갇혀 있던 지난 몇 주간도 같았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 전복을 위한 거대한불쏘시개’라는 보수논객, 피해자 가족들 사이에 ‘선동꾼’이 있다던 국회의원이 있었다. 항상 해오던 방법대로우리들이 거리로 나가는 것을,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기 위한 심산일 것이다.

지난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를 두고 모든 매체가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겼다고 말한다. 집단 우울증세를 걱정할 정도로 말이다. 어떤 기사에서는 우울증세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당분간 인터넷이나 뉴스, SNS를 보지않을 것을 권한다. 지속적으로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을 접하는 것을 피하라는 의도에서다. 나 또한 한동안 뉴스를 보며 가족들과 함께, 버스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남몰래 눈물을 훔쳤다.

이 와중에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아들은 국민을 ‘미개’하다 표현했고, 일부 언론과 국회의원들은 ‘순수’한 유족이 아닌 사람도 있다며 세월호 참사에 요상한, 추운 곳에 있는 가족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답답함으로 대통령 면담과 책임자 엄벌을 요구하며 피해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행진할 때 그들의 길을 막은 것은 경찰이었다.

사태를 책임지고 통제해야 하는 대통령은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며 일찌감치 제3자를 자처했고, 국무총리는 역설적이게도 책임을 지겠다는 말과 동시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그런데 이제 부실했던 안전관리와 해운사 및 관계기관의 유착비리까지 ‘제대로 된 것이 있기는 한 건지’ 의심하게 되는 문제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희생자들을 잊지 말자. 폭발하는 분노와 슬픔을 단순한 무력감으로 떨어뜨리지 말자. 충분히 슬퍼하고 크게 외치자. 그리고 바꾸자.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느라 차마 우리를 탓할 시간도 없었을지 모르는 희생자들을 위해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앉아 슬퍼하기만 하는 것을 멈추자. 그러기엔 그동안 앞만보며 살아온 우리의 죄가 너무 크다. 

저는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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