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신문 FM> 2부에서는 정치대학 지정교양 ‘정치학개론’을 강의하시는 이재호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이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영화는 <타인의 삶>(DASLEBEN DER ANDEREN)입니다. 2006년 개봉작인 <타인의 삶>은 독일이 동서로 분단됐을 때 동독의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inisterium für Staatssicherheit(슈타지))소속 게어드 비즐러 대위가 연극작가 게오르그 드라이만을 도청하는 임무를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동독사회의 어두운 면을 조명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는데요. 이제부터 이 선생님과 함께 <타인의 삶>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Q. 영화를 추천해주신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이 영화에는 국가권력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잘 묘사돼 있어요. 전체주의 국가의 단점을 볼 수 있죠. ‘개인의 개성이나 자율성이 없는 상태에서 국가권력의 행사는 매우 부도덕한 것이고 그런 국가는 유해한 존재’라는 게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더라고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개성 및 자율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학생들이 이 영화를 보면 느끼는 점이 많을 것 같아 <타인의 삶>을 추천했어요.

Q.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생각해봐야 할 것들이 있나요?
국가와 시민간의 관계, 전체주의의 속성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타인의 삶>에서는 국가와 시민 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일방적인 관계로 나와요.
동독의 집권당인 사회주의 통일당의 결정만이 절대적으로 옳고 시민의 의사는 무시되는 사회죠. 사실상 공산주의의 가면을 쓴 전체주의 사회에요. 이런 속성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조지오웰의 소설 ‘1984’나 영화 ‘트루먼 쇼’를 본 뒤에 <타인의 삶>을 본다면 도움이 될 거에요. 조지오웰의 ‘1984’는 서로를 감시하는 전체주의 사회의 일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트루먼 쇼’에서는 어디에도 개인의 자유가 없다는 점이 잘 드러나요.

<타인의 삶>에서 드라이만의 일상이 슈타지 요원 비즐러에 의해 감시되듯이 ‘트루먼 쇼’를 보면 주인공 ‘트루먼’의 일거수일투족이 TV방송에 노출되죠. 

그런데 이런 점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찾을 수 있어요. 요즘 현대인들은 아파트 엘리베이터나 지하철 등에 설치된 CCTV에 본의 아니게 찍히는 것이 일상이잖아요? 이렇듯 감시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이 소설 ‘1984’나 영화 ‘트루먼 쇼’하고 연관이 있다고 봐요.

Q. <타인의 삶>,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셨나요?
저는 <타인의 삶>에 나타난 비즐러의 모습 그 자체가 인상적이었어요. 비즐러는 드라이만 감시임무를 맡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냉정하고 당의 명령을 충실히 따르는 삶을 살았어요.

이후 드라이만을 도청하는 임무를 맡고 시간이 지나면서 예술인의 삶에 서서히 동화되어가요. 드라이만의 피아노연주를 듣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가 즐거워할 때는 같이 즐거워하고 말이죠. 이런 나날이 지속되면서 그가 매일 작성하는 보고서의 내용도 조금씩 바뀌게 돼요.

처음에는 무미건조하게 사실만을 나열하는 보고서를 쓰다가 감정의 변화를 겪은 이후에는 자신의 생각을 담아서 쓰기 시작하잖아요? 이것이 자신의 삶에 주체성이 개입되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제가 생각하기에 <타인의 삶>은 관객에게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요. 타인의 인생을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인생을 살라는 것이죠.

특히 이 영화는 오늘날 한국인들에게도 의미가 큰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아침 9시에 출근해 저녁 6시 퇴근하기까지 회사에서 주어진 일만 하는 직장인들, 수업의 내용에서 의미를 찾지 않고 그저 학점만 중시하는 학생들…. 이들은 삶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이런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게 아니라 수동적인 삶을 살잖아요? 이처럼 사회를 구성하는 하나의 톱니바퀴가 돼 버린 오늘날의 한국인들에게 이 영화는 시사하는 바가 컸어요.

Q. 선생님 마음에는 영화의 메시지가 와 닿으셨나요?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데 많은 고민이 들었어요. ‘나는 과연 내가 원하는 대로 능동적인 삶을 사는 걸까?’, ‘부인과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타인의 삶>을 보면 유독 무기력한 중년의 모습이 부각되잖아요. 비즐러는 입대 동기이자 친한 친구였던 그루비츠가 직속상관이 되자, 직장에서 잘리지 않기 위해 그의 명령을 수행하는데요.

이런 비즐러의 모습을 보면서 집에 가는 내내 ‘자본주의, 국가주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과연 나는 주체적인 삶을 사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분은 대학생활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즐기고 있나요? 주변의 요구 혹은 취업 문제 때문에 조급한 마음으로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지는 않나요?

<타인의 삶>, “너는 너만의 인생을 살고 있어?”라고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네요. 여러분이 이 질문에 당당히 대답할 수 있는 삶을 살기를 기원합니다. 이재호선생님 좋은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여러분 2주 뒤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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