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당신 밥그릇을 챙겨주겠어요?” 어떤 강의에서 들었던 교수님의 말이 기억난다. 나도 여러분의 밥그릇을 챙기지 않을 것이고 그건 여러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 몫은 스스로 사수해야 한다.

우리대학 내 공간부족은 끊이지 않는 문제다. 학우들은 팀플할 공간이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동아리는 연습공간이 부족하다고 울상을 짓는다. 이에 지난 총학생회 선거에서도 학우들을 위한 공간을 확충하겠다는 공약들이 보였다.

대학원에서도 공간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상허연구관에 위치한 일반 대학원 공동연구실은 꽤나 오랫동안 공간문제로 갈등을 앓아 왔다. 전체 대학원생 인원에 비해 연구실을 사용하는 원생은 턱없이 적다. 원생은 1000명이 넘지만 120명만이 연구실을 사용할 수 있다. 반의 반의 반에도 못 미치는 연구실 좌석에 원생들은 “개인의 연구공간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차라리 독서실에 다니는 게 낫다”며 공간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오히려 공간이 남는다’는 대학원장의 말 또한 이해되는 것은 왜일까.

실제로 하루 4시간 이상 이용자가 60명도 안 된다는 내용의 이용실태조사는 정말 그 공간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의심을 하게 만든다. 게다가 대학원 총학생회는 이용률 저조와 그에 따른 연구실의 존폐위기를 원우들에게 알렸지만 원우들은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문인식기도입, 2인 1좌석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나서야 불편을 느낀 원우들은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 그중 대학원에서 조차 피해가지 못하는 ‘관심을 가질 것인가 편함을 추구할 것인가’ 하는 딜레마를 보며 나는 데자뷰를 느꼈다. 무관심은 공동연구실 문제를 넘어서 우리대학, 대학민국의 병이다. 흔히 관심을 끌기위해 이상행동을 하는 사람을 관심병자라 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우리 스스로에게 관심이 없는 이 태도를 무관심병이라 칭하고 싶다. 관심을 주지 않으면 누군가는 밥그릇을 뺏으려 든다. 뺏긴 사람은 그제서야 밥그릇을 찾는다.

공동연구실의 폐쇄 문제에서 나아가 우리는 왜 원생들이 자리를 찾아 나서야 했는지 또한 물어야 한다. 왜 밥그릇이 조금밖에 없는 것인지, 옆 동네 밥그릇 사정은 어떤지, 왜 우리는 모두가 밥그릇을 차지할 수는 없는지를 이제 물어야한다. 관심으로 말이다. 철저히 나만을 위한 관심에서 벗어나야만 알 수 있다. 우리대학 일반대학원의 공간이 자꾸 줄어만 간다는 것, 중앙도서관에 연구공간이 마련된 대학원이 대부분이라는 것, 학문이라는 분야에서도 대학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을 찾는다는 사실은 그렇게 해야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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