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이 사석에서 기자들에게 ‘민간잠수사가 시신 1구를 수습할 시 500만원을 받는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잠수사들은 ‘모욕적이다’, ‘ 시신을 가지고 거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등 분노했다. 이에 민 대변인은 하루만에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며 사과했다. 잠수사들이 극도로 피곤하고 트라우마도 상당한 상황에서 인센티브라도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취지야 어찌되었든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아직도 바다 속에 있는 희생자들을 두고 고작 그 정도 표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지 천박하기 그지없다는 생각뿐이다. 게다가 그런 발언을 청와대와 한나라의 수장의 의견이나 입장을 밝히는 대변인이 했다는 것은 국민으로서 창피할 따름이다.

<맹자>의 첫 장에는 이런 대화가 나온다. 맹자가 현자를 초빙한다는 소식을 듣고 양나라를 방문하니 양나라 혜왕이 “노인장께서 천리를 멀다 않고 오셨는데, 제 나라를 이롭게 할 방안을 갖고 있겠지요?”라고 묻는다. 이에 맹자는 “왕께서는 하필이면 이익을 말씀하십니까. 오직 인의(仁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임금께서 어찌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까’ 생각하면, 대부도 ‘어찌하면 내 집을 이롭게 할까’하고, 선비나 서민들도 모두 ‘어찌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까’를 생각해서 나라는 위태로워집니다.”라며 혜왕을 꾸짖는다. 덧붙여 “인(仁)한데 제 어버이를 버려둘 자가 없고 의(義)로우면서 제 임금을 제쳐둘 자가 있지 않습니다”라고 조언한다.

군주가 이익에 몰두한다면 결국 나라 전체가 위험에 빠지고 말 것이라는 말이다. 군주가 이익을 보면 재상들도 이익을 취하려 들고 곧 백성들도 그에 혈안이 된다. 결국 이익만을 쫓으며 위아래가 다투다 보면 끝내 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맹자가 지금의 대한민국을 본다면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 인의가 아닌 이익만 보는 사회, 사람이 아니라 이익만 따지는 사회에 누군가 경종을 울려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수많은 원인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과적과 무리한 증축이었다. 인간이 아니라 돈을 본 것이다. 이렇듯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원칙이 확립되지 않은 사회는 한 순간 엎어지고 만다. 사고가 나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은 명확하게 구분돼야 한다. 안전이라는 공적영역에 이익이라는 사적인 논리가 침투해서는 안 된다.

나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왕은 바로 우리, 일반 국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뀌어야 왕을 모시는 정치인과 관료들이 바뀔 것이다. “의(義)로우면서 제 임금을 제쳐 둘 자가 있지 않습니다”라고 맹자가 말했듯 이익보다는 의(義)를 챙기면서 왕을 불안 속에 둘 신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는 건국대학교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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