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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국대 교수들의 시국선언문 전문>‘국가 개조’의 주체는 국민이다
건대신문사 | 승인 2014.06.15 22:58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전복되던 순간 국민들은 배안에 남아 있던 300여 명의 승객들이 곧 구조되리라 기대했다. 정부의 터무니없는 무능과 무책임한 태도를 알았더라면 국민들이 달려가 가라앉는 배를 쇠사슬로라도 건져냈을 것이다. 승객들은 구조를 기다리다가 죽음을 맞이했으며, 온 국민들은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승객들과 함께 수장당하고 있다는 악몽과 충격에 빠져야 했다. 모두가 무사귀환을 간절히 기도했지만 애끊는 슬픔과 끓어오르는 분노만이 나날이 더해갔다.

우리는 세월호의 침몰 과정, 구조 작업, 유족과 실종자 가족에 대한 처우를 보면서 국가 권력과 자본에 의한 인간 멸시를 뼈저리게 느꼈다. 부정과 비리, 탐욕과 무책임이 초래한 참사에 치를 떨었으며,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와 입을 막으려는 언론에 환멸을 느꼈다. 동시에 망가진 세상에 대해 기성세대로서 자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로 우리 자신들도 대학이라는 상아탑에 안주하면서 효율과 경제성만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하거나 방관해 왔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에는 여기저기서 한국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분노와 죄의식은 차츰 이완되고 정치적 관심은 다른 현안으로 이동하였다. 지배 권력은 선거판에서 지지자를 필사적으로 끌어 모아 세월호 참사를 묻어버리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세월호의 참사를 과거의 사건으로 돌려보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나타난 국정의 난맥상도 참사만큼 충격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선장을 살인자라 비난하면서 책임을 회피하였으며, 해양경찰의 해체를 들고 나와 국민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고, 터무니없는 인물을 총리 후보로 내세워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선동하였다. 일부 종교지도자들은 국정 안정의 명분 아래 애도의 의무마저 저버리고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입으로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하면서도 뒤로는 유족들의 동태를 감시하였으며, 진실을 규명하려는 언론에 대해 보도통제를 가하고,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성토하는 교사들에게는 징계 조치를 예고하였다. 나아가 경찰은 세월호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옥죄고 처벌하기 위하여 범법을 유도하고 마구잡이 체포를 일삼았다. 이에 우리는 당국자들이 생명을 살리는 능력은 없어도 억압적 통치 기술만큼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세월호의 비극은 사고 당사자나 유가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부 당국은 그들을 적당히 얼러서 이 비극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국민들이 살아남은 자로서 깊은 죄의식을 느끼고 있는 동안에도 청와대와 정부는 사고의 모든 책임을 세월호 운영회사, 그리고 해경이나 해양수산부에 돌리고 있다. 이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유병언 일가의 사냥을 생중계하는 데에 전력을 쏟고 있다.

세월호 참사와 같이 어처구니없고 비인도적인 사고를 방지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길은 국민의 의사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의 실현뿐이다. 또한, 국가 개조는 청와대나 일개 정부가 수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오로지 깨어있는 국민에게만 허용된 일임을 밝힌다. 정부는 단 한 순간이라도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현 시국을 수습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들은 적당한 땜질이 아니라 정부와 제도의 완전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우리들은 학자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그 본연의 의무를 통감하면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우리는 유가족과 더불어 ‘4.16 세월호 참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한 점의 의혹도 없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

1. 우리는 이 참사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지원시스템과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근본적인 사회시스템 마련을 촉구한다.

1. 우리는 징계와 체포, 봉쇄로만으로는 이 난국을 수습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정부는 교사들에 대한 징계압박과 시민의 정당한 비판의 목소리를 경찰력과 형벌로 막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1.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정신의 실현과 정부가 주체가 아닌 국민이 주체가 되는 진정한 ‘국가 개조’를 요구한다.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과 실종자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표하며

2014. 6. 12.
 

건국대학교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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