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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나도 그리겠다”
김지수 기자 | 승인 2014.06.24 11:03

어느 오디션장, 심사위원들이 나란히 서 있는 가운데 한 여성 지원자가 들어와 갑자기 바닥에 드러누워 물구나무를 선다. 원피스를 입은 여자는 치마가 훌러덩 뒤집힌 채로 검은 팬티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위로 치켜 올려 발바닥으로 물개 박수를 친다. 심사위원들은 당황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몸짓에 웃음을 참지 못하는 반응이다. 다른 미션에서 그녀는 친아버지의 정자를 받아 ‘정자 장례식’을 선보이고, 다른 연예인에게 정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트스타코리아>라는 현대예술을 소재로 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이다.

<아트스타코리아>에는 현대미술의 특성상 앞서 언급한 충격적인 장면들이 심심찮게 나오지만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에 오르는 영광(?)을 누리진 못했다. 예디대의 어느 강사는 “‘현대미술은 곧 개념미술’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철학적이고 골치 아픈 작업이 많다”며 “‘아스코’가 현대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좋은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중의 관심사와 거리가 먼 분야이기에 통하지 않을 거라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개념미술이란 현대미술의 한 종류로, 완성된 작품보다 아이디어나 과정 자체를 예술이라 생각하는 제작태도다. 그렇다 보니 뭇 사람들이 좋아하고 감탄할 만한 페인팅·조소 테크닉 등과는 거리가 멀 때가 많다.

또 다른 강사는 “우리나라는 ‘너무’ 빠르게 성장했다”며 “기술과 사회적 제도의 발전 속도를 문화 의식이 따라가지 못해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일본만 해도 집집마다 벽에 그림을 걸어둔다”며 “한국은 미대생 가정만 봐도 아들, 딸이 미술을 하면 부모가 관심을 가질만한데 집에 그림 사서 걸어두는 집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미술시장이 작은 데에는 인구가 적은 탓도 있지만 현대 문화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과 낮은 이해도도 제외할 수 없다.

이런 무관심이 수많은 인재들을 외국으로 내몰고 있다.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선정되며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미술작가 서도호는 한국인이지만 미국에서 활동하고, 간간히 내한 전시를 연다. 미술계에서는 엄밀히 따지면 미국작가인 것이다. 예디대 강사가 한 말처럼 “한국에서 미술의 길을 걷기엔 너무 힘드니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 살길”이다.

음악가나 스포츠 선수, 심지어 시인도 TV프로그램에 초대되고, 존경을 받으며 대중에게 충분히 다가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송 매체는 고사하고, SNS에나마 올라오는 미술 작가들의 작품 사진 댓글엔 ‘저건 나도 하겠다’며 도리어 코웃음 치는 모습조차 보인다. 똑같이 우리나라를 빛낼 수 있는 사람인데 그들에 대한 대우는 판이하다. 이번 주말에는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관람해보는 게 어떨까. 세상은 미술 없이도 굴러가겠지만 세상이 생동감을 얻으려면 미술은 꼭 필요한 존재다.

김지수 기자  wltn1526@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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