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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행위에 따른 서열화 정당한가?
박지수 기자 | 승인 2014.06.24 11:06

얼마 전, 대학가 성범죄를 주제로 광진경찰서장을 만났다. 서장은 지난해 유사강간죄가 신설되면서 성범죄 처벌이 더욱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강제적인 성기와 성기의 삽입을 강간죄로 보고 그 이외의 성적행위는 강제추행죄로 적용됐다. 이처럼 강제추행의 넓은 범위로 인해 죄에 비해 경미한 처벌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유사강간죄가 신설됐다. 유사강간죄는 강제추행죄의 유형 중 강간과 유사한 행위를 강하게 처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적용하고 있다. 유사강간에는 강제로 △구강, 항문 등 신체 내부에 성기를 넣는 행위 △성기, 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가 포함된다.

그런데 남성이 자신의 성기를 강제로 여성의 성기에 삽입하는 것과 남성이 강제로 여성의 성기에 물건을 삽입하는 것은 다르게 처벌돼야 하는 것일까? 현행법에 따르면 전자는 강간죄가 성립되며 후자는 성기와 성기의 삽입이 아니므로 유사강간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의 형법상 성폭력 범죄는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3단계로 구분된다. 주된 구분 기준은 성기와 관련이 있는가, 신체 내 삽입행위인가의 여부다. 하지만 범죄를 처벌할 때는 범죄의 성질과 보호법익, 책임의 차원이 더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성범죄 외의 신체 또는 자유를 침해하는 범죄는 △피해자가 아동ㆍ성인ㆍ노인ㆍ가족 등 인지 △침해 정도가 어떤지 △어떤 환경에서 범행이 이뤄졌는지 등에 따라 처벌을 달리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성기삽입과 신체삽입을 기준으로 성범죄 행위 유형을 구분하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 타인의 성기가 삽입되지 않았다고 해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덜 침해당한 것일까? 성적 쾌락을 얻기 위해 강제로 타인의 성기에 물건을 삽입한 행위는 강간보다 범죄 성질이 가벼운 것일까?

보호법익이 성적자기결정권이라면 성기 삽입이 아니라도, 신체삽입이 아니라도 피해자 의사에 반한 모든 성적행위의 피해는 강간피해와 다름없다. 미국과 영국 등에선 유사성행위를 통한 성폭력 역시 법정형을 종신형으로 강간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는 법은 성범죄의 행위 유형을 규정함으로써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에 해당하는 행위를 서열화하고 있다. 이는 성범죄 피해의 정도와 형량을 일괄적으로 재단하는 역효과를 불러 올 수 있다. 성기와 성기의 삽입은 가장 큰 범죄이고 신체 내 삽입이 없는 행위는 경미한 범죄로 말이다. 성범죄의 경중과 피해의 경중을 단순히 행위유형으로 저울질 할 수 없다.

박지수 기자  rhehf333@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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