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장마가 상륙했다. 추적추적 내리는가 싶다가도 잠깐 눈을 돌린 사이 시원하게 쏟아지는 비와 두꺼운 회색 구름들이 물 먹은 솜처럼 몸과 마음을 축 늘어지게 한다. 이럴 때 듣는 약이라면 단연 스릴러 연극이다.

무겁고 축축한 여름을 맞아 손에 땀을 쥐고 팔에 소름이 돋게 해 줄 기분전환을 찾고 있다면 극장에 가는 건 어떨까? 시원한 극장에 앉아 무대에서 펼쳐지는 소름 돋는 연극을 보는 것이다. 뭘 볼지도 이미 정해져 있다. 여름 맞이를 톡톡히 하게 해 줄 스릴러 연극 <데스트랩> DEATHTRAP이다.
코믹 스릴러 연극 <데스트랩>에 대해서는 별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극 초반부터 끝까지, ‘미리 알아서는 안 되는 요소들’로 꽉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데스트랩>은 관객의 뒤통수를 때리고 때리고 또 때리는 극이다.

<데스트랩>은 미국, 한적한 시골의 작업실에서 시작된다. 무대는 한쪽에 술이 채워진 바와 타자기가 놓인 책상이 있고, 반대쪽 벽에는 벽난로가 있다. 정면에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고 그 옆의 벽에는 도끼부터 총까지, 온갖 소름 돋는 무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유명 스릴러 극작가 '시드니 브륄'의 작업실이다. 시드니 브륄은 지금 새로운 작품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그에게 데스트랩, 즉 "죽음의 덫"이 찾아온다!

<데스트랩>은 스릴러 극이면서 코미디 극이다. 등장인물들의 쫀득한 연기에 빠져들어 배꼽이 빠지도록 웃다 보면 어느새 팔에 소름이 오소소 돋은 걸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장 표를 한 장 잡길 권한다.
한 가지 더 알아 둬야 할 사실이 있다. 주연인 유명 극작가 '시드니 브륄'과 촉망받는 극작 유망주 '클리포드 앤더슨'을 맡은 배우는 각각 세 명씩이다. 연극의 묘미는 작품 자체에도 있지만, 각기 다른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서로 다른 캐릭터에도 있다. 같은 역이라도 어떤 배우가 연기하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면이 부각된다. 어떤 경우에는 아예 다른 인물을 보고 나온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가능하면 다양한 배우들의 조합을 경험해볼 것을 권한다.

연극 <데스트랩>은 대학로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7월 9일부터 9월 21일까지 공연한다. 티켓은 R석 50000원, S석 35000원, 발코니석(이층 날개석) 10000원이다. 연극값이 다소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할인, 마티네할인(수요일 낮 공연 할인), 코레일 할인, 재관람할인 등 다양한 할인이 있으니 자신에게 해당되는 할인을 잘 살펴보고 가벼운 주머니를 달래길 바란다. 값이 싸다고 발코니석을 선택하는 실수만은 절대로 하지 않길 바란다! 대부분의 극장에서 발코니석은 대표적인 시야방해석이다. 심하면 무대의 절반이 잘려 보일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안타깝지만 피부가 심하게 민감한 학우들은 이 연극을 포기하길 권한다. 이 작품이 공연되는 대명문화공장은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새집증후군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이상의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장마를 맞아 꿉꿉한 기분을 떨쳐내러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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