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은 현대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힐링캠프>라는 이름을 가진 토크쇼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격려해주는 것을 목표로 유명인사들을 초청하여 따뜻한 이야기, 성공담 등을 들려준다. 휴식을 권하는 여행상품 광고에서도 “힐링여행” 등의 카피를 쉽게 볼 수 있다. 일상생활이 피곤하고 지칠 때, 교수님에게 혼이 났을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힐링이 필요해”라는 식의 말을 한다. “힐링”을 남발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지만, 어쨌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힐링”이 절실히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카페에 가서 달콤하고 따뜻한 것을 먹거나 마실 때,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과 술 한 잔을 걸칠 때, 하루 일정을 완전히 비우고 푹 자고 일어났을 때, 취미생활을 실컷 하고 났을 때 우리는 힐링을 받는다. 또 다른 사람의 인생 여정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사람이 우리에게 공감을 주고, 따뜻한 노래를 들려주고, 마지막에는 신나게 소리 지르며 노래 부르고 뛰며 즐기게 해 준다면, 이 역시도 따뜻하고 행복한 힐링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일상에 지치고 스트레스가 많은 당신에게 추천할 연극과 뮤지컬은 차고 넘치지만, 오늘은 뮤지컬 <헤드윅>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뮤지컬 <헤드윅>은 영화 <헤드윅>과 같은 줄거리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영화 <헤드윅>을 봤거나 줄거리를 알고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 영화에 대헤 전혀 모르더라도 뮤지컬을 즐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뮤지컬 <헤드윅>은 주인공 헤드윅의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헤드윅은 자신의 인생역정을 노래에 담아 우리에게 전해준다. 성전환수술에 실패해 남자도 여자도 아닌 몸으로 살아가게 된 헤드윅은 락음악을 작곡하고 노래를 부른다. 오늘은 <모텔 리버뷰>에서 그의 콘서트가 열리는 날, 같은 시간 맞은편 <자이언츠 스타디움>에선 이 시대 최고의 락스타 토미의 공연이 열리고 있다. 헤드윅은 토미가 자신의 음악을 뺏어 갔으며, 그 음악으로 락스타가 되었다고 말한다.

 뮤지컬 <헤드윅>을 끝까지 보고 나면 어느새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구비구비 쉬운 일이 하나 없었던 인생역정을 지나온 헤드윅은 당신에게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것이 인생이라고. 자신처럼 경계에 서 있는 사람에게 인생은 결코 쉽게 길을 내주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살아볼 만한 것이라고. 이 뮤지컬의 백미는 또한 커튼콜이다.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들이 인사를 하는 짧은 시간을 가리키는 말인 커튼콜은 다양한 방식으로 꾸며지는데, 뮤지컬 <헤드윅>의 커튼콜은 관객들이 신나게 뛰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헤드윅들은 공연 중 불렀던 노래를 부르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관객들을 신나게 뛰고 즐기게 하고, 떼창을 부르게 하고, 때로는 관객에게 신청곡을 받기도 한다. 물론 공연 중 나왔던 노래들 중에서 골라야 한다.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곡을 듣고, 바로 일어나 신나게 뛰고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면서 공연을 마무리하고 나면 몸에서 나쁘고 우울한 기운이 쪽 빠져나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연극과 뮤지컬이 그렇지만, <헤드윅>은 특히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뮤지컬이다. 특히 지금 공연 중인 이번 <헤드윅>은 국내 <헤드윅>의 10주년 공연인데다 <헤드윅>을 중극장에서 올리는 마지막 공연이다. 다음 공연부터는 대극장용으로 각색한 <헤드윅>이 올라온다고 한다. 이런 사정들 덕분에 이번 <헤드윅>은 배우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공연을 꾸민 다음 연출가에게 마지막 검수를 받는 방식으로 연출되었다. 배우들의 자유도가 한껏 강조된 공연인 것이다. 인터파크 티켓이나 yes24 티켓 등 다양한 예매처에 가면 공연 후기들이 많이 있다. 예매 전 공연 후기들을 찾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헤드윅을 고르는 것도 공연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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