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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자의 연극 나들이> 3화 유리동물원
방민희 수습기자 | 승인 2014.08.26 21:19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 진부한데다 추상적이기까지 한 문장이지만 필자는 이 문장을 무척 좋아한다. 연극은 시대의 희망이다.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무대에서 벌어지는 일인 동시에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던, 너무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치던, 불편해서 부러 외면하던, 모른 척 지나치려 하던 일들을 무대 위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안에 몰입하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한다. 이것이 공연의 힘이다. 좋은 희곡과 좋은 무대와 좋은 배우는 공연장의 공기를 쥐고 흔든다. 스크린과 마이크를 거치지 않은 육성의 울림, 발소리, 숨소리, 매 회 공연마다 달라지는 몸짓이나 몇 마디의 대사들. 같은 희곡이라도 무대를 어떻게 만드나, 배우의 동선이 어떻게 연출되나, 어떤 소품을 사용하나, 조명을 어떻게 사용하나 등에 따라 연극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바뀔 수 있다. 이게 같은 공연을 매번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고,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감히 믿는 이유다.

 명동예술극장은 그런 면에서 참 좋은 극장이다. 번잡하고 시끄러운 명동 거리를 통과해 명동예술극장에 들어서면 문 하나를 경계로 전혀 다른 별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조용하고 아늑하다. 냄새도 좋다. 무엇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무대에 올리는 극들이 좋다. 모든 극장과 모든 극들이 그렇지만, 명동예술극장은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에 잘 어울리는 극들을 올린다. 서사적이고 진중한 극들이 많이 올라온다. 무대도 예쁘게 쓴다.

 갑자기 연극이 아닌 극장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번에 소개할 연극의 공연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극은 뮤지컬보다 공연기간이 짧은 편이다. 몇 달에 걸친 공연도 있지만 단 한 주짜리 공연도 있다. 그래서 연극을 좋아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극들을 올리는 극장 몇 군데를 점찍어놓고 그 극장의 홈페이지를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 관심이 가는 극이나 연출, 배우가 등장했을 경우 공연기간과 예매 시작 날짜를 확인한다. 만약 명동예술극장에서 8월 30일까지 공연하는 <유리동물원>을 놓치더라도,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리는 극들을 가끔 확인해보길 권한다. 특히 명동예술극장에서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제휴해 ‘푸른티켓’을 판매하고 있는데, 당신이 만 24세 이하라면 모든 좌석을 만 원에 예매할 수 있다. 단, 푸른티켓은 공연마다 정해진 수량이 있어 매진되면 끝난다. 하지만 아직 청소년할인 30%는 남아 있으니 유용하게 쓰면 된다.

 <유리동물원>은 미국의 유명한 희곡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자전적 희곡이다. 16년 전에 집을 떠나 떠돌아다니는 삶을 선택한 아버지의 모험가 기질을 물려받은 톰은 과거의 영광 속에 머물러 사는 어머니, 세상과 단절된 채 유리동물들을 수집하며 시간을 보내는 누나를 부양하기 위해 물류창고에서 일을 해야만 한다. 자신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매일 밤 영화를 보며 모험하고 싶은 욕구를 잠재우는 톰은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가족과 자신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어느 날 비현실적인 이 가족 앞에 무척 현실적인 손님이 한 사람 찾아오고, 이 손님은 동물원의 유리동물을 처참히 부숴 버린다.

 연극 <유리동물원>의 강점은 미국 희곡의 고전이 된 훌륭한 작품에도 있지만 멋진 배우들과 아름다운 무대, 적절한 음악도 크게 한몫한다. 다양한 소품과 지형지물을 활용한 무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연극을 반드시 봐야 한다. 무대 위에 식당과 거실, 로라의 공간과 집 밖의 비상계단이 있는 출입구까지 모두 구현되어 있는데 필자는 이 연극을 처음 보았을 때 예쁜 무대에 반해 인터미션 시간 내내 무대만 들여다봤다. 이 연극은 톰의 회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장면에 음악이 들어가야 한다고 원작 희곡에도 명시되어 있는데, 극의 배경인 1930년대의 미국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원작에는 없지만 연극에는 첼로 연주자가 등장하는데, 때마다 장면에 맞는 음악을 연주한다.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픈 첼로 선율은 1930년대 미국 하층민의 삶과 어우러져 연극에 깊이를 더한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연극계의 큰 별 김성녀 배우를 비롯하여 <유리동물원>에 출연하는 네 배우 모두 발군의 연기력을 자랑한다. 공기를 쥐고 흔드는 배우의 위력을 보고 싶다면 당장 명동예술극장 홈페이지 혹은 인터파크 티켓 사이트로 달려가시라. 

방민희 수습기자  ryu2528@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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