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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의 부재
김지수 기자 | 승인 2014.09.05 12:03

 독일 표현주의 화가 오토 딕스는 1920년대에 독일에 만연해 있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의 체념과 냉소를 반영하는 그림을 그렸던 인물이다. 딕스는 나치와 장애를 입은 참전용사들에 대해서 격분했고, 타락·폭력·죽음·매춘 등 독일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물었다. 그러나 그는 곧 나치에 의해 미술학교 교수, 미술아카데미 회원 등 모든 자리에서 사임해야 했고, 그의 작품들은 압수되었다. 1937년 나치가 지목한 ‘퇴폐미술가’ 중 한 명이 돼 그들을 청산하고 조롱하기 위해 연 ‘퇴폐미술전’에 작품이 걸린 것 외에는 모든 작품 전시가 금지되는 등 가공할 만한 예술적 탄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광주 비엔날레에 대통령 풍자를 담은 홍성담 작가의 작품 <세월오월>이 걸리지 못했다. <세월오월>은 현 우리나라 최고 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을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움직이는 허수아비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광주시에서 작품이 전시되는 것을 저지하며 압력을 주자 작가는 박근혜 대통령을 닭 그림으로 바꿨으나 광주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그 결과 책임 큐레이터를 비롯한 동료작가들이 “작가로서 치욕”이라며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철거하고 물러나기에 이르렀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전시가 광주비엔날레 전에 열리는 특별전으로, 창설 20주년을 맞아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의 ‘달콤한 이슬 1980 그 이후’라는 주제를 담은 <광주정신 展>이라는 것이다.
 
예디대의 한 강사는 “미술은 언제나 시대를 반영한다”며 “한국전쟁 이후 암담한 현실을 배경으로 나타난,
격정적이고 호소적인 추상미술 중 하나인 ‘앵포르멜’ 역시 그러한 맥락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민중미술은 본래 비판적 리얼리즘의 성격이 강하다”며 “분명히 미술의 한 부류로 그 상징성이나 정신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예술은 어디까지나 예술로서 인정받아야지, 거기에 엉뚱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모독이며 나치의 탄압과 다를 바 없다. 그것이 설령 현 정권을 부정하는 의도를 비치더라도 말이다. 예술을 정치적 잣대로 가른 이번 사건은 광주비엔날레의 큰 오점으로 남으리라 생각한다.
 
“미술가들은 진실을 수정하거나 개선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저 실체를 보여주어야만 한다.”
오토 딕스가 한 말이다.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인 미술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나치 시대
가 아니다. 거울을 비춰주는 자와 거울을 치우려는 자, 어느 쪽이 더 이상한가?

김지수 기자  wltn1526@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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