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나는 휴학생으로 지내는 동안 우리 대학에서 일하시는 노동자 분들에게 인사차 커피를 사다들고 가본적이 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나서 도서관에 들리는 김에, 혹은 동아리방에서 공부를 하다가 집에 가는 길에 우리 대학에서 묵묵히 일하시는 주차요원 선생님들을 만났다. 고생 많으시다는 말과 함께 따뜻한 커피를 사다드리면 선생님께서는 우리 학교 학생들이 자랑스럽다며, 학교에서 근무하며 일하는 이야기, 당신께서 젊었을 때 어떻게 사셨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 분들은 우리 나이 때에 대학을 다니셨고, 가족을 꾸리고, 사업을 벌이시거나 좋은 직장에서 일하셨다.

 
지난 8월 17일부터 그 평범한 우리 대학 주차관리 노동자 분들이 행정관 차가운 바닥 위에서 농성투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대학 주차관리를 담당하는 업체가바뀌게 되면서 해고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본부는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이라는 기간 동안 KONKUK이라는 글자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근무한 이 분들에 대한 고용 승계의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국대는 업체를 입찰하는 과정에서 인력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이고 업무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결정권을 가지는 원청으로서 지위를 가진다. 학교의 선택이 주차 노동자분들이 고용 승계의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주차 노동자 분들의 신분이 외주업체에 소속되어 있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학교는 고용 승계 책임을 회피한다.
 
한국 사회의 비정규직은 1천만 명을 넘나들고 있다.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닥뜨리는 때이다. 누구나 불안함을 겪기에 미래를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고, 그 준비조차도 부족한 것 아닐까 고민하는 가운데 미래를 좌절하고 사회를 혐오하거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되기 쉬운 시대이다. 그런 사회 속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구성하고 유지할 권리를 지켜내는 것은 소중한 일이다.
 
주차관리 노동자 분들이 행정관에서 15일을 넘게 노숙투쟁을 벌이는 이유는 충분히 일할 능력이 있고, 현장에서 과실을 저지르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주에게 부당하게 노동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 분들이 다시 우리 학교에서 일할 수 있는 권리 실현의 장을 우리 학교에서 만들어나가자. 이 분들의 투쟁에 학생들이 지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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