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오고 가지만 그 자취는 역사가 된다.’라고 한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던 것이 떠오릅니다. 각자의

사람들이야 잠시 머물고 떠나겠지만, 각각이 머물고 간 흔적들은 오랜 시간 속에서 여러 영향을 미치고, 그런 흔적들이 모여 역사와 현재를 만들 것이란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앞의 말을 곱씹다보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떠오릅니다. 내가 지나간 자리, 우리가 지나간 자리는 과연 어떤 흔적을 남길까.
 
우리의 흔적들이 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좋겠지만, 우리가 남길 흔적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악
취처럼 덕지덕지 남아있는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위의 질문은 무서운 질문입니다. 미래의 관점에서 현재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여 현재를 끊임없이 성찰하게 만드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나비의 날갯짓 같은 작은 차이가 시간이 흐른 뒤 커다란 폭풍처럼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는 ‘나비효과’가 함께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난학기 학교에서 작은 활동을 하며 이런 활동이 과연 어떤 흔적을 남길 것인지 함께 활동을 꾸려가는 10여명의 친구들과 고민했습니다. 괜한 짓을 하여 악취만 남기는 것은 아닐지, 작은 거름이라도 남길 수 있을지 이야기하며 그래도 우리는 지금 나름의 고귀한 일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스스로 위로하곤 했습니다. 부끄럽지 않은 흔적을 남기려 애썼지만 이에 대한 평가는 저희의 몫이 아니겠지요. 학교에서 활동을 하였기에 학교의 의사소통과정과 학내의 다양한 문제들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직접적으로 참석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엿한 ‘어른’으로 우리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의 책임 있는 발언과 문제해결과정을 발견하기는 조금 어려웠습니다. 대표자 학생들의
이러한 학내 의사결정 과정들은 우리학교에 어떤 흔적들로 남아갈까요.
 
비단 학생들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사회적으로도 이슈가 되었던 김경희 이사장에 대해 연임결정을 내린 이사회. 수많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여전히 헛발질을 하고 있는 국회, 청와대까지. 2014년을 치열하게 달려가려 했던 우리 사회가 지나간 자리에 남을 흔적은 어떨까 생각하는데 답답한 쓴웃음만 나오는 것은 왜일까요.
 
이 답답함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초라하고 비루한 현실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느새 가을입니다.
‘내가 지나간 자리와 우리가 지나간 자리가 어떤 흔적으로 남을지’ 잠시 생각하며 우리의 현재 모습을 정직하게 직면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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