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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간은 졸업시 취직분입니다사회적 시계와 운명적 시계
김혜민 기자 | 승인 2014.09.08 16:46

“이러다 졸업시 취직분에 늦겠어”

내일은 토익 시험 보는 날이다. 토익 800을 넘겨야 원하는 회사에 지원서를 낼 수 있을 텐데…. 이번 시험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지원서를 내는 시기가 늦춰질지도 모른다. 다른 친구들은 이맘때쯤 합격 소식이 들려오던데.

이번 추석 때 친척들이 모이면 나보고 언제 취직 하냐고 물어볼 것이 뻔하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이젠 취직, 곧 결혼 독촉도 이어지겠지….

남들이 생각하는 적당한 시기에 내 삶을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 경쟁은 바늘구멍 뚫기만큼 어려운데 시기를 놓치면 ‘그것도 안하고 여태 뭐했니’, ‘늦어서 후회해’ 하는 등 ‘낙오자’라는 낙인이 찍힌다. 여행을 다니거나 학교를 휴학하고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친구들이 부럽다. 그렇지만 전형적인 생활에서 벗어나기는 무섭기도 하다.

그런데 취직도, 결혼도, 애 키우는 것도 정해져 있다면 내 시간과 여유는 언제 누릴 수 있을까? 반대로 이렇게 시간에 쫓기지 않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으로 살아가는 걸까. 자유롭게 살다가 시기를 놓치면 어쩌지?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가 다시 토익 문제를 보니까 눈앞이 컴컴하다.


사회적 시계는 사회의 기대에 맞춰 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평가하는 기준을 뜻한다.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30대에 남자가 해두어야 할 일’ 같은 책들처럼 사회는 우리에게 사회적 시계를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시기보다 빠르거나 느릴 때에는 ‘틀리다’, ‘잘못되었다‘ 하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시기를 놓칠 때에는 ‘남들 다 하는데 안 하면…’하는 불안감과 초조함도 찾아온다. 그러나 사회적 시계를 벗어나 운명적 시계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운명 시계는 사회적 시계에서 벗어나 자신의 신념과 흐름에 맞춰 자기 나름대로의 시간을 맞춘 것이다.

온라인 취업 포털 사람인에서 11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등록금으로 인해 휴학할 경우 우려되는 점’ 문항에서 ‘학업이 미뤄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 ‘남들에 비해 뒤처진다는 생각’, ‘졸업을 제 때 못할 것 같은 불안’이 각각 1위, 2위, 3위를 차지했다. 많은 대학생들이 사회적 시계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운명적 시계에 맞춰 살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이러한 부담감을 받지 않는다. 이번 사회부 기획에서는 운명적 시계를 따르며 주도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다.


 

“SUBJECT 속에서 OBJECT를 찾아라!” -김성광 <한겨레> 사진기자

Q.사진을 찍게 된 동기가 있었나요?

A.교회에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형이 있었다. 아직 나이가 40인데 아직 그 꿈을 가지고 있다(웃음). 아무튼 기타도 치고 노래도 부르고 사진도 찍는 형이었는데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친하게 지내며 사진을 찍었다. 형의 사진에서 초등학생의 생기발랄함과 골목골목의 아우라가 느껴졌는데 사진이라는게 순간을 기록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매력적인 것이라는 것을 그때부터 알게 된 것 같다. 나도 그런 ‘느낌’을 담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시절 읽었던 책들 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 이 세권이 준 영향도 크다. <상실의 시대>에서는 경제적으론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막상 그렇지 못한 현대인의 모습이 떠올랐고, <은하철도 999>에서는 ‘나도 번뇌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하는 인간은 아닐까’, ‘그것을 초탈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에서는 작가가 2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서구자본 유입으로 황폐화된 도시가 다시 재건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기록해 온 그 신념이 인상 깊었다.

세권이 말하는 것이 각자 다른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한 가지 주제로 다가왔다. 나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사회 문제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주제가 '약자를 위해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합쳐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과 나의 사명의 접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 접점이 바로 보도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찍되 사회적인 주제를 끌어낼 수 있는 주제를 택해 보도하는 일 말이다.


Q.어떤 사진을 찍어오셨나요?

A.대학시절 무작정 각 국, 주로 동남아시아 국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우리는 물도 막 쓰고 냉방도 문을 열어 놓고 하는 등 경제적으로는 어느 정도 풍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캄보디아만 가도 밤 골목에 잘 곳이 없어 방황하는 여자아이들이 많다.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매춘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어쩔 수 없는 이유들을 사진 속에 담고 싶었다.

사진을 찍어서 NGO에 보내줄 때도 있는데 그러면 피드백도 오곤 한다. 개중에는 ‘이 아이는 문신이 있어 잠재적인 범죄의 우려가 있다’며 ‘안타깝긴 하지만 현재 보살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아이를 도울 수 없다’는 답변이 있기도 했다. 그렇게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부분들을 알게 되니까 생각보다 내가 해야 할일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됐다. 한국에만 있을 때는 단순히 ‘못사는 나라’ 정도로 생각했다면 직접 가서 매춘하는 아이들과 마약하는 10대 청소년들을 보면서 ‘이들이 구제받지 못할 정도로 악화되지 않게 어떤 사진을 찍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까’란 고민을 많이 했다.


Q.해외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뿌듯함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여느 또래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다는 생각에 두렵거나 불안한 적은 없었나요?

A. 사실 '스펙', '토익' 이런 것들은 성공지향적인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사는 이 사회, 크게는 지구촌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등 좀 더 넓은 눈으로 고민을 해야하지 않을까? 포지션이나 직위 자체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내 뜻을 품고 그 뜻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엄청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는 경우가 있다. 그게 눈에도 보이고 주변에서도 그 회사를 다닌다며 띄워주곤 한다. 자신이 속한 곳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회사 자체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그 친구를 보면 안타깝다. 자신은 회사의 한 부분일 뿐이지 기업 자체는 아니지 않은가.

비슷하게, 중앙일간지에서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나를 다르게 보는 시선이 있다. '나 자신'이 아니라 회사의 유명도와 직위로 평가받는 것 같아 더 열심히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떤 회사에서 일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의 사명을 발현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언젠간 '정직한 사진가, 양심있는 언론인'이란 평가를 먼저 들을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현재 일하고 있는 <한겨레신문사>의 경우 삼성중공업 태안 기름유출 사태 당시에 삼성의 광고가 끊기는 수난에도 불구하고 다음해까지 문제점을 보도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광고와 경영 압박에서도 할 말은 하는 신문이구나 생각했다. 또 내가 관심있는 노동문제, 사람 사는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보도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곳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감사하게도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다.
 

슬슬 결혼하는게 도리에 맞지? “냅도(道)” -이명희 교수님

Q.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이유와 계기가 되었던 일이 무엇이었나요?

A.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른 사람의 만족을 위해 허례허식을 하는 결혼식 자체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만약 결혼이 결혼 당사자와 친구, 가족들과의 즐거운 파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수많은 결혼식을 보면서 새로운 출발이 뭔가 어색하고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혼하는 당사자가 결혼에 대한 철학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좋은 사람을 만나면 동지처럼 함께 인생의 길을 걸어가는 것도 좋겠다는 정도로 결혼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나 연인과 반복되는 이별의 과정 덕분에 왜 연인을 원했는가, 또 나의 어떤 점이 연인을 떠나가게 했는가도 생각했다. 그리고 성숙한 인간이 되도록 내 삶을 살아야겠다고 자연스럽게 타협하게 됐다.

결혼 생각이 없었던 솔직한 또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주변에 결혼을 했다고 재미있게 잘 산다고 생각했던 모델이 많지 않았다. 결혼은 나 외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될 더 많은 사람들을 보살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존재하는 다른 방식의 삶이다. 그런 일을 내가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결혼을 생각하지 않고 살게 된 이유였다.


Q. 교수님의 결정에 대해 ‘부럽다’거나 ‘멋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과 ‘결혼은 언제하니?’ 라고 재촉하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사람들의 반응은 그 사람의 몫이지 나와는 별개의 문제일 듯싶다. 삶은 멋으로 사는 것이 아니다. 잘 살다보면 멋지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인생은 진행형이기 때문에 순간의 단편적인 면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다. 결국 결혼을 했기 때문에, 생각이 바뀌었느냐, 철학이 바뀌었느냐 혹자는 평가할 수 있을 테고. 그때 보았던 한 가지 모습으로 사람을, 그리고 삶을 평가할 수는 없지 않을까.

가족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친인척이 그런 시대착오적인(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질문을 하셨다. 그건 그들의 생각이지 내 생각이 아니니까 다른 생각을 내가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도(道)중에 가장 높은 도는 ‘냅도’라고 하지 않는가. 그냥 내버려두면 되는 일이다.

내 삶에 더 충실하다보니 시간이 어느새 많이 흘렀지만, 조바심은 한 번도 없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모습으로 사는 것은 아니니까. 많지는 않지만 주변에 좋은 친구들과 인연들이 있었고, 나에게는 뚜렷한 삶의 목표가 있었다.


Q. 하지만 교수님은 결혼을 하셨는데 어떻게 생각이 바뀌시게 되셨나요?

A. 결혼을 운명처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것이 운명인지는 모르겠다. 운명은 사람이 만들기도 하니까. 꼭 맞는 답은 아니겠지만 나와 같은 결혼관을 가진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둥지를 틀게 되었다. 아마 결혼을 하지 않으면 불편해질 때 즈음 결혼을 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온전히 서로를 위해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는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Q. '평균'보다 늦게 결혼한 것(남들과는 다른 삶의 결정을 내린 것)의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자잘한 일에 감정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내공이 생겼다. 늦게 결혼생활을 시작했으니 오해나 다툼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재미있게 잘 살까’가 인생의 화두가 되니 웬만한 것은 서로 이해하고 넘어간다.

‘사랑’이라는 카테고리도 20대나 30대에 가질 수 없었던 더 큰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히 함께 있고 싶은 알콩달콩한 감정을 넘어 함께 하고픈 비전을 힘을 합쳐 실현시키고 있다는 든든함이 크다. 각자의 지인들이 두 배로 늘어 즐겁다는 것도 빠질 수 없는 즐거움과 좋은 점이다.


Q.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결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교수님에게 결혼이란?"

A. 결혼은 아바타와의 만남이다. 배우자라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나 다른 모습으로 세상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결혼은 선물과 같다. 물론 살다보면 힘든 과정도 있다.

그러나 배우자의 얼굴은 내가 만들어 준 얼굴이고 내 얼굴에도 배우자가 만들어 낸 흔적이 보일 것이다. 서로의 얼굴에서 자신의 인생을 볼 수 있다. 과정이 결과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서로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어떤 과정과 결과를 만나더라도 넘어갈 수 있는 내공을 쌓는 것, 그것이 수양의 과정이고, 믿음의 과정이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도 축복이지만 결혼을 하고도 사랑하는 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고로 결혼은 사랑이 뭔지를 본격적으로 알려주는 실전편이라고나 할까.

 

 

 

 


김혜민 기자 kimhm333@konkuk.ac.kr
홍무영 기자 hmy3120@konkuk.ac.kr 
김남윤 기자 kim_ny131@konkuk.ac.kr
 

김혜민 기자  kimhm333@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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