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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대신문 FM> 2부 스포주의 “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방민희 기자 | 승인 2014.09.15 19:33

 이번 호 <스포주의>는 ‘문학과 영상’을 강의하시는 정영진(문과대ㆍ국문)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정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영화는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입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책과는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둘 다 무척 매력적이랍니다. 장르는 드라마, 멜로(로맨스)에 속하지만 단순히 멜로영화로 분류하기엔 아쉬운 것 같아요. 더 리더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예요. 열다섯 살 소년 마이클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열병을 앓습니다. 집에 돌아가기 힘들 만큼 힘들어하는 그를 전차 검표원으로 일하는 서른일곱 살 한나가 도와주죠. 이것이 인연이 돼 마이클과 한나는 연인 사이로 발전해요. 마이클은 한나를 위해 책을 읽어 줍니다. 한나는 마이클이 책 읽어주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그해 여름이 지나면서 그 사랑도 끝이 나요. 그런데 대학생이 된 마이클은 나치 전범재판장에서 한나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이 두 사람의 인생은 어떻게 얽혀 있을까요? 또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부터 정 선생님과 방 기자의 대담을 지켜봐주세요~

 

   
▲ 한나는 아픈 마이클을 만나 집까지 데려다 준다.

 

   
▲ 한나가 마이클에게 남긴 메모 "꼬마야, 지난번 책은 정말 좋았어

방민희 기자(방): 영화와 책이 같은 줄거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많이 다르더라고요. 책은 굉장히 무거운 느낌이었는데 영화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에요. 영화 소개를 보면 장르가 로맨스라고 되어 있는데 확실히 멜로 영화 느낌이 있어요.
정영진 선생(정): 그렇죠? 영화는 드라마 장르로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책은 영화보다 더 무겁고 건조한 느낌이죠. 이건 작가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책을 쓴 작가는 본래 법률학자인데, 탐정소설을 쓰면서 소설가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에요. 그래서 일반 문학인들의 감각과는 조금 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방: 법률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과는 조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점이 소설에 반영된 것 같아요.
정: 맞아요. 법률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리걸마인드라고 하죠. 우리대학에도 <법과 리걸마인드>라는 교양 수업이 있잖아요.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한국의 문학가들이 문학이라고 하는 것의 개념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문학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오락이기도 하거든요. 쉽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방: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정: 책 내용이 무겁고 시사하는 바가 많아요. 영화도 그래요. 이 영화를 여러분들과 함께 보고 싶다고 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영화가 사랑이라는 테마를 사적인 영역에서만 구성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어서예요.
방: 무슨 뜻인가요?
정: 서른일곱 살 여성과 미성년자의 사랑, 둘만의 비밀스러운 사랑이잖아요. 그런데 이런 사적인 문제가 역사적 문제와 결부되면서 특별해져요. 우리는 흔히 사랑을 사적인 감정으로만 받아들이잖아요. 그런데 사실 사랑은 사회적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당대의 사회뿐만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도 상당히 영향을 받고요. 그래서 생각해볼 부분이 많아져요. 문학과 영상수업에서도 이 영화를 보고 학생들끼리 토론을 하는데,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이 많이 나와요. ‘마이클과 한나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볼 수 있는가’부터 의문점을 가지죠. 저도 이 영화를 보고 대화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랑에 대한 관념이 굉장히 ‘협소한 것이었구나’ 하고 느꼈어요.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한 해석은 천차만별이에요. 어떤 학생들은 한나가 마이클을 사랑한 게 아니라 책을 읽는 기쁨을 사랑한 게 아니냐고도 이야기해요.
방: 신선한 관점이네요. 저는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고 있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거든요.
정: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사랑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부분도 있거든요. 영화는 그런 부분들을 드러내 주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죠. 현실에서도 이런 부분들이 많이 있잖아요. 전에 연애상담을 해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들었는데 여자가 그러더라고요. 남자친구가 정말 좋은데 정말 초등학생 어린이만큼이나 맞춤법을 잘 몰라서 그게 견디기 힘들다고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알콜 중독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이를 악물고 그 사랑을 끊게 되죠, 나는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데, 만나지 말아야만 하는 이유가 생기죠. <더 리더>도 그런 영화예요. 마이클과 한나의 사랑이 순탄하지 못한 건 그런 이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마이클은 한나를 사랑하지만, 한나의 어떤 점은 끝까지 용납할 수 없는 거예요. 마이클은 칸트와 헤겔에 대한 책을 쓴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자신도 법을 공부하죠.
방: 맞아요. 마이클은 자신이 경험한 것, 즉 자신이 느끼는 것과 보고 있는 것보다 책 속의 세상에 더 많이 의지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한나를 보고 그렇게 많이 갈등하는 거겠죠. 저라면 그렇게까지 갈등하지 않고 그냥 한나를 사랑했을 것 같아요. 어떤 기준보다도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 사실 이 영화가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도 거기에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책을 읽어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예요. 마이클은 어렸을 때부터 한나에게 책을 읽어 주고, 중년이 돼서도 한나에게 계속 책을 읽어 주죠. 마이클이 읽어주는 책은 한나를 변화시켜요, 그녀는 스스로 책을 읽게 되고, 자신의 세상을 넓히죠. 한나가 받은 사랑에 대해 생각해봐요. 마이클은 단순히 책을 읽어준 것이 아니라 한나에게 과거와 미래를 준 거라고 생각해요. 한나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전차의 차장으로 살아가요. 성실하게 근무한 대가로 승진이 되자 승진한 일자리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숨기려고 그냥 일을 그만둬버리잖아요. 미래에 대한 인식이 없는 거죠. 그저 하루하루 돈을 벌어서 살아가야 한다는 현재에 대한 인식만 있고. 그런데 마이클이 계속해서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고, 한나가 마침내 스스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한나는 자신이 과거에 한 일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게 되고,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게 돼요. 한나는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를 갚으려고 돈을 모으죠. 이 영화는 이렇게 책 속의 세계로 인해 사람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말해주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에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해요. 마이클은 한나가 자신의 죄를 갚으려고 모아둔 돈을 전달하려고 피해자를 찾아가는데,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는 마이클에게 이렇게 말하죠. “사람들은 수용소에서 뭘 배웠냐고 물어봐요. 수용소에서 배운 건 아무것도 없어요. 뭘 배우려고 간 게 아니니까. 감동을 얻고 싶다면 영화를 보든지 책을 읽어요. 수용소에는 가지 말아요.”
방: 그 장면은 직접 봐야 해요.
정: 이 대화가 바로 영화가 우리에게 주려고 하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어요. 해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수용소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교훈적인 어떤 것을 바라는 사람들에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것…. 이야기를 듣거나 책을 읽어서는 결코 알 수 없는 것, 경험 그 자체,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우리가 살고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 안에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삶 바깥에서 책만 읽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사실 줄거리만 보면 이건 통속적이고 비윤리적인 영화죠. 삼십대의 여자가 미성년자와 섹스를 하고. 그렇지만 그 국면에 있는, 한나와 마이클이 누렸던 행복이랑 그들이 가졌던 것은 좀 다른 문제예요. 사회적 잣대가 다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는 사회적 판단을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을 인간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어야 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했어요. 특히 남녀관계에는 제삼자가 끼어드는 게 아니라고 하잖아요. 둘만이 아는 그 세계가 그렇게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리더>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영화예요. 정 선생님과 무척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돼 있어 지면에는 전부 공개할 수 없는 것을 양해해주세요. 궁금하다면 영화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2시간짜리 영화라 꽤 길죠.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시간 이상으로 긴 여운을 여러분께 선사할 거예요. 여러분이 그 여운을 마음껏 즐기시길 바라요. 2주 후에 만나요~

방민희 기자  ryu2528@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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