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의 인기는 ‘안녕들하십니까’ 이후로 사그라든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얼마 전 문과대학 건물과 304호 강의실 주변에 두 장 분량의 대자보들이 붙었다. 학과 선배이자 졸업생인 금준경(14졸) 씨가 이번 학기부터 학부 수업을 맡게 된 정동우 교수의 출강을 반대하는 글을 써 붙인 것이다. 그가 소위 ‘건대신문 사태’로 알려진 2011년의 발행 중지 사태와 편집권 갈등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이라는 것이었다.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은 대자보를 붙인 금씨가 지난 학기를 끝으로 학교를 떠난 졸업생이라는사실이었다. 더 이상 수업을 듣지 않는 졸업생이 대자보를 쓸 때까지도 수업을 듣는 당사자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재학생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이다. 저널리즘을 공부하는 학과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무력했다. 하지만 새삼스럽지는 않았다.
연초에 학교의 요구가 있어 우리 학과의 이름이 ‘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 앞에 ‘미디어’가 붙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바뀌었을 때에도 그저 우려의 눈길을 보냈던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앞서 2008년에는 EU문화정보학과와 히브리·중동학과가 3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퍼져나가지 못했다. 이런 일들은 전국 대학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요즘은 대학들이 학생을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 등록금을 지불하는 ‘소비자’로 인식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실상 ‘소비자’의 수요에 맞는 수업이 제공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름 있는 교양수업들이 재정상의 이유로 폐강되고, 학생들은 학기 초만 되면 강의 추가신청서를 들고 복도를 돌아다니기 일쑤다. 사정이 이러니 수강제한인원이 30명인 수업의 수강생이 60명이 되어 옆 강의실에서 의자를 빌려오는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당연히 수업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생들은 ‘소비자’로서의 권리를 찾으려고 하기 보다는 학점을 잘 주는 강의에 빈자리가 없는지 찾아다닐 뿐이다.
대자보를 읽고만 있는 것은, 추가신청서를 인쇄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것은 학생이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를 거부하는 행위이다. 학기 초의 수강신청대란을 명절날 세시풍속 정도로 여겨서는 안 된다. 졸업장을 돈 내고 사러 온 게 아니라면 학생으로서, 적어도 소비자로서 당당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수업은 당신들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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