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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인간이 제일이다
건대신문 | 승인 2014.10.15 16:34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주요 병원 여성노동자의 17% 가량이 ‘임신 순번제’에 대한 경험을 털어놨다고 답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임신순번제, 말 그대로 여성이 아이를 가질 때 임신 계획을 미리 병원에 알리고 그 순서를 ‘배정’받는 것이다. 이런 해괴한 규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으로 예기치 않게 간호사 한명이 근무에서 이탈하게 되면 다른 이들이 힘들어 진다’는 이유로 많은 병원에서 자행되고 있었다.

경쟁사회 속에 휘달려 인간의 본질적인 특성까지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가 좌우할 수 있다고, 그에 맞추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개인의 탓이라고 치부해버린 탓이 크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 간호사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정해진 순서를 무시한 채 임신을 하거나 육아 휴직을 신청하려면 그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 등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일은 가까운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대학의 일부 보직교수와 직원들이고용승계를 요구하는 주차관리노조원들 얘기를 하며 ‘주차요금 정산소는 우리대학의 첫 관문인데 그 곳에 나이 든 양반이 앉아 있으면 보기 좋지는 않을 것’이란 말을 하기도 했다.
인간이라면 나이드는 것을 피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것인데 대체 왜 보기 좋지 않는다는 건지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당정협의를 거쳐 지난 2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발의한 내용에 따르면 연장근로 시간을 12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리고 휴일근로 가산임금을 없애 실질임금은 줄게 만들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163시간으로 OECD 34개 회원국 중 중 2위다.

경제활동은 행복한 인간이 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런데 점점 수단 자체가 목적이 되고있다. 수단이 우선인 사회에서 인간은 죽고 자본, 돈 자체만 살아남는다. 인간 돈방석에 앉는게 아니라 돈이 인간방석에 앉는다.

TV와 SNS에서는 이런 현실과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들이 눈과 귀와 감수성을 자극한다.
아빠는 하루 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할아버지들은 유럽여행을 떠나 젊은 시절을 추억한다. 한 구직사이트 홍보영상은 올라오자마자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부모님이 자신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깜짝 뉴스영상을 취업준비생에게 보여주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한 것이었다. 영상의 마지막엔 중요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당신’이라며 또 한번 감성을 자극한다. 언급한 세 가지 모두 공통적으로 인간적인, 감성적인 부분을 건드리는 컨텐츠다.

신문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컨텐츠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약간의 특이성이 있어야 주목받는다. 앞서 말한 TV프로그램과 영상도 비슷하다. 누리고 싶은 삶을 보기도 하고 영상 속 인물에 공감하기도 쉽지만 현실에선 온 종일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아빠를 기대하긴 힘들다. ‘나’보다는 스펙이 중요한게 현실이고 노인은 천대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꿈’ 같은 이야기를 보고 위안을 얻고 대리만족한다. 사실 꿈이 아니라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어쨌든 우리 모두 그런 인간적인, 인간다운 삶을 잊지 않고 아직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영상 속에서 헤어나와 내 삶을 찾자. 본질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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