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법연수원 제44기 인권법학회 회원으로 구성된 ‘44Law利’팀이 주관한 ‘형제복지원 국민법정’(국민법정)에서 피고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각각 무기징역, 22년 6개월의 형을 선고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전두환 정권이‘부랑인의 신고ㆍ단속ㆍ수용ㆍ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을 제정하면서, 폐쇄적 부랑인 수용시설로서 정부의 보조금을 받아 운영된 곳이다. 최대 3천1백46명을 수용했고 보조금은 연간 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복지원은 수용인원에 따라 정부보조금액이 달라진다는 점을 이용해 길거리 노숙자, 장애인, 어린이를 무차별적으로 불법 감금했고 중노역 및 학대를 자행했다. 또 12년간 형제복지원의 공식 사망자 수는 513명에 달하며 형제복지원은 시체를 불법유기하고 일부 시체를 해부학실습용으로 팔아넘기기까지 했다. 1987년, 한 검사의 조사로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 만행이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당시 사법부는 형제복지원 원장이었던 박인근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아무도 모르게 수백명이 죽어나간 곳을 운영한 원장에게 단지 징역 6개월을 선고한 것이다. 또 형을 살고 나온 박인근은 다시 사회복지법인과 시설을 운영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은 피해자들은 20여년이 흐른 지금도 그날의 일들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당시의 중노역과 폭행으로 장애를 안게 됐다.

지난 29일에 열린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국민법정은 지난 1987년 실제 형제복지원 사건에 관한 판결과는 많이 달랐다. 1987년 당시 사법부와는 다르게 사법연수생들도 시민들도 정부와 형제복지원장에게 책임을 묻고 있었다. 그들은 정부에게 형제복지원이 부랑자와 장애자, 무고한 시민들의 인권을 유린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 책임을 물었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수백명의 인권을 유린한 형제복지원장에게 책임을 물었다. 국민법정 판결 후, 피고 박인근과 전두환을 연기했던 사법연수원 학생들은 피해 생존자들의 손을 꼭 부여잡으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피해 생존자들에게 형제복지원은 아직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진선미 의원은 지난 7월,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등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이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대책위원회는 해당 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재조명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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