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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에라도 기대고 싶었던 마음을 이해하자
건대신문사 | 승인 2014.11.11 19:04

 약 3주전, 온라인 한 커뮤니티에 우리대학 한 단과대의 군기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며칠 만에 트위터는 물론 페이스북에까지 퍼졌다. 해당 단과대는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설문조사를 계획하는 등 실태 파악에 나섰다. 그런데 해당 단과대에서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학생을 찾아야 피해사실이 입증되고 가해자도 찾을 수 있다”며 광진경찰서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한다.

해당 학과의 군기는 우리대학 학우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3월 초, 해당 학과의 신입생들은 응원단과 농악의 강제적인 분위기로 힘들어하고 불만을 토로했다. 건대신문에서도 학기 초 단과대학 응원문화에 대한 기획을 다룬적이 있다. 당시 내부에서도 많은 의견이 오고갔다. 강압적인 응원단 문화를 학생자치로 인정하고 그들 고유의 문화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않는 자치를 비판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였다. 취재결과 신입생들과 선배들의 이야기가 많이 달랐다.

선배들은 “지금은 강제가 아니라 자율적 참여로 바뀌었기 때문에 응원단 인원도 줄었고 신입생들의 불만도 딱히 없다”며 “지금은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응원단이 큰 추억으로 남는다”며 정당화했다. 하지만 신입생들은 “자율적 참여라고는 하지만 우선 1학년을 모두 모이게 한 후, 응원단을 소개한다”며 “이때 저녁 알바 등 정말 사정이 있는 학생들만 눈치를 보며 그 자리를 떠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군대처럼 티 나게 군기를 잡진 않지만 다른 단과대에 비해 선배들의 눈초리와 입김이 쎄다”며 “선배들과도 친해지려면 선배들의 엄격함은 받아들여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본 결과, 자율적 참여이긴 하지만 반강제적인 분위기를 띄운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그들 고유의 문화이긴 하나 어느 정도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작성했다. 결국 ‘적당히’ 비판하고 넘어가는 안을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신문을 제작하며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됐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관련한 취재를 하며 취재원이 될 새내기들을 열심히 수소문 했지만 대부분 ‘선배들이나 단과대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두렵다’며 인터뷰를 피했다. 겨우 찾아낸 취재원도 취재 내내 “확실한 비밀 보장을 해달라”며 신신 당부했다. 만약 해당 단과대에서 강력하게 부인하는 ‘그런 일’이 정말 사실이 아니라면, 왜 해당 글에 대한 반박이 아니라 자신의 입이 열리는 것을 피하는 것일까?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학우도 이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내부에서는 이미 이러한 관행을 당연히 여겼고 외부에 이 일을 알리면 내부에선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 것이다. 때문에 그는 익명게시판을 이용해 관행의 부당함을 알린 것이다. 그런데 힘겹게 용기를 낸 학우에게 해당 단과대 관계자들은 그 학우를 불러내 사실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오는 13일, 해당 단과대에서는 신입생 여학우들을 대상으로 커뮤니티에 올라 온 관행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내부 분위기를 잘 알고 제3에게도 말하길 꺼려하는 신입생 여학우들이 과연 내부에서 조사하는 설문조사에 얼마나 진실을 담아 응답할지 의문이다. 애초 해당 학우가 왜 익명게시판을 이용했는지를 생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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