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분의 작품을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고 1주일째 고민을 했다. 두 장을 제출한 사람도 있고 넉 장을 제출한 사람도 있다. 한 장만 제출한 사람은 없었고 비록 10장은 아니지만 포트폴리오라고 부르면서 운을 떼기로 한다.  
 수상작으로 <그 안엔 비밀정원>, <되돌릴 수 없는 시간> 두 장을 제출한 사람을 결정했다. 늘 그렇지만 고르고 나서 보면 명확하다. 고르기 전에는 늘 자신이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한 번 마음을 굳히면 자기합리화를 도모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라서 그런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기준없이 심사를 한 것은 아니다.
 참가작이 많지 않으니 뽑지 않은 모든 작품들에 대해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1번 참가작 <끝과 시작의 바톤터치 여행, 호주>는 두 장을 제출했는데 하나는 봉우리며 하나는 해변이다. 두 사진을 찍을 당시의 느낌을 이해할 수 있으나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사진은 아름다우나 사진을 보는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그리고 두 사진 사이의 연관성이 전혀 없었다. 찍은 본인은 알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2번 참가작 <기억을 기억하다>는 훌륭한 사진들이었고 마지막까지 6번과 경합을 했다.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사람이다. 6번이 더 좋아서 2번을 못 뽑았다. 아쉬움이 있다면 컬러와 흑백이 혼용에 별다른 명분이 없다는 점이며 네 번째 사진의 파격이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점이다. 여러 장의 사진을 제출한다는 것은 흐름을 일관되게 유지해야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좌충우돌하고 있다.
 3번 참가작은 왜 석 장을 제출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석 장이 별 차이가 없다.
 4번 참가작은 반대의 이유로 거슬렸다. 한 장 한 장은 참 좋으나 석 장이 너무 서로 다르다. 연결성이 없다. 포트폴리오가 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쓸쓸함과 이카루스와 춘곤증은 완전히 별개의 테마다.
 5번 참가작은 깔끔한 구성을 하고 있어서 별로 거슬리는 구석이 없었으나 특색이 없었다. 평범해서 눈에 들어오질 않았다.
 그래서 6번 참가작인 <그 안에 비밀정원>과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선정했다. (다른 사진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진의 완성도가 높고 특별한 그 무엇이 있고 두 장이 흐름을 타고 있다. 공간의 분리를 알고 있고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도 알고 있으며 한 눈에 드러나지 않는 법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도 사진에서 이야기가 술술 흘러나온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복잡하게 찍혀있는데 깔끔하게 처리했다. 일단 수상작으로 결정되었으니 사진을 조금 더 보고 싶다. 연이 닿는다면 연락을 하시라.
 마지막으로 강조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글에 의존하지 말라는 점이다. 지난번 건대신문 문화상 심사평에서도 밝혔고 또 다른 사진심사에서도 말했던 내용이다. 사진과 글의 합산물이 사진이 아니다. 사진은 사진이고 글은 사진을 보조하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글을 길게 어렵게 현학적으로 쓴다고 해서 사진의 가치가 올라가지 않는다. 사진으로 이야길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글과 사진의 문법이 서로 다르다. 대부분의 참가자들 사진과 글이 따로 놀고 있다. 무슨 말이냐면 글을 보고 그 글에 해당하는 사진이 어디 있나 싶을 정도다. 다시 말하면 사진은 대충 찍어놓고 글로 대신하려들지 말라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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