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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부문 당선작] 휴가(休家) - 묘지 산책2
이세인(문과대 ·국문2) | 승인 2014.12.10 01:36

휴가( 休家) -묘지 산책2


바닷가에 나무로 만든 집이 있었다. 여름이 오면 습기를 먹어 문이 닫히지 않는 집.
천천히 나이테를 늘여가는 나무집. 나무집엔 늙은 여자와 큰 개와 작은 고양이가 살았다.
개는 마당 울타리에서 살고 고양이는 다락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 위에서 살았다.
고양이는 밤마다 눈이 동그래졌고 개는 구석에서 꼬리를 감고 잠들었다.
 

나는 매미가 우는 계절마다 그녀의 집에 갔다.
문이 닫히지 않는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비뚤어진 다락방에서 잠을 잤다.
늙은 여자는 하루 종일 마당에 있는 개복숭아 나무만 돌봤다.
개복숭아 나무 아래엔 여자의 젊은 남편이 묻혀 있다고 했다.
울타리에 갇힌 개가 나무 밑동을 파헤치지 못하게 지켜야 한다고 했다.
 

여자는 매일 반찬으로 개복숭아 요리와 낙엽으로 만든 나물무침을 주었다.
개복숭아 요리엔 늘 복숭아벌레가 들끓었다. 여자는 내가 골라낸 복숭아벌레만 먹었다.
하루 두 번 순찰차가 마을을 돌았다. 식사가 끝나면 순찰차를 따라 산책을 했다.
 

한참을 걷다 보면 어느새 고양이가 따라 걷고 있었다. 고양이는 나를 바닷가로 데려갔다.
숲이 우거진 바다였다. 모래에서 사는 나무들이 뱃고동 소리를 냈다.
저 나무들 밑에도 누군가 묻혀 있을까. 발에 힘을 주며 걸었다. 돌아갈 수 없을 만큼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을 때.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여름이 끝난다고. 여자가 당부했다.
 

여름이 끝나면 개복숭아 나무는 잠자고 여자는 잠시 죽는다.
복숭아벌레는 유리나방이 되고. 개는 나무 밑동에서 울고.
투명한 숨을 쉬며 집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숲속의 나무들은 비에 쓸려 바다로 되돌아가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에서 나를 지켜보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이세인(문과대 ·국문2)  kkpre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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