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고공농성 현장을 가다!

 지난 해 11월 13일, 대법원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정당하다”며 2심 판결을 뒤집고 사측의 손을 들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경영악화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2,646명의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이에 반발해 공장을 점거하고 파업에 들어갔지만 그 해 6월, 1,666명이 희망퇴직, 나머지 980명은 정리해고됐다. 이후 8월, 노사합의를 통해 정리해고자 980명 중 459명은 무급휴직, 353명은 희망퇴직, 3명은 영업직 전환으로 처리돼 최종적으로 165명이 정리해고 됐다. 그 중 153명은 ‘2010년 금융위기에 따른 판매급감은 사측이 해고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회계조작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해고무효 확인 소송을 걸었다.

 법원은 1심에서 경영상 정리해고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사측의 손을 들어준 반면 지난해 2월에 열린 2심에서는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사측이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없다”며 노동자 측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지난 해 11월 13일, 대법원에서 2심의 판결을 뒤집으며 노동자들의 고통스러운 6년을 외면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되고 6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간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 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병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지금 해고된 노동자들은 회사와 경찰에게 손해배상금 46억을 지급해야 한다. 현재 그들은 서울고등법원으로 돌아간 *원심파기환송을 준비하고 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11월 13일로부터 딱 한 달 뒤,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해고자 복직 △손배 가압류 철회 △쌍용자동차 정상화 △26명 희생자에 대한 지원대책의 4대 의제를 확정해 매주 사측과 실무교섭을 진행한다. 그러나 두 차례의 실무교섭에서 사측과 노동자들의 의견차이만 확인했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안 굴뚝에 올라가 있는 두 사람을 제외한 해고 노동자들은 항시 허름한 천막에 대기한다. 2차 교섭회의를 마친 다음 날, 김정운 쌍용자동차 수석부지부장에게 잃어버린 6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굴뚝 밑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노동자들의 대기 천막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는 시대의 아픔으로 상징된다”


건대신문 : 굴뚝에 올라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정운 : 정리해고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만의 일이 아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다른 말로 “정리해고는 경영상의 이유라면 용납하기 쉽다”, 또는 “해고회피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아도 된다”에 가까웠다.『근로기준법』 제24조 제2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현재는 정리해고가 남용, 악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판결을 통해 해고로부터 자유로운 정규직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2년에 걸쳐 고법에서 “사실상 회계조작이다”는 해고 무효 판결을 얻어냈는데 대법에서는 이를 8개월 만에 뒤집어버렸다. 보수언론조차도 판결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내렸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해고노동자를 지지해줬다.

 이번 쌍용자동차 대법원 판결은 많은 사람의 집중을 받았다. 2009년부터 시작된 6년은 길거리⋅투쟁⋅고통의 시간이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터부시되며 취업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6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동안 26명의 노동자들이 세상을 떠났다. 우리들은 공장 점거 총파업이라는 극한의 투쟁도 했고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했다. 집에도 가지 못하고 길거리에서 잠들며 연행, 구속, 벌금이 이어지는 생활이 6년이다. 그리고 그 기간에 26명이 죽었고 그들의 가정이 파탄 났다. 정부에 호소를 해봐도 외면당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우리를 져버렸고 우리는 여전히 구속과 손해배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마지막 수단은 굴뚝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는 것이었다.

건대신문 : 굴뚝에 올라간 이후 회사의 태도는 어떠한가?
김정운 : 굴뚝에 처음 올라갔을 때 회사는 ‘이런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냐’는 식으로 말했다. 그러나 기업노조가 ‘굴뚝에서 내려오면 대 화하겠다’고 하자 그때 회사도 대화를 하겠다고 전했다. 우리가 6년간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굴뚝에 올라가니 이제야 조금의 진척이 보이는 상황인 것이다. 회사가 진정 대화를 하고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빨리 복직을 시키는 것이 방법이다.

두 번째 교섭을 끝마쳤지만 아직까지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다. 변호사와 만나 △해고자 복직 △손배 가압류 철회 △쌍용자동차 정상화 △26명 희생자에 대한 지원대책의 4대의제를 설정했다. 사측은 “쉽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6년이라는 시간이 짧았다고 할 수 없다. 회사는 아직도 무책임한 태도를 유지하며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고 있다.


“70m 굴뚝 위에서 벌써 두 달째……”

건대신문 : 굴뚝 위로 올라간 두 노동자의 생활은 어떠한가?
김정운 : 아파트 30층 정도 높이에 있는 굴뚝 위는 지면보다 체감온도가 10도정도 낮다. 굴뚝에서 나는 연기가 하늘로 솟구치지 않고 수직으로 꺾일 정도로 바람이 분다. 그들이 굴뚝에 올라간 12월 13일은 땅 밑 기온이 영하 7도였다. 굴뚝 위에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텐트와 침낭이 덩그라니 있다. 굴뚝의 공간이 넓지 않아 둘이서 살면 일자로도 눕지 못하고 웅크려 자게 된다. 또 굴뚝 자체가 고층 빌딩처럼 흔들려 오래있으면 어지럼증도 생긴다. 처음에 올라갔을 때는 춥다보니 따뜻하게 느껴지는 연기를 따라 빙빙 돌았는데 그 연기가 몸에 유해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론 바람이 부는 쪽에서 연기를 피한다. 처음에는 농성의 의미로 식사 한 끼가 올라갔는데 인권위원회에서 찾아오면서 그 응원과 걱정을 고려해 두끼가 올라가고 지금은 세끼가 올라간다. 하루에 한 번 저녁 즈음에는 뜨거운 물을 올려준다. 뜨거운 물을 침낭 안에
넣고 온도를 유지한다.

공장 바로 앞, 굴뚝에서 가깝게 보이는 곳에 바람이 제대로 막아지지도 않는 임시 천막이 있다. 나무 땔감으로 불을 지피고 몇 개의 의자가 놓인 그곳을 밤낮 구분없이 동료 노동자들이 지킨다. 굴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 고립되었다는 불안감이 있어 사람이 시야에 들어와야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동료 노동자들도 굴뚝 위의 그들과 함께 하 기 위해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 지금의 임시 천막 옆에 천막을 치려고 했으나 한 시간도 안돼 경찰과 평택시청 직원이 철거해갔다. 무엇이 두 려운지 이 곳은 항시 경찰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정리해고로 공장 안팎이 무간지옥의 6년이었다. 공장 안 동료들에게 손을 내민다. 쌍용자동차 문제의 매듭을 함께 풀어보자고.” - <이창근 의 해고일기>.

 굴뚝 위에 있는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은 <건대신문>과의 영상통화에 서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들이 스펙과 취직 때문에 바빠 시사적인 일들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문제는 비단 쌍용자동차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가 알아야하는 일이다.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인식하지 않고 있다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와 같은 일이 일어날 때도 대응을 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굴뚝 위에 있는 지금은 어떻게 보면 일부 노동자에게 국한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전반적인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상황을 떠나, 본인이 가진 것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선 자기가 속한 공간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지, 자신이 하고 있는 모든 일에 어떤 불리한 점이 있는지 생각하라.

 지난 10일, 법원은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에서 농성중인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에게 하루 100만원의 이행 강제금을 명령했다. 지난 달, 쌍용차는 6일 수원지법 평택지원에 퇴거 단행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해고 노동자들은 이달 19일까지 굴뚝 점유를 풀어야 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한 사람 당 50만원을 내야 한다. 재판부는 "두 해고노동자가 통상의 굴뚝을 무단점거하고 있는 사실이 소명돼 굴뚝을 훼손하지 않더라도 굴뚝에서 퇴거할 의무가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창근 실장은 9일, PD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굴뚝 투쟁이 단순한 해고자 복직 문제를 넘어 우리의 가치에 대한 문제’라 말했다.

*원심파기환송 : 원심판결을 파기한 경우에 다시 심판시키기 위하여 원십법원에 돌려보내는 것. 이 경우에는 2심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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