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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김은서, 이채은, 방민희 기자 | 승인 2015.03.16 17:23

페미니즘(Feminism)과 페미니스트(Feminis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라는 단어가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IS에 가입하겠다며 시리아로 떠난 청소년 김 군은 트위터에서 “나는 페미니스트가 싫어”, “그래서 IS에 들어가고 싶어” 라는 내용의 글을 IS 계정으로 보내 눈길을 모았다. 이 일로 인해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불붙던 중 영화평론가 김태훈은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큰 문제다”는 발언을 해 여성운동가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이런 발언들은 모두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case 1.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다 부담하고, 결혼할 때도 남자가 돈을 더 많이 내잖아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녀의 평균 임금 차이는 36.6%입니다. 이는 OECD 국가 중 압도적인 1위로, 2위인 일본(26.6%)보다 무려 10%나 높습니다. 데이트비용을 내거나 혼수자금, 주택마련자금 등을 마련할 때 돈을 더 많이 버는 쪽이 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이상하지 않겠죠. 양성 모두, “남성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남녀에 상관없이 더 많은 수입이 있는 쪽이 더 많이 부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시다.

Case 2.
"여성 고용할당제가 생겨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험에 합격하잖아요?"

이 제도는 여성 고용할당제가 아니라 ‘양성평등 채용목표제’(채용목표제)입니다. 2015년 현재 채용목표제는 5•7•9급 공무원 시험에 적용됩니다. 채용목표제는 합격자 비율에서 남녀 성비가 7:3을 넘지 못하면 성비를 맞추기 위해 성비가 떨어지는 쪽에서 가외로 불합격자를 합격시키는 제도로,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에게도 적용됩니다. 이때 합격하는 사람들은 가외 합격자이기 때문에 본래 합격했던 사람들이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때문에 떨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를 시행하는 것은 양성 모두에게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UN에서는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지수가 낮은 것을 우려해, 여성 고용인이 남성 고용인의 30% 이상이 되도록 하라고 권고한 적이 있습니다. 양성평등지수는 여러 가지로 측정할 수 있는데, 여성의 사회진출도 측정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 가운데 사회에 진출하는 여성은 50%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비율을 의무적으로 늘리도록 편성합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 같은 정책이 있는데, 양성평등지수가 높은 북유럽에서는 고용인의 40%가 여성이 되도록 노동지위보장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고, 특히 임원 등과 같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올라가는 것이 앞으로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는 발판이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대학만 보더라도 시간강사의 남녀 성비와 비교해 교수의 남녀 성비는 월등하게 남성이 많습니다. 정부중앙부처의 장관들의 경우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두 남성입니다. 또 기업의 임원 가운데서도 여성 임원의 비율은 2013년 기준 1.9%뿐입니다.

Case 3.
“쟤 페미니스트래!” “어쩐지. 드세 보이더라니.”

우리대학에서 여성학을 가르치는 이인숙 교수는 “페미니즘은 급진적인 성격을 갖는다”며 “하지만 급진적이지 않으면 세상은 변화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역사적으로도 사회적 인식이나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했다”며 프랑스 혁명을 예로 들었습니다. 프랑스 시민들이 프랑스 정부와 귀족들에게 가서 조용히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면 그들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거라는 겁니다.
숙명여자대학교와 우리대학에서 강의를 한 이 교수는 “남녀공학에서는 여자대학교에 비해 여학생들이 학생 대표자를 하거나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는 일이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며 “남녀공학에서는 여학생들이 대표자를 하거나 발언을 할 때 주위의 시선을 신경 쓰는 일이 잦다”고 말했습니다. 소위 ‘드센 여자’로 보일까봐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Case 4.
“여성가족부가 있다는 건 여성들의 이익만 대변하겠다는 것 아닌가요? 역차별이네요!”

여성가족부(여가부)는 2001년, 우리나라 여성의 지위가 너무 낮다는 것을 우려한 UN에서 여성권위신장을 위해 여성부를 만들 것을 권고했기 때문에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나라 여가부에서는 아동, 청소년, 경력단절여성, 장애인 여성, 탈북자 여성, 이주노동자 여성, 다문화가정, 한부모가정 등과 같은 소외된 여성들과 소외된 가정을 지원합니다. 소외계층을 제외한 일반적인 여성과 일반적인 가정은 일반적인 남성들과 함께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합니다. 때문에 여성가족부는 남성을 소외시키고 여성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집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권신장을 외치며 일어났다. 이들은 사회에 크고 작은 영향들을 끼치며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여권신장과 여성해방이 주 기치였지만 페미니스트들은 선거권을 갖지 못한 노동자, 성소수자 등 역사적으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며 사회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역사의 또다른 주체, 여성.

여성운동의 역사는 크게 3개의 시기로 나눌 수 있다. 페미니즘 운동의 기원은 17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스턴크라프트(Mary Wollstoncraft)의 『여권의 옹호』(1792)의 영향을 받아 1890~1920년 사이에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여성 참정권 운동이 대대적으로 일어났다. 이를 제1물결이라 지칭한다. 이 운동은 여성들에게도 선거권과 교육권, 출산권, 노동권 등을 남성과 동등하게 보장하라는 성평등을 주장했다. 뒤이어, 학생운동, 반전운동, 흑인해방운동 같은 반체제 운동과 맥을 같이 하는 제2물결이 일어났다.
시몬느 드 보봐르(Simone de Beauvoir)가 『제2의 성(The Second Sex)』(1949)에서 말한 "여성은 여성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성으로 만들어진다"라는 명제에 힘입어 여성들은 평등권에서 더 나아가 급진적인 ‘여성해방’을 주장하며 전통적인 이성애 제도에 반기를 들었다. 제3물결은 1980년대 이후 등장한 포스트모던-페미니즘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새롭게 부상한 포스트모던-페미니즘은 여성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주목한다. 그전까지 모든 여성들에게 보편적으로 주어져야 할 권리를 위해 투쟁했다면, 이제는 인종·계급·민족 등에 따라 다른 여성문제에 대해 각각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학문적 페미니즘 이론에서 출발한 실질적인 여권신장 운동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여성참정권 운동이다. 참정권이란 선거권, 피선거권, 공무원으로 임명될 권리 등 국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근대의 여성 참정권 운동은 프랑스 혁명 당시 니콜라 드 콩도르세와 올랭프 드 구주 등이 여성의 참정권을 주장하면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대대적인 여성참정권 운동의 결과로 1893년 뉴질랜드에서 최초로 여성들에게 선거권이 부여됐다. 이것을 시작으로 현재는 대다수의 국가에서 여성들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제의회연맹(IPU)가 발표한 ‘2014여성정치인지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15.7%의 여성정치인이 있다. 아직 미미한 수치이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로서 의미가 있다.

우리 시대 여성들의 외침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으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라는 해시태그 달기가 있다. 이 공간을 통해 사람들은 페미니즘에 대한 왜곡을 반대하며 내가 왜 페미니스트인지를 설명한다. 이들은 페미니스트가 남성을 증오하는 극단적 여권숭배자로 오인되는 사회에서 페미니스트임을 커밍아웃한다. 이들은 페미니즘의 정의는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것임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또 개별 시민단체 차원에서의 운동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외모지상주의와 성 상품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TV프로그램 <렛미인> 폐지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렛미인>은 아름답지 않은 외모로 사회적 불이익을 받거나 상처를 받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비참함을 시청자들 앞에서 토로하게 하고, 더 비참한 사람에게 성형수술 비용을 대 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예쁘지 않은 외모로 인해 겪은 불이익과 불행을 시청자들에게 고백하게 하면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의 외모를 상품화한다. 민우회에서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인식재고 활동, 미혼모 여성들에 대한 지원 등 소외받는 여성들을 돕는 활동들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역별로 지부를 나눠 각 지부 내에 있는 여성의 자활과 연대를 위해 힘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사회적 경제조직 내 여성의 임파워먼트 조건에 대한 연구>, <온라인상에서의 여성혐오 발언에 대한 모니터링 연구> 등 다양한 연구보고서를 매년 발간하고 있으며, 통일•평화, 인권, 정치, 가족•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과 연대하고 있다.
매년 여성주의에 대한 다양한 세미나와 행사들이 개최된다. 최근에 개최된 가장 큰 행사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개최된 여성의 날 행사다. 지난주 개최된 올해 여성의 날 슬로건은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로, 여성단체뿐 아니라 군 성폭력 구제 전화 아미콜(Armycall),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세월호 희생자 가족모임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해 진행됐다.

페미니즘이 갖는 의미는 명백하다.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고, 사회적 약자가 되기를 거부한다. 이인숙 교수는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들을 곱지 않게 보는 이유에 대해 “여성의 사회 진출이 시작되면서 여성들을 자신들의 파이를 빼앗아먹는 경쟁자로 보기 때문인 것 같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여성들은 여성우월주의를 천명하거나 남성들을 또 다른 사회적 약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 사회적 약자에게도 평등한 세상을 원하는 것이다.
우리는 양성평등에 대해, 또 페미니즘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차별에 거부하고 항거해야 한다.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도 좋다.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와 같은 커밍아웃 운동이 일련의 바람직한 흐름을 주도하듯이 말이다. 

 

김은서, 이채은, 방민희 기자  namues9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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