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최대 고민은 어떻게 살까 하는 것입니다. 마지막 두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한 이 시점에서 참 많은 질문을 받다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명절에 노처녀가 질문 세례를 받는 것처럼, 학교에서 살다시피 하다가 갑자기 휴학을 선택한 저에게도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왜 휴학했니?”, “휴학하고 계획은 있니?”, “어휴, 휴학은 무슨 휴학이야 빨리 졸업해서 돈 벌어야지.”, “자격증 따는거지?” .... 사실, 제가 휴학을 한 이유는 그리 거창하지 않았습니다. 지쳤었거든요. 3년간 계속되는 중간, 기말, 중간,기말. 그리고 매 월마다 치러야하는 학생회 행사들(3년 동안 단과대 집행부를 했었습니다.)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서 다른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세월호 관련 활동도 하고 있고 동아리연합회에서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다들 ‘얘는 생각 없이 사는 앤가’ 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만 같았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보는 것일 수도 있겠고, 저의 자격지심이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지쳐서’ ‘공부하기 싫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라는 이유로 잠시 공부를 쉬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을 한다고 말하는 게 꺼려지는 것이 이상하더라구요. 게다가 휴학하고 하고 싶단 일이 여행이나 스펙 쌓기도 아니고, 그냥 학교에서 평소에 하던 일(공부 말고)을 좀 더 열심히 하고 싶다는 것이었으니 사람들이 받아줄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솔직히, 뒤쳐지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구요.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언젠가 ‘아 그래도 재은이는 잘 살았지.’라는 말을 듣고 싶은데 그런 말을 듣기 위해서는 휴학이라는 시간을 여행이나 영어, 자격증 공부에 써야하는 걸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저는 대학이라는 공간이 사회로 나아가기 전 어떻게 살 것인지,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고 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 고민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고 그저 취업 전 사람들 만나면서 인맥 쌓고 졸업장 따는 그런 공간이 되어 가다보니 자연스럽게 저의 휴학도 ‘이상한’ 휴학이 되어 가는 것 아닐까요. 사실, 지친 대학생들은 많을텐데 말이죠. 연애,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심지어 인간관계까지포기하고 있는 대학생. 이제는 ‘휴식’과 ‘고민’(혹은‘생각’)까지 포기하게 될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까 생각하는 저의 고민은 우리 대학생 모두가 대학이라는 공간을 소중하게 생각 할 때, 그리고 그러한 제도가 뒷받침 될 때 풀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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