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역에서 택시타고 이십 분, 쌍용자동차 평택 공장 굴뚝에는 희미하게 사람의 형체가 보인다. 굴뚝위는 전기도 구원의 손길도 닿지 않는다.
 굴뚝 밑 해고노동자의 허름한 천막에서 김정운 수석지부장에게 걱정이 담긴 첫 질문을 건넸다. “두 분은 언제쯤 내려오실까요?” 그 질문에 김정운 수석지부장은 웃으며 “내려올 일보다 올라가게 된 경위가 중요하지 않을까요?”하고 답했다. 굴뚝 위에 있는 이창근 기획 실장은 영상통화를 통해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며 ‘자신이 겪고 있는 모든 일에 어떤 불리한 점이 있는지 생각해 보길 바라요’라고 전했다.
 지난 23일, 학생대표자들이 모인 중앙운영위원회 (이하 중운위)에서 박희태 석좌교수에 대한 안건이 나왔다. 우리대학 로스쿨 석좌교수인 박희태는 골프 캐디 강제추행 혐의로 지난 16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박희태 석좌 교수는 국회의정 시절에 발생한 돈봉투 사건 등으로 임용 과정부터 학우들 사이에서 반발이 심했다. 이날 중운위 회의에서 박희태 석좌교수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을 정리하는데 순간 흐름과 반대되는 한 학생 대표자의 의견이 튀어나왔다. “박희태 석좌교수는 법원에서 공식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니 추가적으로 징계하거나 내쫓을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학생이나 학교가 쫓아내자고 주장할 자격이 없다는 말이었다.
 법을 가르치는 전당인 로스쿨에서 교수를 맡고있는 사람이 ‘딸 같아 귀여워서 가슴 한 번 콕 찔러봤다’는 실언을 하고 유죄판결까지 받았는데 방관하자는 태도라니. 추가적인 징계가 필요없지 않냐는 발언을 하는 것이 ‘우리는 그 사람에게 배울 점이 있어요’하고 광고하는 꼴임을 그 학생대표자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해고 노동자 두 분이 굴뚝 위에서 불공평한 판결에 맞서며 대학생들에게 해준 조언을, ‘자신이 겪고 있는 일’에 ‘불리한 점’이 있어도 모른 척 방관하는 몇몇이 들어야만 한다.
이창근 기획 실장은 “자신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불리해질 때 대처하지 못 할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우리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모난 돌은 낙후한 시설이나 인지도가 낮은 교수가 아니라 대학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구성원의 무념무상일지도 모른다.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지 않는 것은 방어가 아니라 방관이다. 학교에 대한 방관은 곧 우리에 대한 방만을 낳는다.
 우리에게는 말을 할 자격뿐만 아니라 행동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낼 자격이 있다. 학생대표자로서 학교의 현재와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리고 진정으로 발전하길 원한다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 그저 보는 것만으로 얻어낼 수 있는 결과는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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