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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대학
한결 기자 | 승인 2015.04.08 01:28

성공회대학교
지난달 11일 성공회대학교(이하 성공회대) 인근 구로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성공회대 학생복지처 직원에게 “사회과학부 학생회장과 연락은 되느냐”, “만남을 주선해 줄 수 있느냐”고 물은 일이 있었다. 직원이 이 사실을 해당 학생에게 알렸고 학생은 “대학마저도 공권력의 개입에 더는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에 대해 사회과학부 학생회와 성공회대 총학생회는 이를 두고 공식적인 성명서를 통해 경찰의 대학생 사찰이라며 반발했고 언론의 주목을 받게되면서 사건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일상적 대화 vs 왜 내 얘기를?
이에 경찰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을 뿐 사찰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달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학생복지처 직원과 얘기 도중 해당 학생이 대외활동을 많이 했다는 내용이 화제가 돼 미리 안면을 터놓으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 싶어 주선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또한 그런 행위에 대해 “정상적 정보활동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당사자인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이장원 학생회장은 “학교에 경찰이 와서 협력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은 알지만, 오리엔테이션 얘기를 하다가 왜 내 얘기를 한 것 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박했다. 이 회장은 “내가 세월호 침묵 행진 같은 사회운동을 해왔고 학내에서도 이러한 활동을 주도해왔기 때문에 경찰에서 나를 주시할 명분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자신을 ‘주의할 인물’로 볼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이 대학에? 지금이 독재정권인가요?
이 회장은 또 “몇 년 전부터 경찰이 특정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이것이 단순한 소문이 아니었음을 보여줬다”며 “경찰의 탐문 같은 일은 독재정권 때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황당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찰의 대학진입조차 조심스러운 지금의 상황에 정보과 형사가 학교 관계자에게 학생의 동향을 묻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다.
우리 대학의 한 관계자 역시 “경찰이 우리에게 학생의 정보를 물어본 적은 없다”며 “개인정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정보를 알려주는 것 또한 말도 안되는 일”이라 덧붇였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법학과 이계수 교수는 “구체적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 아니라면 경찰이 정보를 캐고 다니는 행위는 그 자체로 위협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사찰이란 말 그대로 내사하고 관찰하는 것으로 위의 경우도 사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나간 자리엔 불안감만이...
이 회장은 “이 일을 공개하기 전 신입생들을 포함한 학생들이 학생회 활동을, 그리고 나를 멀리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그 일이 있고 나서 다른 학생대표자들끼리도 농담처럼 “우리 카톡도 보고 있는 거 아니야?” 같은 식의 얘기를 한다”며 “불안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고 전했다. 경찰이 어떤의도로 대화했건 경찰의 행위가 성공회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처럼 보인다. 

 

서강대학교
지난 2월 4일 서강대학교(이하 서강대)에서는 체불임금 미지급 등의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도마 위에 올라있던 주식회사 마리오아울렛 사의 CEO인 홍성열 경제학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마리오아울렛 사의 금속노조원들과 서강대 학생들이 홍 박사의 학위 수여를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했고 이에 서강대 측이 경찰에 협조를 요청해 경찰이 대학에 투입됐다. 이후 집회에 참석했던 서강대의 한 학생이 SNS를 통해 “경찰이 대학 안에 들어와 학생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고, 오프라인상에서도 서강대뿐 아니라 고려대 등 여러 대학에 대자보를 작성해 많은 대학생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대학, 경찰 진입, 16년만, 성공적...?
해당 집회에 참가했던 서강대 이가현 학생은 호소문을 통해 “교내에 진압경찰이 투입돼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넘어뜨리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16년 만에 처음으로 대학교에 경찰이 투입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학생은 “대학생들이 이번 일에서 조용히 물러서면 대학에 공권력이 더 마구잡이로 투입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진압이나 연행 목적으로 대학에 경찰이 진입한 것은 1999년 서울대학교 내에서 진행된 서울지하철 노조의 농성 이후 16년 만이다. 이처럼 경찰이 대학 내에 진입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겨져왔다는 게 이번 사건에 반발하는 학생들의 주장이다. 심지어 이번 일을 두고 “과거로의 회귀”, “유신체험”이라고 말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교가 요청해 따랐을 뿐”
경찰은 학교 측 요청 때문에 경찰권을 발동시켰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jtbc 보도에 따르면 경찰 측은 “노조 측이 집회 신고 장소를 벗어나 무단으로 교내에 들어갔고, 학교 측 요청에 따른 것이어서 문제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경찰의 출동 여부는 경찰이 재량권을 행사해 결정하는 것이지 요청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경찰이 출동요청을 받았을 때 공공안전을 심각하게 해치는 일인지를 판단해 재량적으로 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대학이 치외법권 지역은 아니나 경찰은 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권이 있다”며 경찰이 출동 이유에 대해 단순히 ‘학교의 요청’이라는 해명을 하는 것은 모순됨을 시사했다. 이렇듯 대학이 치외법권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16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찰이 대학 내에 진입하지 않았던 것은 그것이 학생의 자치 공간인 대학의 자유를 빼앗아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최근 공권력의 대학개입에 관련된 사건으로 앞서 언급된 성공회대의 정보과 형사 사찰 의혹, 서강대학교 학내경찰 진입과 더불어 *청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연행 등이 있다. 위 같은 대학 내 경찰사찰, 경찰진입, 연행 등 ‘공권력의 대학 탄압에 반대하는’ 121개 대학의 학생대표 약 20명이 지난 9일(월) 경찰청 앞에서 ‘경찰청장의 책임 있는 사과와 학내 사찰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기자 회견을 개최했다. 위 두 사례에서 언급된 성공회대 이장원 회장과 서강대 이가현 학생을 포함한 발언자들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발생한 경찰의 대학 진입, 학원 사찰 등에 대한 경찰청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대표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회견 1주일 전부터 모은 121개 대학의 대학생, 직원 약 1,344명의 서명을 항의서한과 함께 경찰청장에게 전달하고 진정서를 접수하기도 했다.
*청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연행 : 2월 11일 청주 시내 한 음식점에서 김윤배 전 청주대 총장과 재단 이사들에게 면담을 요구하던 청주대 박명원 총학생회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연행된 바 있다.
한결 기자 hkggoo@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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