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학 죽이기, 학과 통폐합

 지난 8월 31일, 교육부가 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배포된 보도 자료에는 △사업의 취지 △등급별 대학 수 △등급별 감축 권고 비율 △그룹 2(DㆍE등급) 대학에 대한 제재 및 향후 컨설팅 방향 등의 내용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최종 평가지표 △등급별 대학 명단 △그룹 구분 점수 등의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 자료에서 이번 평가가 고등교육의 질적 제고 또한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평가를 통해 지방, 서울 간 격차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대신문>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그간 교육부가 배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분석해봤다. 본 기사는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작성됐다.

 지역 불균형 완화? 그룹 2 지방대 비율 71.8%
 이번 평가는 두 단계를 거쳐 진행됐다. 1단계 평가에선 △교육 여건(20) △학사 관리(15) △학생 지원(15) △교육성과(10) 수준을 측정해 일정 점수 이상(구체적인 점수는 공개하지 않았다)은 그룹 1(AㆍBㆍC등급)로, 그 미만은 그룹 2로 분류했다. 2단계 평가에선 그룹 2에 속하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중장기 발전계획(10) △교육과정(20) △특성화(10) 수준을 측정해 D등급과 E등급으로 분류했다. (주: 괄호 안 숫자는 각 지표의 만점 기준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등급보다도 그룹이다. 그룹 1의 경우 BㆍC등급 대학에게 일정 비율의 정원 감축이 권고되긴 했지만, 실질적인 강제 및 유인책은 없다. 반면 그룹 2의 경우 △정부 재정지원 사업 △국가장학금 △학자금 대출 등에서의 재정 제한이 적용된다. 권고를 가장한 강제조치인 셈이다.

 교육부는 그룹 1 중 지방대 비율이 63.5%임을 지적하며 당초 우려했던 ‘지역 불균형 감축’은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분석 결과, 실질적 정원 감축 대상인 그룹 2에서 지방대 비율이 71.8%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말로 지역 불균형 감축이 아닌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구조 개혁 컨설팅…학과 통폐합하고 대학 간판 떼라?
 교육부는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그룹 2 대학들에 대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평가를 담당한 한국교육개발원 대학평가본부를 컨설팅 지원 체제로 전환해 각 대학에 따른 맞춤형 컨설팅 과제를 부여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예시로 든 컨설팅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D등급 대학에 대해서는, 사회 수요에 따라 학사구조를 대폭 개편할 것을 요구했다. 학과 통합 및 융합과 강점 분야 집중 육성이 주요 골자다. 즉, 학과 통폐합과 비인기 학과 폐지를 권장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만약 해당 대학들이 컨설팅 과제를 성실히 이행한다면 오는 2017년에 재정지원 제한을 해제하지만, 이행이 미흡할 경우 오히려 더욱 엄격한 재정지원 제한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반면 E등급 대학에 대해서는 훨씬 더 가혹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특히 “해당 대학들의 평가 결과 및 여건,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평생교육기관으로의 기능 전환을 도모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해당 대학을 폐지하고 ‘간판’을 떼어내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2주기 정원 감축사업이 있을 것이며, 각 대학의 자율 감축량이 평가 결과에 따른 권고 감축량을 초과할 경우 그 차이만큼 2주기 감축 실적으로 인정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 외에도 사회수요를 반영한 학과와 교육과정 확산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의 ‘고등교육 노동시장화’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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