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학생소통위원회' 구성 예정

 지난 학사구조개편 사태를 배경으로 제47대 <건대愛 물들다> 총학생회(총학)에서는 학생소통위원회(학소위) 구성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 왔다. 왜 총학은 학소위라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까?
그동안 학우들의 목소리가 대학 운영에 어떻게 반영돼 왔는지, 그리고 대학본부와 학우들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되짚어보자.

 학생과 소통 않는 학교

   
▲ 본부의 일방적 학사구조개편을 반대하는 예술디자인대학 학우들

 지난 3월, 우리 대학은 학과 통・폐합 등의 내용을 담은 ‘2016학년도 학사구조개편결과 및 학과 평가제 시행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정환희(공과대・산업공3) 총학생회장은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사개편에 대한 학교 측의 지표와 설명이 너무 부족하며 대학평의원회는 심의 기구이기 때문에 학우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류민우(예디대・영화) 영화과 부회장은 “학사구조를 개편하는데 8개월 동안 알리지 않은데다 ‘학과 교수가 알릴 것이라 생각했다’는 본부의 추측성 발언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한 바 있다. (본지 「2016학년도 학사구조 개편 및 정원조정 추진, 학과 평가제 까지...」15.03.31. 참고)

 이처럼 지난 학사구조개편 사태만 봐도 본부와 학생간 소통 문제에 대한 현실이 드러난다. 학생들과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인 통보 이후에나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 제종민 주임은 “학생 개개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한계가 있지만, 과거에 비해 본부에서 학생 대표자와 협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런 진통을 겪은 만큼 학생지원팀에서는 앞으로 소통과 관련해서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생과 학교 사이의 소통 문제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일까? 정답은 ‘NO’다.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대학 본부의 일방적인 태도는 우리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13년, 한국외국어대학교(한국외대), 연세대학교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학에서 잇따라 자유(자율)전공학부 폐지가 진행됐다. 문제는 ‘학생들과의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다. 2013년, 연세대에서는 대학본부가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한 후 글로벌융합학부로 통합하려는 과정에서 사전에 아무런 협의 과정이 없었다며 학생들이 크게 반발한 일이 있었다. 당시 연세대 자유전공학부 학생회에서는 ‘학교가 자유롭게 폐지하는 전공’이 자유전공학부라며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한국외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외대 대학본부가 L&D(Language&Diplomacy)학부를 신설하면서 자유전공학부를 폐지하는 내용의 학제개편안을 통과시키자 해당 학과 학생들이 비상 총회를 개최하고 학부 폐지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학부 폐지 결정과정에서 해당 학부 학생들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통보도 부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초 중앙대 대학본부는 학과제 폐지 등의 내용을 담은 학사 개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물론 교수까지 반발했다. 개편안 자체가 반학문적이고 반교육적임은 물론 근본적으로는 대학 본부가 구성원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일방통행식으로 일을 진행한 것이 이유였다. 이후 중앙대는 학사구조개편 대표자 회의 등을 통해 사태를 해결해나갔다.

 학칙 제・개정에 있어 학생 의견 사실상 반영 안 돼
 그렇다면 우리 대학의 학칙 제・개정 과정에서 학생들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을까? 학칙 제 75조를 확인해보면 사실상 학생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학칙 제 75조

 학칙 제 75조에서는 학칙 개정 과정에 있어 ‘규정심의위원회’와 ‘대학평의원회(평의원회)’의 심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규정심의위원회와 평의원회는 어떻게 구성될까? 먼저 규정심의위원회는 규정관리기본규정 제4장 제9조를 보면, 위원장은 서울캠퍼스 부총장으로 하고, 위원은 교무위원회의 구성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의 자리는 없는 것이다. 대학평의원회의 경우는 대학평의원회 운영규정 제 2장 제 3조 ‘구성 및 자격‘ 부분을 살펴보면 교원(5명), 직원(2명), 학생(2명), 동문 및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2명) 총 11명으로 구성하도록 명시돼 있다. 여기서 ’동문 및 대학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는 외부인사 중에서 총장이 위촉한다. 약 1만 6,000명이라는 학생 수에 비해 학생 대표 2명의 구성은 그 비중이 적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마저도 학생을 대표하는 평의원은 서울 및 GLOCAL(글로컬) 배움터 총학생회에서 1명씩 추천받아 위촉하기 때문에 학칙 제・개정에 있어 각 캠퍼스 학우들의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목소리 제대로 낼 수 있는 자리 필요 ‘학생소통위원회’ 추진 중
 우리 대학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4월 학생총회에서 통과된 안건인 ‘학칙 개정 과정에서 학생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규정화하라’를 바탕으로 학소위 조직을 준비 중에 있다. 학소위를 총괄하고 있는 경세현(글융대・융합인재4) 글융대 부학생회장은 학소위 준비 배경에 대해 “2008년도와 올해 진행된 학과 통폐합을 비교해보면 본부에서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별반 다를 것이 없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대표와 본부 측이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 부회장은 앞으로 학소위가 발족 되는대로 학사 구조 개편 등과 같이 학생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학칙에 대해서는 반드시 학소위를 통과해야만 개정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학칙 제 75조를 개정해 규정심의위원회, 대학평의원회 뿐 아니라 학소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그는 “요즘 타 대학의 경우를 봐도 교내 민주화문제, 학생과 학교간의 소통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학소위 발족을 통해 건국대학교가 좋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학소위 조직 준비과정에 함께 참여한 학생복지처 학생지원팀 이한세 주임은 “아직 학소위와 관련해서 확실하게 결정된 바는 없지만, 학생과의 소통에 있어 첫 발을 내딛는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싶다”며 “앞으로 학생들의 알권리가 무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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