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여 만에 총학생회 선거가 단선으로 조촐하게 치러진다. 그래서 그런지 선거 유세도 공약도 조촐하다. 제48대 총학생회 후보<한울> 선본은 총 17개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처음 본 <한울>의 공약집은 꽤 익숙하게 다가왔다. ‘어떤 공약을 들고 나왔을까’라는 궁금증으로 공약집을 펼쳐 봤으나, 대다수가 최근 3년 간 총학생회 후보자들이 제시했던 공약들이었다.

 △포탈 개선 △냉・난방기 시설 보수 및 교체 △휴학생 계절수업 제한 해제 △서점 및 식당 할인 △체육대회 개최 등이 공약으로 제시돼 있었다. 물론 <한울>의 말처럼 또다시 공약으로 제시한 것은 그 사안의 심각성이 높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울>에서 해당 공약들을 이어서 진행해 해내겠다는 말이 솔깃하게 들리기도 한다. 그동안 당선됐던 총학생회에서 달성하지 못했던 것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하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강한 의지와는 달리 그들이 제시한 방안은 이전의 계획들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구체적이지 않다. 포탈 개선은 이미 몇 년째 대학본부에서 총학생회의 의견을 반영해 진행하고 있다. <한울>에서 제시한 뉴포탈 기능 개선은 이미 정보운영팀에서 진행 중이다. 또 휴학생 계절수업 제한공약의 경우, 이전 총학생회인 <건대愛 물들다>가 교육부로부터 적법여부까지 물어볼 정도로 적극적으로 임했으나 대학본부의 완강한 태도를 바꾸지 못했다. 그러나 <한울>은 이러한 상황에서 공약집에 어떻게 대학본부로부터 휴학생 계절수업 허용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모든 단과대가 참여하는 건국대학교 체육대회 역시 이미 2년 전 진행한 바 있으나, 재학생의 1/10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미 학우들로부터 외면당한 공약이 2년 후에 왜 필요한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없다.

 학우들이 ‘공약이 성의가 없다’고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한울>의 말처럼 이미 제시된 공약들을 제대로 이행해보겠다는 의도였다면 적어도 ‘그동안 제시만 돼왔던 공약들 이제 실행하겠다’는 식의의도를 내비쳐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공약집은 마치 <한울> 만이 처음 내세운 공약인 것처럼 제시돼 있다. 게다가 참신하다고 느낄만한 것은 은행나무에 그물망을 쳐서 은행냄새를 막겠다는 공약 뿐. 그러니 억울할 수도 있지만 1학년이 아닌 학우들 눈에는‘성의 없게’ 보일 수밖에 없다.

 공약은 학생들에게 본인을 왜 뽑아야 하는지 설득하는 무기이다. 그러나 낡은 무기들만을 준비한 채 출마한 후보자들이 학생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건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